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1조 5천억 국내 농약 시장 “하강이냐 정체냐”
[분석]1조 5천억 국내 농약 시장 “하강이냐 정체냐”
  • 박현욱·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8.26 0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농약 시장은 ‘성장’ 국내 ‘하강’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 ‘암흑기’ 오나
원천기술 원제수입 의존도 97% 육박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농민의 모습.(사진제공=농촌진흥청)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농민의 모습.(사진제공=농촌진흥청)

[팜인사이트=박현욱·이은용 기자] 국내 농약산업이 사실상 하강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 2017년까지 3년 간 국내 농약 생산량이 소폭 상승하면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지난해 농약 출하량이 2013년 수준으로 뒷걸음질 치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농약 시장이 성숙기를 지나 하강 국면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농약 출하량은 1만 8,716톤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하면서 2만 톤 시대를 마감했다. 2013년 최저점을 찍었던 1만 8,700톤에 근접하면서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2015년 이후로 소폭 상승 국면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던 업계는 농약 산업의 ‘암흑기’를 우려하고 있다.
 

석유 생산의 최고점을 가리키는 용어인 ‘피크오일(Peak Oil)’을 빗댄 ‘피크페스티사이드(Peak Pesticide)’ 공포는 이미 업계에서는 내성처럼 만연해 있는 상황.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이 정점을 찍고 급격한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지표로 확인되면서 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농약 산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사양 산업 그 이상으로 ‘페스티사이드포비아(Pesticide Phobia, 농약 공포증)’로 표출되면서 농업 전후방 산업 중 작물보호제의 지위는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몫했다.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친환경 농산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작물보호제 시장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박학순 한국작물보호협회 이사는 “일반인들의 농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농약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에 해당한다”면서 “농약은 농민들의 일손을 덜어주고 식량 증산을 위한 획기적인 발명품임에도 불구하고 공포에서 비롯된 잘못된 프레임이 농약의 부정적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자동차를 줄이지는 않는다.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차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처럼 농약도 전후 과학적 관리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약은 농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농자재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생산량 감소는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했으며 한국작물보호협회에서는 방제를 하지 않을 경우 병해충으로 인한 농작물 생산율은 농약을 사용했을 경우와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과실류는 무방제 시 생산율이 3%로 나타났다.
 

국내 농업 환경이 이렇다 보니 내수 시장도 과실류가 주축이 된 원예용 작물보호제 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작물보호제 작물별 점유율은 원예용이 60%에 근접하면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으며 제초제가 26%, 수도용 작물보호제가 13%로 뒤를 잇는다.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시장과 달리 다국적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농약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7.7%, -1.2% 하락하면서 다소 주춤했으나 2017년에는 전년과 비교해 1% 상승했으며 지난해는 4.1%의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면서 640조 3800만 달러의 시장규모로 치고 올라갔다. 원화로 환산하면 77만 4,208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시장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 상승과 에너지 작물 재배 확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농약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반대로 내수 시장은 농경지의 감소와 농업의 고령화, 농약의 부정적 인식 등이 맞물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약의 기초 원료로 사용되는 원제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아 국내 업체로서는 농약 원천 기술 개발도 어렵다”면서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은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몬산토, 독일의 바이엘과 바스프, 스위스의 신젠타와 같은 기업은 원제 생산과 관련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거나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국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특허기간이 만료된 복제(generic) 원제 수출에 열을 올리면서 후발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반면 국내 원천 기술 보유 실태는 초라하다. 특히 국내 원제 시장규모는 5,530억 원 대로 작지 않지만 이 중 수입 원제가 차지하는 규모는 5,372억 원을 기록하면서 수입 의존도는 97%에 육박한다. 국내 합성원제 시장 규모는 158억 원으로 미미해 원제 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화학농약의 경우 농약 원제 개발에만 어림잡아 1천억 원, 10년 이라는 기간이 필요해 내수 시장이 한정돼 있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R&D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국적 기업들은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에만 총 매출액의 약 6%를 투입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기업이 투자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앞으로는 더욱 글로벌 기업들이 신제품 시장에서 시장 장악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들은 개발 비용이 싼 미생물 농약 등 천연식물보호제 개발을 위한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1990년대 40%였던 원제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면서, 2000년 71%, 2017년에는 97%로 확대됐다. 국내에 등록된 원제 505종 중 수입이 461종, 국내 합성은 162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