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➁ 쌀농부의 실험] 농민이 끊은 미국행 티켓
[기획➁ 쌀농부의 실험] 농민이 끊은 미국행 티켓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4.30 15:33
  • 호수 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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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쌀 미국에선 인기저조 ... 불안정한 공급 탓
지속가능·고품질 쌀 수출로 부정적 이미지 해소
임종완 이사, 정부 지원없이 수출선 개척 노력
충남쌀조합이 미국 쌀 수출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충남쌀조합이 미국 쌀 수출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본격적인 쌀 불황시대, 충남 농민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이들은 정부 도움 없이 국내 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직접 해외 시장을 노크해 화제다. 지난해 9월 충남쌀전업농은 민간에서는 드물게 미주지역을 향해 출발하는 배에 쌀은 선적하면서 쌀수출 물꼬를 텃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쌀 가격이 낮고 안정화 돼 있는데다 품질도 좋아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한국쌀이 미국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이유다. 특히 쌀 수출량과 가격은 국내 시장상황에 따라 요동치기 때문에 미국 현지 유통가에서 한국 쌀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에 충청남도 서산에 위치한 대표적인 쌀영농조합법인 3곳이 중지를 모았다. 안정적이고 고품질 쌀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쌀이 수출을 통해 1년 이상 지속된 사례는 보기 드물다.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새들만영농조합법인, 현대영농조합법인 등 3곳은 ‘㈜히스내츄럴’이란 회사를 설립하고 쌀 소비 불황시대 탈출을 선언했다.

수출전용 재배단지서 백제미 100톤 수출

미국 현지마트 백제미 진열모습.(출처=임종완 이사 제공)
미국 현지마트 백제미 진열모습.(출처=임종완 이사 제공)

히스내츄럴에서 지금까지 미주지역에 수출한 쌀은 100톤 남짓이다. 수출을 위한 재배면적은 3개 법인을 합쳐 1,700만평 가량. 이중 100만평은 미국 수출 전용 재배단지다. 3개의 법인이 함께 생산한 쌀은 ‘백제미’라는 브랜드를 달고 미국으로 출발하는 배에 선적된다.

미국 시장 공략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갤러리마트나 한남체인, H마트 등 6개 미국현지 마트를 중심으로 홍보를 펼쳤지만 일본쌀 다음으로 가격이 높아 선뜻 소비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보통 미국에서 생산된 쌀은 2파운드(6.8kg) 당 7~9달러를 형성하지만 백제미는 같은 기준 25달러를 책정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했다.

임종완 ㈜히스내츄럴 이사(전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로 승부하고자 했다”면서 “그래도 품질을 알아봐주는 소비자들 때문에 마트에서는 독점 공급을 원해 지금은 2개 마트에만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땅에서 재배된 쌀수출 품질 공략

백제미의 특징은 한국 땅에서 자란 우리 쌀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수입쌀은 브랜드만 차용하고 미국 현지에서 재배되지만 백제미는 한국땅에서 재배한 후 도정까지 마쳐 미국에 납품된다. 가격도 한국 시장상황에 따라 설정됐다. 지난해 국내 평균 가격을 준용해 22만원(80kg) 수준에서 납품하고 있다.

히스내츄럴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핵심 포인트는 ‘품질’이다. 지금까지 고르지 못한 품질과 불안정한 공급으로 한국쌀에 대한 신뢰가 실추돼서다. 히스내츄럴에서는 납품 후 2~3달만 지나면 회수해 뻥튀기로 가공하면서 재고에 대한 부담도 줄이고 신선한 쌀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쌀가공 기계 20대를 한국에서 공수해 가동 중이다.

백제미는 SSM 규모의 2개 마트 이외에도 대형마트에도 납품된다. 월마트와 코스트코에서는 소포장 중심의 백제미가 고가(4.99$, 2pound)에 유통 중이다.
 

“수익 낮지만 내수시장만 바라볼 수 없어”

임종완 이사가 쌀가공기계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충남의 영농조합들은 큰 수익을 바라지 않는다. 내수 시장에서 롤러코스트처럼 오르내리는 가격보다는 고른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찾는 게 꿈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수출과 관련해 정부 지원 사업중 지속가능한 사업은 손에 꼽는다.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농가나 유통업체에서도 발을 빼기 때문이다.    

임 이사는 “지금 당장은 크게 수익이 나지 않아도 수출선을 쥐고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면서 “지금은 쌀값이 좋지만 크게 떨어질 경우 수출은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기반을 닦아 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농민들이 주도하는 쌀 수출 사업은 어려운 하나의 실험이자 도전”이라면서 “우리 쌀의 품질로 볼 때 충분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히스내츄럴에서 생산되는 쌀은 현재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바이어들은 물밑에서 한국쌀을 납품받기 위한 사전작업을 조율 중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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