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 인기라고?”···친환경 농산물 인증 10년 만에 1/5 추락
“친환경이 인기라고?”···친환경 농산물 인증 10년 만에 1/5 추락
  • 박현욱·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8.2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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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 프리미엄 ‘無’
친환경 농자재도 생명력 짧아
유통구조·전후방 산업 살펴야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친환경 농산물.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친환경 농산물.

[팜인사이트=박현욱·이은용 기자] 친환경 농산물이 건강한 식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친환경인증 농산물 생산량은 10년 만에 1/5로 주저앉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친환경 인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 농산물 출하량은 45만 톤으로 10년 전인 2009년 235만 톤에서 가파르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이 저조한 데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소비가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대형마트를 제외하고 출하처에서 친환경 프리미엄 수혜를 받지 못한 농민들이 생산과정에서 자본과 인력은 많이 쏟아 붓는 반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행 농법으로 회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친환경 인증관리정보시스템, 단위 : 톤)
(출처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친환경 인증관리정보시스템, 단위 : 톤)

경북에서 과수를 재배하고 있는 김영권(57) 씨는 “친환경 재배를 수 년 째 고수하며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했지만 결국 제값을 받지 못해 채산성 악화에 시달렸다”면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다시 관행 농업으로 돌아왔다”고 고백했다.

경기도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박창용(52) 씨도 “지금 친환경 재배를 실천하고 있지만 제값 받기가 쉽지 않다”면서 “도매시장에 출하할 때 친환경이라고 특별히 높은 값을 쳐주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과의 직거래가 아닌 이상 친환경 프리미엄은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가들 사이에서는 친환경 재배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농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제주에서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민 부부가 극단적 선택을 해 유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잘못됐다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문제는 비단 농민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친환경 농자재 업계에서도 친환경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만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친환경 자재를 생산하는 복수의 관계자는 “현재 친환경 농자재 시장에서는 200개의 품목을 갖추고 있더라도 10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면서 “친환경 농자재 시장 지배력 자체가 약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현재 500억 원 시장규모로 추정되는 친환경 농자재 시장을 두고 약 50개 업체들이 선전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작물 내성으로 인해 그마저도 신용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친환경 농자재 분야의 취약성은 그대로 농민 피해로 전가될 우려가 크다. 농자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농업 환경상 품질 높은 농자재 생산이 활성화돼야 친환경 농업 펀더멘털이 튼튼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농자재 업계 전문가는 “친환경 농산물은 우리나라에서 일부 카테고리는 점유할 수 있어도 주류가 되기 힘들다. 정부가 PLS 정책을 밀어붙여 친환경 자재의 전망이 밝다고는 하지만 병해충 방제는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면서 “결국 제대로 된 농자재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농자재 시장, 특히 친환경 시장이 발전하지 못하는 데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친환경 농산물 유통구조와 농자재 시장의 취약성이 뇌관처럼 자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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