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 가락시장-에필로그] 탈 도매시장 현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탈(脫) 가락시장-에필로그] 탈 도매시장 현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9.07.05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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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탈(脫) 가락시장-프롤로그] 도매시장 수난사
[탈(脫) 가락시장 PART1.] 깨지는 가락시장 불패론
[탈(脫) 가락시장 PART2.] “장사만 할 뿐” 도매시장법인에게 농민은 없다
[탈(脫) 가락시장 PART3.] 네이버와 가락시장, 유사 플랫폼 다른 전략
[탈(脫) 가락시장-에필로그] 탈 도매시장 현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대표 농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 전경.
국내 대표 농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 전경.

도매시장은 1980년대 이후 유통혁신의 아이콘이었다.

한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 농협의 축산물 공판장이었다. 공판장을 통해 가격과 수급 문제를 해결했고, 유통비용을 절감시키는 등 많은 순기능을 발휘했다.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도 물류비용 절감, 투명성 확보, 거래 비용 감소와 같은 순기능으로 인해 도입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수도권 주요 농수산물 공급 기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본지는 지금까지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도매시장의 위기를 이야기했다.

도매시장의 위기는 어떻게 오는가

ICT의 발전, 물류 기법의 고도화와 함께 산지조직화, 소매유통의 대형화, 온라인 소매 유통 플랫폼의 약진 등으로 인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아직까지 도매시장의 반입 물량 등이 크게 줄지 않고는 있으나 유통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욕구, 과거와는 다른 맞춤형 상품에 대한 욕구 증가는 도매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에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는 장을 봐서 집에서 직접 조리를 하는 가정식은 줄어들고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간편식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회식 문화의 종말을 고했고 이로 인한 외식시장, 밤 유흥 업계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외식업계는 인건비의 증가, 임대료 상승 등이 더해지면서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식당들이 줄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 일본 등과 같이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해결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곧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지금 도매시장의 주요 거래처라 할 수 있는 중소 식당과 슈퍼마켓의 영향력은 조금씩 감소하고 간편식을 제조 유통하는 업체, 온라인 유통 업체로의 농산물 거래의 무게 추가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라이프스타일의 분화는 과거 가성비 중심의 농산물 거래 패턴에 균열을 내고 있다. 채소류의 경우 가격이 매우 중요한 거래 변수였으나 이제는 품질, 신선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과거와는 다른 이력과 스토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로컬푸드, 유기농, 자연농법, 친환경, 산지 배송, 직거래, 텃밭 등 새로운 키워드가 각광받고 있다.

현재 도매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없는 농산물도 다른 채널에서는 기존 도매시장보다 높은 가격이나 비슷한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도 많고 도매시장이라는 물량 중심의 플랫폼이 담아내지 못하는 이력과 스토리를 찾아 산지와 직거래나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대농, 거래비용 보다 유통비용 절감에 목말라

여기에 산지 조직화와 농가의 대형화는 도매시장을 통한 거래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들쭉날쭉인 가격, 높은 수수료는 농가들이 도매시장을 이탈하게 하는 주된 변수다.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도매시장이 아닌 농장 문전 거래, 농장 직거래가 일상화된 양돈업, 철저히 계약에 의해 사육이 되고 있는 육계는 소규모일 때는 부담 가능한 비용들이 농장이 대형화되면서 회피해야 할 비용으로 바뀌며 직거래를 더 고착시키고 있다.

한우 도매시장이나 공판장 상장수수료는 1.5%로 내외로 한우 평균 경락가격을 850만 원 정도로 가정하면 12만 7000원 정도의 상장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

1년에 20두 정도를 출하하는 중소 농가라 하면 1년에 수수료가 250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100두가 되면 1270만 원, 200두가 되면 2,500만 원이 되기 때문에 농장이 규모화될수록  상장수수료를 회피하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도매시장과 공판장의 유통비중이 50%를 유지하고 있는 한우의 경우 한우협회가 직거래 사업을 3년 전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았고, 유통 업체들도 소규모이지만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의 상장 수수료율은 축산물보다 더 높아 산지경영체나 대규모 농가의 경우 직거래를 통해 수수료를 회피하고자 하는 노력 더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축산물의 직거래나 계약 거래는 이제 유통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고 농산물도 대형마트 정도나 대응했던 산지 직거래가 새벽 배송 등의 히트에 힘입어 온라인 유통 업체로 이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도매시장 체질 개선 시급

이상의 이슈들은 탈 도매시장 현상을 설명하는 주요 변수들이다.

도매시장이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요구와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제일 먼저 요구되는 것이 다양성을 품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다. 다양성은 단순히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경매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분석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상품을 산지와 함께 기획해 제안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매상들 하나하나가 자신들의 시장, 고객들을 분석하고 그 고객들에게 적합한 상품을 수집해 제안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미래의 농산물 유통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포용적이고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도매시장은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도매시장은 농산물 유통 트렌드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탈 도매시장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거래 방식을 통해 위험을 회피하고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내야 한다.

이를 포용적 거래 방식이라 부르고 싶다. 또한  단순히 수집과 분산 기능을 넘어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기획하고 상품을 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상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비싼 수수료를 물면서 도매시장에 출하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고, 수요자들도 좋은 상품, 자신이 필요한 상품을 제안하는 공급자를 찾아 산지로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지금은 ICT의 발달로 마음 맘만 먹으면 산지와의 거래가 가능하다. 그리고 직거래를 하고 싶어 하는 산지 경영체들도 무수히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여러 산업에서 전통적인 유통 및 거래 플랫폼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도매시장이 혁신적인 유통 플랫폼으로 인정받아 농산물 유통의 중심이 됐던 것처럼 도매시장보다 효율적이고 포용적인 거래 플랫폼이 나오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탈 도매시장 현상을 막기 원한다면 플레이어들이 도매시장을 좀 더 포용적인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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