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 가락시장 PART2.] “장사만 할 뿐” 도매시장법인에게 농민은 없다
[탈(脫) 가락시장 PART2.] “장사만 할 뿐” 도매시장법인에게 농민은 없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06.24 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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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 가락시장-프롤로그] 도매시장 수난사
[탈(脫) 가락시장 PART1.] 깨지는 가락시장 불패론
[탈(脫) 가락시장 PART2.] “장사만 할 뿐” 도매시장법인에게 농민은 없다
[탈(脫) 가락시장 PART3.] 네이버와 가락시장, 유사 플랫폼 다른 전략
[탈(脫) 가락시장-에필로그] 탈 도매시장 현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가락동 경매시장에서 경매를 하는 모습.
가락동 경매시장에서 경매를 하는 모습.

농민 위한다더니...수입산 물량만 '훌쩍'
채소·과일-국산·수입 병행 리스크 헷지
혜택만 누리고 농민 위한 노력은 '전무'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국내 농산물 유통의 메카로 불리는 가락동 경매시장에 토종 농산물 반입은 줄고 있는 반면 수입 농산물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칭 우리나라 농민을 위해 가격 교섭을 대신하고 모든 정부 정책에 '농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동을 걸어왔던 도매시장법인이 실제로는 수입 농산물 장사에 열을 올리고 국내산 농산물 취급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지난 20년 간 가락동 경매시장에 반입된 농산물 특성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간 수입 과일과 수입 채소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 과일은 2014~2018년 5년간 9만 3천 톤에서 10만 7천 톤으로 10% 이상 규모를 늘렸고 채소는 같은 기간 3만 1천 톤에서 6만 톤으로 2배 가까이 수입을 늘린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산 반입량이 크게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수치가 나온 셈이다. 
 

도매시장법인들은 결과적으로 채소나 과일에서 오는 위험은 두 품목 간 상호 보완하면서 리스크를 헷지(Hedge)하고 있으며 또한 국내산 자리를 수입산이 꿰차면서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추, 무 등 채소만 취급하는 대아청과의 당기 순이익 변화가 가파르게 변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비 트렌드 변화로 수입 농산물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국내산 농산물 유통을 책임진다는 명목으로 각종 혜택을 받는 도매시장법인이 정작 국내 농산물 취급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경매시장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농민은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 편차가 심해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도매시장법인들은 농산물 가격 편차에 상관없이 꾸준한 마진을 취하고 있다"면서 "도매시장법인은 항상 농민을 대변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수입 농산물을 늘려 농민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그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경매가 끝난 후 상하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경매가 끝난 후 상하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배고픈 농민, 배부른 도매시장법인
농민보호 명목 상장거래 원칙만 고집


가락동 도매시장의 청과회사들은 널 뛰는 농산물 가격에 상관없이 꾸준한 매출과 당기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년 간 풍작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은 몇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크게 하락했지만 가락시장 5곳의 도매시장법인은 지난 3년간 250억 원에서 400억 원에 가까운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담합으로 과징금을 납부한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28억 원에서 최대 62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뽑아 내면서 소위 '유통업계 철밥통'이라는 명성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은 하지 않으면서 농산물을 중개해 수수료 장사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안정적인 매출에도 불구하고 도매시장법인은 가격 편차가 덜한 정가수의매매 거래에는 무관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년 간 정가수의매매 비율이 20%를 상회하는 청과회사는 대아청과를 제외하고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청과의 경우 지난 10년 간 정가수의매매로 거래한 비중이 한자리 수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가수의매매에 대해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도매시장법인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가수의매매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 가격협상을 위해 경매사를 늘려야하는 등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매년 수십 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도매시장법인들의 변명치고는 궁색하다는 게 현장에서의 평가다.

나용원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상장거래는 본래 가격 교섭력이 부족한 농민들을 위해 출발한 제도"라며 "그들이 말하는 가락시장은 상장거래가 원칙이라고 하면서 농민들을 위한 실질적 행동에는 나서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현욱 기자(phw@faeri.kr)

※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재구성하였습니다.


특별부록

가락시장 5대 도매시장법인 톺아보기

과일의 강자 ‘서울’,‘중앙’
채소의 보루 '동화','한국'

과거 도매시장은 채소 왕국이었다. 국민들의 식탁 메뉴가 채소가 주를 이루다보니 채소류를 확보한 도매시장법인은 실력 있는 법인으로 통했다.

가락시장에는 농협공판장을 제외하면 5개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이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각 도매시장법인마다 주특기는 다르다.

태생이 배추와 무를 취급하도록 태어난 대아청과를 제외하면 채소업계는 동화청과와 한국청과가 주름잡았다. 상대적으로 과일에서 뛰어난 영업력을 가지고 있었던 서울청과와 중앙청과는 과거 두 도매법인에 비해 시장 장악력이 낮았다.

국민들의 식습관이 변화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자 단가가 높은 과일 소비가 크게 늘었다. 과일 반입 비율이 높았던 서울청과와 중앙청과는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장악력을 높여갔고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두 도매시장법인은 거래금액과 매출액 모두 다른 두 청과를 따돌리며 매년 엎치락 뒤치락 1위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품목 다각화를 위해 두 청과회사는 채소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한편 5대 법인의 총 거래금액은 1999년 1조 5천 억원에 불과했지만 20년간 2배 이상 규모가 커져 지난해 3조 2천억 원을 기록, 3조 원대를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