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 가락시장 PART3.] 네이버와 가락시장, 유사 플랫폼 다른 전략
[탈(脫) 가락시장 PART3.] 네이버와 가락시장, 유사 플랫폼 다른 전략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07.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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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탈(脫) 가락시장-프롤로그] 도매시장 수난사
[탈(脫) 가락시장 PART1.] 깨지는 가락시장 불패론
[탈(脫) 가락시장 PART2.] “장사만 할 뿐” 도매시장법인에게 농민은 없다
[탈(脫) 가락시장 PART3.] 네이버와 가락시장, 유사 플랫폼 다른 전략
[탈(脫) 가락시장-에필로그] 탈 도매시장 현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네이버 사옥(왼쪽) 모습과 가락시장 전경 모습.
네이버 사옥(왼쪽) 모습과 가락시장 전경 모습.

온라인 플랫폼 네이버가 가락시장에 주는 시사점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삼성SDS 벤처기업이었던 네이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기업이다. 1999년 네이버컴으로 출발해 불과 20년 만에 우리나라 인터넷 시장 70% 이상을 점유하는 공룡 기업으로 거듭났다.

네이버는 인터넷 기업이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다. 매개형 플랫폼으로 구분되는 네이버는 콘텐츠 제공자(Contents Provider, CP)와 이를 이용하는 네티즌이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 일종의 장(場)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유입자 수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 우버(Uber), 전 세계 숙박 관련 공간을 마련해주는 에어비엔비(Airbnb) 모두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준다는 의미로 플랫폼 사업자라 부른다.

플랫폼 사업과 유사하게 닮아있는 영역이 농업에도 존재한다. 바로 농산물 도매시장이다. 도매시장은 농산물을 팔려는 수많은 출하자와 물건을 사려는 중도매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국내에는 33개의 공영 도매시장이 존재하는 데 가락시장은 그중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전국 농산물 유통물량의 약 40%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매년 4조 원에 가까운 거래금액을 기록하면서 농산물 가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네이버와 가락시장은 닮아 있다. 업계 1위임은 물론이고 인터넷 시장, 농산물 시장을 각각 쥐락펴락하며 플랫폼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의 생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불로소득 취하는 플랫폼 약탈자 비판에도
영세 소규모 CP 활발한 활용 창구 돼

불로소득을 취한다는 비판을 듣는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네이버가 네티즌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중개한다면 도매시장 역시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중도매인이 구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데 양 주체 모두 상품을 생산하는 데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중개 수수료를 취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혹자는 이런 플랫폼을 가리켜 플랫폼 약탈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도 한다.

플랫폼 사업을 잘 관찰하면 특이한 현상이 목격된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CP 혹은 출하자들이 영세하거나 규모가 작을수록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완전히 종속된다는 점이다. 네이버에 등록된 수많은 언론사들, 그중 영세한 언론사들은 자사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아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네이버를 경유하면 수많은 구독자 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작아 교섭력이 낮은 농민은 마땅한 출하처를 찾지 못해 도매시장을 두드린다. 결국 콘텐츠 생산자나 농산물 출하자는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플랫폼을 택하게 된다.  
 

가락시장에는 유통 플랫폼에 참여하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
가락시장에는 유통 플랫폼에 참여하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


CP 규모화가 플랫폼 '위협' 변수
먹거리 유통 가락시장 '공공성' 방점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플랫폼도 눈치는 본다. 브랜드 인지도가 있거나 규모가 큰 생산자들은 플랫폼을 이탈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대형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영향력을 활용해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에서 빠지겠다는 위협을 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활용해 네이버가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네이버는 이들과 콘텐츠 제휴를 맺으며 이득을 공유하고 있으며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들도 출하 장려금을 활용해 대형 출하처에게는 일정 부분 혜택을 부여, 우량 출하자를 관리하기도 한다.


사업영역이 전혀 다른 두 플랫폼은 공통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정부의 개입 여부다. 네이버는 약육강식의 인터넷 시장에 노출돼 살아남아야 하지만 가락시장은 농안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정부의 호위를 받으며 운영된다. 도매시장은 국민 먹거리를 유통하고 있다는 공공성에 방점을 찍으며 국민 세금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지식인' 글로벌 기업 만든 원동력
콘텐츠 개발 독려 시스템이 주효

네이버는 2002년 지식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당시 업계 1위는 야후 코리아였으며 다음(daum)은 메일 서비스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이후 도토리로 무장한 싸이월드, 열린 검색으로 검색 신기원을 창조한 엠파스 등 모든 인터넷 기업은 네이버를 압도할만한 킬러 콘텐츠를 보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 서비스는 네이버를 업계 1위로 등극시키는데 일등 공신이 됐다. 지식인의 강점은 콘텐츠 생산자가 자발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게 끔 판만 깔아줬다는 데 있다. 지식인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평범하고 현실적인 질문에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답변이 올라오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내공이라는 점수제가 도입돼 인센티브를 줬고 등급을 부여해 자발적인 생산 동기를 독려했다.
 

네이버 킬러 콘텐츠 '검색'
검색위해 투자 아끼지 않아

네이버의 진짜 힘은 검색에서 나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에 맞는 검색 서비스를 가장 잘 구현하는 게 네이버다. 2005년부터 네이버는 무역투자정보서비스, 대학콘텐츠검색, 의약학사전, 포토스트리트, 네이버 통계 등 검색 중에서도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소비자에게 전문적인 검색 서비스를 제공했다.

양질의 검색을 위해 공공기관, 기관과도 협업했다. 국립국어원, 외교통상부, 서울시, 경기도, 강남구청, 국회도서관 등 공공과 민간 영역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검색 키워드 하나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기업과 손을 잡았다.

2002년 처음으로 야후코리아를 제치고 업계 1위로 등극한 네이버는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 1위는 물론 점유율 70% 이상을 자랑하는 최고의 업계 리더로 위상을 굳혔다.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는 배추.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는 배추.


핵심 콘텐츠 개발에 '집중'
정체된 도매시장, 기존 거래 고집만


고객 만족을 겨냥하고 상황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 공룡 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와 달리 도매시장은 발 빠른 유통 트렌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 유통방식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도매시장의 핵심 콘텐츠는 전국의 모든 농산물을 만날 수 있다는 상품 구색, 고품질의 농산물을 싼 가격에 대량 매입할 수 있는 가성비 구매, 가격을 발견하고 탐색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창구 등 다양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콘텐츠도 도매시장의 성장을 이끌 카테고리 킬러로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락시장을 찾는 고객을 타깃팅 해 양질의 서비를 제공한다든지 편의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도매시장의 가장 큰 적수였던 대기업 유통은 대형마트의 침체를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중소마트나 이마트 24와 같은 편의점 체재로 전략을 갈아탔다. 이마트의 '네오 001'과 같은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도 모바일로 이동하는 유통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장기전략의 포석이다. 네오란 차세대 온라인 점포(Next Generation Online Store)라는 의미로 이마트는 이미 포화를 기록한 '네오 001'의 인기에 힘입어 경기도 김포에 '네오 002'를 추가로 건설했다.

배송을 핵심 콘텐츠로 승화한 경우도 있다. 프리미엄 농축산물을 공급하는 마켓컬리는 새벽 배송을 내세워 공전의 히트 상품으로 등극했으며 오픈마켓의 로켓 배송은 주말에 관계없이 주문한 다음날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서비를 제공하면서 고객에게 집중하고 있다.
 

양파 품질를 살펴 경매에 입찰하고 있는 중도매인 모습.
양파 품질를 살펴 경매에 입찰하고 있는 중도매인 모습.


'유통 골목 기득권' 오명 언제까지
핵심 콘텐츠 발굴로 농산물 유통 이끌어야

가락시장의 고객 대응은 초라하다. 출하자가 상장한 농산물을 경매하는 데만 집중할 뿐 상품을 개발하거나 농민들에게 특별한 편의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도매시장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뿐이라고는 하나 변화무쌍한 유통환경에 내놓을 콘텐츠가 빈약해 시간이 갈수록 가락시장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농협공판장을 제외한 5개의 도매시장법인(청과부류)이 있는 가락시장은 수십 년간 똑같은 도매시장법인이 이렇다 할 경쟁 없이 사업을 영위하면서 '유통 골목 기득권'이란 오명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대아청과가 호반건설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산물 유통보다는 농업에서 파생되는 이익을 점유하는 일개 '현금 창출 창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가락시장에 매참인으로 참여했다는 대형마트의 한 바이어는 "가락시장의 가장 큰 단점은 외부 유통 환경 변화에도 잘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가락시장도 도매시장이라는 상징성, 모든 농민들이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장점이 있는 만큼 핵심 경쟁력을 발굴해 혁신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