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소비 해마다↓ 쌀가격은 20년전과 비슷
1960년대 귀한 손님 밥상에는 늘 쌀밥과 고깃국이 올랐다.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쌀이 극히 부족했다. 쌀뿐만 아니라 먹을 것이 말랐다. 추수 후 이듬해 보리가 나오기 전 초여름까지 농민들은 나뭇가지나 풀뿌리를 캐 먹었다. 이른바 보릿고개라 불렸던 궁핍한 시절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던 1958년,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배곯는 기억을 남겼다. 불과 50~60년 전 얘기지만 요즘 식탁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오히려 다양한 먹거리가 쌀을 홀대한다. ‘국가대표 식량’이라는 찬사는 빛이 바랜지 오래다. 하루 세끼 우리 식탁에 쌀밥은 2공기도 채 오르지 않는다. 본격적인 쌀 소비 불황시대다.
쌀 소비량 최저 경신…쌀값은 제자리
우리나라 국민 한사람이 연간 소비하는 쌀은 61.8kg(지난해 기준)이다. 2009년 쌀 소비량인 74.0kg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16%나 곤두박질 친 것이다. 쉽게 말해 하루 식단에 밥 1.5공기가 올라온다는 얘기다. 쌀 소비가 가장 많았던 1970년대와 비교하면 절반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쌀 생산량도 줄고 있다. 기후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1977년 백미 600만 톤이 생산된 이후로 꾸준히 줄어 지난해는 400만 톤 이하로 주저앉았다. 소비가 줄어 생산량도 줄어든 결과다.
문제는 생산 감소량보다 소비 감소량이 크다는 데 있다. 쌀 문제만 거론되면 공급과잉이 꼬리표처럼 붙는 이유다. 때문에 매년 물가가 올라도 쌀 가격은 20년 전과 비교해 늘 제자리걸음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999년 20kg 상품기준 쌀 소매가격이 4만4,225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쌀 소매가격은 4만4,978원을 기록했다. 20년간 고작 700원가량 오른 셈이다. 그나마 올해 쌀값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오른 수치다.
쌀산업 축소, 경작면적‧농가수도 추락
상황이 이렇다보니 쌀산업 축소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쌀소비 감소뿐만 아니라 쌀 특유의 특성으로 가공 또한 쉽지 않아 가공식품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타진하기 힘들어서다.
또한 정부에서는 쌀 생산량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까지 쏟아내고 있다. 이미 2010년에는 논에 타작물을 재배해 생산량을 줄이는 논 소득기반다양화 사업을 시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쌀 생산조정제로 3만3천ha의 논에 다른 작물을 심도록 유도했다.
때문에 논 경작면적도 꾸준히 줄고 있다. 1987년 135만ha에 육박했던 경작면적은 가파르게 감소해 지난해는 86만ha로 곤두박질쳤다. 40년 동안 절반가까이 쪼그라든 셈이다.
논을 소유한 농가도 급속히 줄고 있다. 한 농가당 규모가 커지고 집단화되는 경향도 있지만 2010년 78만 가구에서 2017년 58만 가구로 불과 7년 동안 20만 가구가 논 경작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