[탈(脫) 가락시장 PART1.] 깨지는 가락시장 불패론
[탈(脫) 가락시장 PART1.] 깨지는 가락시장 불패론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06.21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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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탈(脫) 가락시장-프롤로그] 도매시장 수난사
[탈(脫) 가락시장 PART1.] 깨지는 가락시장 불패론
[탈(脫) 가락시장 PART2.] “장사만 할 뿐” 도매시장법인에게 농민은 없다
[탈(脫) 가락시장 PART3.] 네이버와 가락시장, 유사 플랫폼 다른 전략
[탈(脫) 가락시장-에필로그] 탈 도매시장 현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의 표지판.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의 표지판.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수박 농사만 40년 신건승 씨
“빠른 유통 농민 경쟁력 된다”
  
“경매시장에는 안 넣어(출하 안 해). 가격이 싼게(싸니까). 도매시장법인도 사람 좀 늘려야 혀. 대리 한 명이 경매 얼마에 됐다고 문자 띡 보내고 말더라고.”
 
전라북도 고창 1만 8천 평 규모의 농지에서 수박을 재배하고 있는 신건승 씨는 1979년 농업을 시작한 베테랑 농사꾼이다. 40년 동안 농사를 지었다는 그는 수박 외형만 봐도 상품의 질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안목이 좋다.

보는 안목만큼이나 그가 가지고 있는 강점 중 하나는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알맞은 가격에 파는 일이다. “자신이 생산한 수박이 어떤 품질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잘 팔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한 그는 주로 도매시장을 이용한다. 수많은 플레이어가 고품질의 농산물을 출하하는 가락시장이야말로 농민들에게는 꿈의 리그다.

유통에 관심이 많은 신 씨는 몇 년 전부터 강서시장 그중에서도 시장도매인을 이용한다. 강서시장으로 출하처를 바꾼 이유에 대해 “경매를 안 하니 물류 흐름이 좋고 가격 협상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 그는 “시장도매인은 경매보다 (소비지에 공급되는 시간이) 하루가 빠르고 수취 가격도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민도 유통에 관심을 가져야 소비자가 찾는 양질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라면서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유통이 지체되면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맛볼 수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국내산이 신선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농민들도 좋은 유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자리한 한 시장도매인 점포의 모습.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자리한 한 시장도매인 점포의 모습.


중소마트 경영 소상공인 김성민 씨
"도매시장도 고객에 맞게 변화해야"

  
“경매제가 가동되는 공영도매시장은 골목 상권과 자영업자가 성장하는 데 기여했죠. 하지만 이제 유통 환경이 달라졌어요. 가격 변동 폭이 크고 물류과정이 복잡한 경매제는 대기업 유통에 비해 중소마트의 경쟁력을 떨어지게 만들어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해요. 이젠 바뀔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푸르네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민 씨는 소비자 지근거리에서 중소마트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다. 산지와의 직거래로 유통비용을 줄이려는 대형마트와 달리 중소마트는 도매시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소비군이다. 산지를 발굴하는 것보다 수많은 농산물을 보유하고 있는 도매시장을 이용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서울 은평구에 소재한 한 중소마트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
서울 은평구에 소재한 한 중소마트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

최근 김 씨는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대기업이 앞다퉈 전자 상거래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로켓 배송, 새벽 배송 등 배송 전쟁으로 소상공인의 목을 조여오고 있어서다. 그는 “대기업과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적시, 적가, 적품, 적량의 농산물을 도매시장이 공급해 줘야 한다”면서 “시장도매인은 시간에 쫓기는 마트 직원들이 언제라도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GDP 3만 달러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도 다양해지고 세분화됐다. 중소마트도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지역별, 연령별 상품 구색을 다양화한다. 소비자 손이 닿는 매대를 채우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마트 운영자는 마트마다 구매 성향이 다른 소비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시간에 쫓기면서도 마트에 유입되는 소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매는 아쉽다는 게 김 씨의 평가다. 그는 “가락시장에도 변혁이 필요한 이유는 수십 년간 하나의 거래 제도로 소비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가락시장에 대한 불만이 시장도매인이 있는 강서시장으로 옮겨가는 이유”라고 답했다.



가락시장 3차 위기 문턱
2014년부터 반입량 ‘뚝’

경매제를 운용하고 있는 가락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락시장 불패론이라 불렸던 명성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의 메카 역할을 했던 가락시장은 최근 물량이 크게 줄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유통산업발전법이 통과되고 대형마트가 성장하면서 직매입을 시도해 유통비용을 줄이려는 대형마트는 도매시장의 가장 큰 적수였다. 때마침 2000년대 초반 한국을 휩쓸었던 태풍 루사, 매미 등 자연재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폭풍처럼 도매시장을 강타하면서 대형마트 성장과 맞물려 도매시장의 1차 위기를 불러왔다.

각종 FTA 체결로 수입 농산물이 늘고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다시 재기를 꿈꿨던 가락시장은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로 잠시 주춤하더니 2014년까지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런 가락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단순히 정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하향세가 가파르다. 2014년 가락시장에 반입된 채소와 과일 등 청과부류의 상장 물량은 217만 톤, 2018년에는 214만 톤을 기록하면서 수입산 과일과 채소를 포함해 평균 3만 톤이나 쪼그라들었다.

 

최근 5년간 가락시장 국내산 과일류 반입량 변화 추이(출처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도매시장 통계연보)
최근 5년간 가락시장 경매제 국내산 과일류 반입량 변화 추이(출처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도매시장 통계연보)

국내산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내산 과일은 4년 만에 25만 8천 톤에서 22만 7천 톤으로 3만 1천 톤이 감소했고 채소류는 2014년 179만 8천 톤에서 지난해 175만 톤을 기록, 5만톤 가까이 고꾸라지면서 우리 농민들은 점차 가락시장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청한 다수의 가락시장 유통인은 “외부 유통환경은 온라인을 활용해 꾸러미 배송, 새벽 배송, 직거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민들과 협업해 소비지에 대응하고 있지만 가락시장은 경매라는 예전 방식만으로 대응하다 보니 점차 이용률이 줄고 있다”면서 “물론 경매 방식이 공공성과 투명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계속 유통 기득권에만 안주한다면 양곡도매시장처럼 존재 자체를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우려했다.

 

최근 5년간 가락시장 국내산 채소류 반입량 변화 추이(출처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도매시장 통계연보)
최근 5년간 가락시장 경매제 국내산 채소류 반입량 변화 추이(출처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도매시장 통계연보)

※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