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초점]정부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하나
[이슈초점]정부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하나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09.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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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상압박 굴복?…관세율·농업보조금 등 감축
농업계 “농업분야 피해 커 철저한 대책 마련해야”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최근 농업분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미 무역대표부 USTR에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가 지적한 나라가 우리나라와 중국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감이 큰 상황이며, 미국 측에 오는 10월 26일까지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회신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부처 간 합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정부가 미국 측 의견을 받아들여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면 향후 WTO 협정 내에서 개도국 우대규정 150개를 더 이상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

특히 농업의 경우 개도국 특별품목 제도를 활용하지 못해 쌀, 고추, 마늘 등 주요 농산물의 대폭적 관세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현재의 농산물 관세율 및 농업보조금을 낮춰야 하는데, 농업보조금은 1조 490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쌀 관세율의 경우도 513%에서 2~30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농식품부는 개도국 지위와 관계없이 차기 협상 이전까지는 현재의 농산물 관세율과 농업 보조금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WTO DDA 협상 등 차기 협상이 타결된다면 더 이상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 혜택을 얻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정부가 사실상 미국의 통상 압박에 굴복해 개도국 지위 포기 쪽으로 가닥을 잡고 미국 측에 의견을 내보낼 경우 앞으로 통상 협상 과정에서 선진국 수준의 요구사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농업분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개도국 지위를 상실할 경우 관세 감축 폭이 선진국 수준으로 커진다. 여기에 농업 소득 보전을 위한 각종 보조금 한도도 축소될 수밖에 없어 농가 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농업 분야에만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어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250만 농민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가 농업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할 시 투쟁으로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도 정부가 너무 안일한 자세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에 대비한 협상 대책과 철저한 국내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WTO 협정 내에서 한국, 중국 등 개도국 혜택을 받고 있는 국가에 대해 우대규정을 더 이상 적용받지 못하게 하라는 발언은 WTO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쌀 관세율(513%)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정부가 안일한 태도로 접근하지 말고 철저한 분석과 협상 대책을 세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WTO DDA 협상이 재개될 경우 더 이상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분야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