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법·농산물 안전성’ 비례하지 않아···친환경· 일반농산물 ‘안전성 차별화’ 비과학적
[기고]‘농법·농산물 안전성’ 비례하지 않아···친환경· 일반농산물 ‘안전성 차별화’ 비과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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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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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순 한국작물보호협회 교육홍보부 이사

국내 먹거리 여건과 농산물 안전성 이해

·영양 차이 없고 가격 싼 일반 농산물 대량 공급
소비자에 큰 이익 귀결 세척 후 마음껏 섭취 중요

 

박학순 이사.
박학순 이사.

농약이란 우리의 소중한 농작물을 가해하는 각종 병해충 및 잡초를 방제하며 농작물의 생리 기능을 증진 또는 억제하는데 사용되는 농업약제(農業藥劑)다. 약효· 약해, 독성, 잔류성 등 농업용도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100여 가지 이상의 엄격한 시험을 통과함으로써 정부로부터 그 안전성을 온전히 인정받은 정밀화학 제품이다. 문명 이기(利器)가 그러하듯, 농약 역시 그 사용법을 준수하는 한 안전한 자재이다.

그럼에도 농약은 늘 사람이 직접 먹는다는 가정 하에 그 위험성이 침소봉대 되고 계량화되며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까지 농약을 농업용도로 사용했을 때 과연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만큼 ‘유해한 예’가 실제로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미신(迷信)에 다름 아니다.

 해외 저명인사는 “우리가 섭취하는 ‘천연농약의 양’은 ‘인공 농약 수준’의 적어도 1만 배 이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인공 화학약품을 죽도록 두려워한다"라고 일갈했다. 담배 니코틴과 커피 카페인의 독성은 과학적으로 고독성농약과 같은 범주다. 니코틴과 카페인이 아닌 잔류농약에 대한 우려는 난센스다. 잔류농약의 위험성은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계속 마시는 위험성보다도 현저히 낮다는 점을 강조해둔다.

농가들은 누구보다 농약이 필요불가결한 수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농가에게 있어 농약은 ‘안정적인 식품공급’이란 임무를 충분히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천금 같은 ‘비’나 ‘올바른 재배방법’과 같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생산 수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소비자 안심감과 실제 ‘안전 확보’ 달라

얼마 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공인기관의 장(長)이 일간 경제매체에 기고한 친환경농업 관련 내용을 읽고 난 후 참으로 편향되거나 이면(裏面)을 고려하지 않은 시각이 아쉬웠다. 고의성이 있다고 보이진 않지만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했다’는 판단을 지우기 어렵다.

필자는 먼저 ‘친환경농업은 긍정적인 효과가 크고 미래가치가 분명하지만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인증 제도 개선과 가격 인하를 위한 유통의 규모· 조직화가 필요하다’면서 ‘판로개척 지원 및 공공급식 영역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비현실적이지만 이 ‘허울 좋은 명분’을 능가할 논리가 있을까 싶다. 친환경농업의 규모화 필요성이나 판로개척 및 공공급식 영역 확대 필요성 제기 자체의 명분을 탓할 순 없다. 허나 실효적 가치가 현저히 결여된 ‘외화내빈 명분’을 따르기엔 우리 농업여건이나 먹거리 현실이 너무나도 박빙(薄氷)이다.

헨리 키신저는 ‘석유를 지배하는 자는 국가를 지배하지만, 식량을 지배하는 자는 인류를 지배한다’고 설파했다. 지금의 모습이라면 대한민국이 인류를 지배하기란 언감생심이다. 곡물자급률 24% 시대, 먹거리의 4분의 3을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누란지위(累卵之危) 시대’를 살고 있으니 말이다. ‘곳간에서 인심 나며 의식이 족해야 영욕(榮辱)을 안다’고 했다. 이 지고의 가치를 간과하고서는 그 어떤 풍요도 진정한 풍요라 할 수 없다.

유기· 무농약의 친환경 농법과 GAP 농법, 관행농법은 종사자의 가치와 철학에 비례해 나름의 영역에서 양립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경지면적 160만 ha가 무너지고 1,000만을 상회하던 농가인구는 230만 명(전체 인구 대비 4.5%)으로 줄어들어 오롯이 농약이 그 여백을 가장 능동적이고 획기적으로 대체하고 있는 즈음이다.

이런 와중 굳이 전체 농산물 대비 4.1%의 친환경농산물이 급식품으로서 온전히 자리하지 못하는 현실이 그리도 잘못되고 아쉬운가? 자리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과연 친환경농산물이 현재의 농업 및 먹거리 여건에서, 추앙되고 권장할 만한가 묻고 싶다.

결코 친환경농산물의 필요성을 묻거나 위상을 폄훼하고자 함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자는 말이다. 그 누구도 농업인에게 한낮 뙤약볕 들녘을 누비는 고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농약 사용을 부정하려면 농약이 주는 갖가지 편의나 혜택을 동시에 농업인에게 제공해 주어야 마땅하다. 과거 동적 재배 시대를 지금의 정적 재배 시대로 무엇이 유인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맛과 영양면에서도 차이가 없고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일반 농산물에 대한 잔류검사를 강화함으로써 급식용이든 일반 소비용이든 대량 공급하게 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더 큰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것이 또한 소비자단체 등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안전성’은 위해 요인의 존재 유무가 아니다. 그 양(量)에 좌우된다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 친환경농산물이 과연 ‘화학적 안전성’빼고는 일반 농산물에 견주어 내세울게 그리도 많은가?

식약처 자료에 의하면, 그나마 농식품 오염원 중 농약을 포함한 화학물질 오염은 0.2%에 불과하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오염원의 대부분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유해 미생물이다. 화학물질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친환경농산물이 오염원의 대부분인 유해 미생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농식품 오염원으로부터 자유로운 ‘화학적 요인’만 제어할 뿐 정작 대다수 오염원인 ‘물리적· 생물학적 요인’은 허용 기준 이내의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 공적· 과학적 시각이다. 그럼에도 친환경농산물이 그리 큰 위안이 되는가? 단지 ‘건강’때문이라면 불행하게도 그건 소비자의‘심리 문제’이지, 실제 ‘농산물 안전’과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변화무쌍한 21세기 첨단 시대를 살아가며 유독 농업 분야에만 전 근대적이며 비과학적 농법인 친환경 농법을 종용하고 맹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동차 사고가 두려워 소달구지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자는 시각에 다름 아니다. 안전운전 수칙을 준수해 자동차가 주는 천혜(天惠)를 향유하듯, 농약도 마찬가지다. 사용법을 준수하는 한 안전하다.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농산물 중 잔류농약은 ‘1일섭취허용량(ADI)과 잔류허용기준(MRLs), 안전사용기준(PHI)’이란 3종 세트에 의해 철저히 그 안전이 확보되고 있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 의약과 의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약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각종 병해충 및 잡초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의약과 같은 것이다.

친환경농산물과 관행 농산물의 소모적 논쟁은 양립을 저해하는 견토지쟁(犬免之爭)에 다름 아니다. 패배와 상처만 있을 뿐이다. 농산물 선택이야 각자의 몫이지만 친환경농산물만이 안전할 것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비행기 이륙 시 앞 좌석 손잡이를 꽉 잡는 것과 같다. ‘안심감’은 얻을 수 있겠지만 실제 ‘안전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화학물질 위험·한계 익혀 잘 활용해야

또한 이 기고의 비과학적 시각은 말미에도 이어진다. ‘공공급식은 그동안 학교급식에 치중해 온 측면이 있다’면서 ‘공공급식 영역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군인, 임산부에게까지 공공급식의 영역을 넓히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는 ‘군대는 청년들이 복무하는 곳으로 이들은 2세를 낳을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활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임산부에게도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고 임신여성이 건강한 아이를 낳도록 도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비과학적 시각에 아연(啞然)하고 실색(失色)할 노릇이다.

농약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하더라도 역으로 반추해 보자. 친환경농산물 급식을 늘려 군인이나 임산부가 섭취하면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고 임신여성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데 반해, 일반 농산물을 섭취하면 출산율을 제고할 수 없고 건강하지 못한 아이를 낳는다는 추론(推論)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일종의 건강과 출산율 제고 대책인 셈인데 듣보잡(?)의 금시초문이요 언어도단이며 소비자들을 오도(誤導)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잔류허용기준이 대폭 강화된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가 모든 농산물에 확대 적용되어 시행됨으로써 국내 농산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기대하고 있다. 산· 학· 연· 정 모두가 합심하여 국민의 먹거리 안전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때 찬물을 쏟는 격이다. 물론 이전의 농산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먹고살기 힘든 시대에서 효과 위주로 개발한 초창기 약제와 오늘날의 약제는 천양지차다. 농약은 개발과정에서 약효 약해는 물론 작물· 토양· 수질 잔류, 급성· 만성· 번식 독성, 발암성, 최기형성, 차세대에 미치는 영향, 유용생물영향까지 모든 시험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농약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르기 위해서는 10년의 기간과 2,000억 원 이상의 비용, 14만 분의 1의 확률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일반 농산물을 섭취하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없다고 보는 비과학적 시각이 참으로 놀랍고 놀랍다. 수 십 년 전의 초창기 농약과 오· 남용으로 인한 일부에서의 부작용이 마치 농약의 본래의 모습인 양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인식으로부터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농산물의 건강학적인 측면만 해도 그렇다. 지난 2009년 7월 영국 BBC 방송과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지 보도에 따르면, 영국 식품기준청(FSA)의 의뢰를 받아 런던대학교 위생 및 열대의과대 연구팀이 조사한 지난 50년간 유기농 식품의 영양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결과에 따르면 “비싼 가격에 팔리는 유기농(Organic) 식품이 일반식품과 영양학적으로 차이가 없으며 건강에 이롭다는 근거도 없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영양학적 관점에서 현재로선 일반식품보다 유기농 식품이 우수하다는 점을 입증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친환경농산물이 더 건강해서 활발한 활동을 하게 하며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한다는 것과, 일반 농산물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논리와 시각은 도대체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 산업계 입장에선 이 같은 비과학적인 논리와 주장에 참으로 어이가 없고 납득할 수도 없다.

거듭 말하지만 특정 농법(農法)과 안전성은 비례하지 않으며 정부에서 정해 놓은 허용 기준치 이하라면 농법을 불문하고 모두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과학적이며 유연한 안전성 인식이 요구된다. 유기든 무농약이든 GAP든 일반 농산물이든 생산농법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농산물에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각종 병해충의 배설물과 세균, 먼지 등 오염물질이 적지 않다. 농산물 세척은 이유는 위생 차원이다. 깨끗이 세척하여 마음껏 드시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다.

우리는 어차피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한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그 한계를 배워 잘 이용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며 학자들의 견해이다. 위정자들과 소비자들의 혜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