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아프리카 돼지열병 공장식 축산 아닌 세계화 영향
[편집자 칼럼]아프리카 돼지열병 공장식 축산 아닌 세계화 영향
  • 김재민
  • 승인 2019.09.25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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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단체 도 넘은 축산업 공격 자제해야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경기 북부와 경기 서북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양돈업계 종사자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축산업계에 가축질병 이슈만 터지면 여기저기서 현대 축산업을 병폐로 지적하며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는 얼치기 전문가와 동물권 운동가들이 대안 세력으로 힘을 키우곤 하는데 이번 사태에 발맞춰 또 다시 이들의 발언과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했을 때도, 구제역 발병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도 밀집사육이 문제라는 논리를 들고 나오며 축산업계를 압박했기 때문에 뻔한 레퍼토리가 나올 걸로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요 언론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구제역, AI, 이번에 아프리카 돼지열병 모두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전염성 질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외에도 일반인들은 모르는 돼지와 닭에서 유행하는 전염성 질병 대부분이 해외 유입 질병들인데 이는 동물권 운동가들이 혐오하는 현대축산농장의 사육 방법이 아닌 교통과 물류산업의 발전이 촉진시킨 세계화의 영향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구제역은 2000년, 조류인플루엔자는 2003년,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2019년 발병했는데 우리나라는 1993년 UR협상 타결을 전후해 여러 분야의 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했고, 축산물의 경우만 보더라도 1996년 쇠고기를 제외한 축산물, 2001년 쇠고기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1990년대 여행자유화 조치 이후 조금씩 늘기 시작했던 해외여행은 1997년 외환위기 발병 이후 주춤하다가 2000년 이후 인적, 물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김영삼 정부 당시 추진했던 세계화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었지만 그에 따른 명암으로 가축질병 유입 위험이 커졌다 볼 수 있다.

세계화의 영향은 가축질병뿐만 아니라 인류에게도 크나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 초기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공포에 떤 적이 있었다. 학교가 휴교를 하고 감염자는 강제 입원 격리되는 등 고강도의 방역조치가 이뤄졌다. 메르스는 중동지역을 여행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국내에 입국했다가 진료 과정 중에 많은 사람들에게 질병이 전파된 사례다. 이외에도 신종플루, 사스 등 여러 차례 국내에 없던 해외 질병이 국내로 유입되어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1300년대 유럽인구의 30~40%를 죽게했던 흑사병도 몽골제국이 건설한 실크로드와 아시아와 유럽 간의 무역선을 타고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고, 아즈텍제국, 잉카제국의 멸망도 스페인 등의 아메리카 대륙 침략 당시 유럽에서 넘어온 천연두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면서 일어난 결과다.

어떤 특정지역에 머물고 있던 로컬 질병이 교통과 물류 산업의 발전으로 인적 물적 교류가 확대되면서 이제는 세계를 위협하는 질병이 된 것이고 아프리카 돼지열병도 그러한 측면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조선왕조 실록에는 소와 말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우역으로 많은 소가 죽었다는 기사가 곳곳에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시 우역은 한 고을을 넘어 다른 고을로 전파되지는 못하였는데 말을 제외하고는 가축의 장거리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동한다 해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가축 질병이 한 마을, 한 고을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 대한민국과 같이 좁은 나라에서는 전국을 누비는 가축수송차량, 사료수송차량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미국이나 호주의 생우가 국내로 수입이 되고, 미국과 유럽의 종돈, 종계, 종오리가 국내로 수입이 될 정도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뿐만 아니라 가축의 이동 또한 빈번한 세상을 살고 있다.

지금은 이 리스크를 어찌 극복할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이지 한가하게 인과 관계도 불투명한 공장식 축산 운운하며 축산업계를 공격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말을 이 글을 통해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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