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 목표달성 실패
농식품부,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 목표달성 실패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7.0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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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면적 3만3천ha 그쳐…신뢰 잃어 참여 저조로 이어져
타작물 재배 적합한 기반시설·농기계 확충·판로 확보 안 돼
통계청과 다른 수치·타작물 재배농가 피해 속출 우려 나와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정부가 한시적으로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실시한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쌀 생산조정제)’이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올해 5만 5000ha를 목표로 했지만 3만 3000ha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농가 신청실적을 가집계한 결과 3만 3000ha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쌀값 상승 등으로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작년 신청실적(3만1000ha) 대비 108%, 올해 목표(5만5000ha) 대비 60% 수준을 달성했다”면서 “사업 초기에는 쌀값 상승 기대감 등으로 농가의 사업신청이 부진했으나, 추가 대책 마련과 지자체‧농협‧생산자단체 등과 적극 협력해 작년보다 현장의 참여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 생산조정 신청 면적과 평년작(530kg/10a)을 가정할 경우, 약 17만5000톤(작년 공공비축미 물량의 50%수준)의 쌀을 사전에 시장 격리해 올해 수확기 쌀값 안정, 재고관리 비용 절감 등의 효과(3600억 원 수준)가 기대된다”면서 “특히 농식품부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이 타작물을 원활하게 재배‧판매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후속조치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선방했다고 평하고 있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이 목표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표본 농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농민들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특히 참여 의향을 묻는 질문에 2만 6000ha 수준에서 참여하겠다는 답변이 나온 만큼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 생산조정제에 참여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고려해야 할 정책방안으로는 단가 인상(58.4%)이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타작물 재배에 적합한 기반시설·농기계 확충과 타작물 판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런 지적이 나왔지만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생산조정제를 실시해 신뢰성을 잃어 사업 참여가 저조했다는 것이 현장의 판단이다.

여기에 지난해에도 농식품부가 집계한 참여 신청 면적과 통계청이 조사한 내용 간 차이가 나타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기존 벼 재배면적 3만7000ha에서 두류, 사료용 등 재배를 지원(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했다고 밝혔지만 통계청의 ‘2018 벼 재배면적조사’ 결과, 작년 대비 감소한 재배면적은 1만7000ha로 농식품부가 밝힌 내용보다 더 작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이 같은 논란은 올해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생산조정제 참여 농가 중 이상기후와 부적절한 교육 환경에서 타작물을 심다가 큰 피해를 입은 농가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농업계 관계자는 “논에 심는 콩 품종이나 재배기술, 기후영향 등 종합적인 고려 사항 없이 무작정 쌀 생산과잉을 줄여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인 결과 피해를 본 농가가 속출한 것”이라며 “올해도 지난해에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농가가 발생할 것이고, 정부는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 마련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올해 논 타작물 생산-유통 지원 등 후속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사업 참여 농가와 쌀 재배농가 모두 올해 수확기에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농식품부가 추진한 생산조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목표달성에 실패한 만큼 앞으로 정부가 이런 사업을 추진하기 전 좀 더 세밀히 정책을 검토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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