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특집]농지는 누구의 것인가?- 농지법을 둘러싼 문제들
[농지법특집]농지는 누구의 것인가?- 농지법을 둘러싼 문제들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8.04.20 16:46
  • 호수 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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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무너지는 원칙 ‘경자유전’
02 현대판 소작제도 ‘농지임대차’
03 사라지는 농지들
04 농지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

이 기사의 전문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4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농지의 소유구조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는 1945년 해방 이후 농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첨예한 문제였다. 해방 이후는 소수의 지주가 점유하고 있던 농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가 주요한 논쟁이었다면 1980년대 산업화 이후 농지 소유를 누가 할 것인가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서는 농지 보전이 농지법을 둘러싼 새로운 논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작농의 폐지에서 경자유전, 그리고 농지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는 한국 농지제도의 흐름을 보여주는 하나의 맥이면서 현재의 농지를 둘러싼 문제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주의 땅을 분배하고 소작제도를 금지하도록 헌법에 명시했지만, 현재 48%의 농지가 임대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고히 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외지인, 즉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문제가 되고 있고 이는 쌀직불금 부당 수령과 농지의 난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농지를 보전하는 것이 농민에게는 이익일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쉽게 답하기 어렵다. 2000년대 초반까지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핵심 농정공약은 농가부채 해결이었다. 그러나 2007년, 2012년, 2017년 대선에서 농가부채 해결은 핵심공약에 들어 있지 않았다. 농가의 소득이 올라서 농가부채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전국의 농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가부채 상환능력이 높아지면서 농가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농지를 보전해서 농사를 짓게 하는 것보다 땅값이 올라서 농지를 파는 게 농민에게는 더욱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는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공급할 의무가 있기에 농지를 보전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고 농지의 보전과 개발은 현재 농지법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무너지는 원칙 ‘경자유전’

1987년 개헌논의에서 농지는 농민만이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합의하고 헌법에 명시했다. 1988년 개정에서는 농지투기억제를 위한 농 지매매증명제도 운영을 강화해 농지구매 시 6개월 사전 거주 의무를 부과하고, 농지취득자가 농지소재지에 전 가족이 주민등록이 되어있고, 실제로 거주한 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 증명을 발급하는 등 농지를 소유하기 위한 법적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고 경자유전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1985년 말의 농지임대차 비율은 30.5%로서 매년 증가해 왔고, 임대차요금 총액도 5095억 원에 달해 농가 경제에 영향이 심각했다.

농지 임대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면서 정부는 농사 규모를 확대한다는 명목 아래 1990년에 농지임대차관리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이는 농지의 소유구조가 변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후 농지전용규제와 소유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한다. 지역별로 농지임차요금의 상한을 설정해 농지 임대를 허용하고 통작 거리의 제한을 4㎞에서 8㎞, 그리고 20㎞로 완화했으며 훗날 통작 거리 제한은 없어진다.

1996년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농지임대차관리법,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 등 농지 관련 제도를 하나로 묶어 농지법을 통합해 제정한다.

이렇게 농지법이 탄생했지만, 농지법은 소유규제를 점점 완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소유규제의 완화는 필연적으로 농민이 아닌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게 만든다.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농촌에서는 부재지주라 칭한다.

이를 입증한 것은 쌀 직불금 부당 수령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쌀직불금은 농지 소유주가 아닌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지급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지만, 세금 혜택 등을 위해 농사를 직접 짓는 것처럼 위장해 직불금을 받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현재 구속수감 중)의 취임식 직후 구성한 내각에서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임명된 이봉화 내정자는 직불금 부당 수령 의혹에 휩싸였다.

감사원이 2006년에 실시한 직불금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쌀 직불금 수령자 99만8000명 가운데 비료나 농약 구매실적이 없고 농협 수매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약 28만명이며 감사원은 이들을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비경작자로 추정했다.

28만명 중 직장을 가진 사람은 ▲회사원 9만9천900명 ▲공무원 4만400 명 ▲금융계 8천400명 ▲공기업 6천200명 등으로 이들이 농사를 짓고 정당하게 직불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농업인이 아닌 사람이 얼마나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집계돼 있지 않다. 이러한 부재지주를 양성한 것은 통작 거리 제한을 폐지하면서 농지 소유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무너진 것은 사실 법적 또는 제도적 소유완화보다 임대차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소작제도를 금지한 것은 농민에게 농업경영의 독립성과 지주의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해서이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임대차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 소작은 존재한다.

농지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농업계에서는 팽배하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농업이 공공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농업을 보존하기 위한 각종 지원의 근거가 된다.

농지는 농사를 짓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사람과 농지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종자와 비료, 농약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헌법에서 경자유전을 존속하느냐 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지를 어떻게 얼마만큼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이다. 경자유전은 현실에서는 원칙으로서 존재가치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선언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원칙으로서의 경자유전이 아닌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농지의 중요성에 대한 선언적 의미로서의 경자유전은 농지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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