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내 살충제 잔류 원인과 해결방안 중심으로
계란 내 살충제 잔류 원인과 해결방안 중심으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7.12.0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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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 방안

계란에 살충제가 잔류됐다는 사실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런 정도로 혼란을 겪게 될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또 더불어 정부가 이정도로 신속하게 사태 해결을 위해 움직일지도 몰랐다. 정부가 이번 살충제계란 잔류사태를 위해 사용한 시간은 약 1주일 정도. 이 시간 동안 정부는 신속히 농장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했고, 문제가 되는 52농장을 찾아내 공표함으로써 판매중단 그리고 해당 계란을 수거해 폐기함으로써 논란의 확산을 잠재울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 살충제 잔류량이 사람에게 유해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계란소비량은 급감하여 AI여파로 30개들이 한판에 8000~9000원을 하던 계란소매 가격은 6000원 중반대로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52농가의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전체 양계농가들은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52개 양계농장은 잔류가능성을 알면서도 왜 살충제를 사용했을까 그리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를 출하했을까. 그 이유를 따져 본다.

살충제, 닭진드기 퇴치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살충제 성분은 와구모라 불리는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구제하기 위해 일부 농가들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닭진드기는 산란계가 살고 있는 케이지 구석구석에 살고 있다가 밤만 되면 나타나 닭의 피를 흡혈해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케이지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닭들은 이 와구모를 몸에서 떨어뜨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산란율이 떨어지고 또 와구모가 이 개체 저 개체 왔다 갔다 하며 흡혈을 하는 통에 질병을 전파시키기도 한다.

닭진드기가 창궐했을 때 농가들이 이를 퇴치하려는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살충제는 양계장에 허가된 품목이 있기는 하지만 그 품목들 모두 닭이 사육되고 있는 상태가 아닌 양계장이 비어 있을 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즉 닭을 입식하기 전에 양계장 내에 있는 진드기를 비롯한 해충을 구제하기 위한 용도이지 산란계가 양계장에서 사육되고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가들은 살충제가 잔류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왜 닭이 사육되고 있는 양계장 내에 살충제를 사용했을까? 환경친화적으로 잔류에 문제가 덜한 닭진드기 방제법은 없었던 것일까?

환경 친화적 구제방법은 없었을까?

와구모 퇴치를 위한 환경 친화적인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양계관련 수의회사들은 와구모 퇴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고 와구모구제는 이 솔루션 말고도 입식 전 꼼꼼한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계사 내부를 청결히 관리함으로써 개체수를 줄일 수도 있다. 이번 검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제가 되는 농가는 전체의 4.5%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4.5% 52농가는 왜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잔류될 위험을 무릅쓰고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었을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살충제 사용이 불법인지 몰랐을 수 있다. 닭진드기에 효과가 좋다고 누군가 권해줬고 실제로 사용해 보니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도 뛰어난 방법이라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양계업계는 2016년 8월 한 언론의 단독보도로 이미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큰 홍역을 치렀고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기 때문에 몰랐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가장 신빙성 있는 이유는 계란은 다른 축산물과 달리 잔류물질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부터 살충제를 사용해 왔지만 잔류물질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걸린 적이 없었던 것이다. 양계장 내에 살충제를 뿌린 것은 농장주 이외에는 알 길이 없다. 계란을 수집해 가는 유통상인도 소비자도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계란의 상태를 알 길이 없다.

결국 기회주의적인 농가나 비양심적인 농가들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살충제 사용을 할 수 있는 유혹이 여기서 발생한다. 누구도 감시하지 않고 있고 자신의 행위는 자신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누구도 알 수 없다. 친환경 방제법은 비용도 많이 들고 번거롭기까지 하다. 살충제는 가격도 싸고 효과도 빠르다. 기회주의적인 농가와 비양심적 농가들이 흔들리기 쉬운 포인트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파기하고 있는 모습.
정부 관계자들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파기하고 있는 모습.

검사 의무화 신뢰 회복 유일한 방법

결국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검사다. 다른 축산물과 같이 검사를 의무화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해 줘야 농가들의 기회주의적 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 이 쉬운 방법을 우리 식품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들은 실행하지 않았다.

관례적, 의례적으로 1년에 한두 차례 농장을 방문해 계란을 수거해 검사하거나 시장에 유통 중인 계란을 수거해 검사를 해온 게 전부다. 이러한 허술한 검사제도 하에서는 단속에 걸린 농가만 억울할 뿐 농가들의 기회주의적 행위를 바꾸지는 못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식용란의 검사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검사제도 도입은 계란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며, 소비자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방법이 된다. 더불어 기회주의적 농가들의 일탈을 막아주어 양심적 농가들의 피해를 보는 일 또한 사라질 것이다.

살충제 잔류 계란 문제 해결할 결정적 포인트

살충제 잔류 계란을 해소할 수 있었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계란 내에 살충제 잔류논란은 2016년 8월에 먼저 일어난다. 친환경인증기관에서 관리하던 산란계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이를 해결하려다가 기존 살충제 공급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이 같은 억울함을 여러 경로로 호소하던 과정에 살충제 잔류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양계농가들은 정부에 닭진드기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요구했고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에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는 뚜렷한 근절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그 사이 유럽에서 계란 내 살충제가 고농도로 잔류한 계란이 유통되면서 국내산 계란에도 부적합 계란이 유통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 있었다. 그러던 중 국산 계란에도 살충제가 일부 잔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6년과는 다른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더 고조되는 일이 벌어졌다.

살충제 계란 잔류 문제는 지난해 9월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최된 양계분야 미래전략협의체에서도 안건으로 올라와 토론이 됐었다. 당시 협의체에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양계연구소 그리고 가금관련 생산자단체의 대표, 양계관련 수의사 등이 참여해 닭진드기의 친환경 해결 방법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아쉽게도 당시 회의에는 닭진드기 방제와 관련한 주무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참여하지 못했는데 당시 안건으로 상정한 문제에 대해 더 심도 있게 논의하고 정부에 구체적인 요구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한번의 기회는 양계농가들이 소속된 대한양계협회가 정부에 계란에 대한 잔류검사를 의무화 하자는 요구의 묵살에 있었다. 2013년 대한양계협회는 협회 내의 오랜 숙원과제 해결을 위해 ‘계란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TF’를 결성한다. 처음 TF이름은 ‘계란유통센터 건설을 위한 TF’였다. 하지만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위원들의 요구로 TF명칭은 ‘유통구조 개선 목적을 위한’으로 바뀌었고, 심의 내용도 계란의 위생과 안전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해당 TF는 2013년 1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매월 개최되어 축산물위생관리법 내에 검사제도를 어떤 식으로 개정할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고, TF에서는 계란 내에 잔류물질 검사를 의무화 할 경우 어떤 것들을 어떤 식으로 시행해야 하는지를 다른 품목의 검사제도와 비교해가며 시행령, 시행규칙 그리고 검사를 위한 별지에 들어갈 내용까지 논의해 이를 관계기관에 건의했으며 신속한 제도개선을 위해 의원입법 형태로 법개정을 추진했으나 결국 관철되지는 못했다.

이보다 앞서 대한양계협회는 2000년대 후반 계란유통구조 개선을 목표로 계란유통센터를 통해야만 계란이 유통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요구해왔다. 이를 위한 연구사업도 실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약 2000년대 후반 계란유통센터을 통한 계란유통의무화가 도입이 되고, 2013년 건의한 계란의 검사의무화가 시작이 되고, 마지막으로 2016년 계란 내 살충제 잔류파동이 맞물렸다면 최소한 2016년 하반기부터는 계란유통센터에서 실시하던 잔류물질 검사 항목을 살충제로 확대했을 것이고 부적합 계란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계란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유통센터건설과 같은 유통구조 개선 사업을 시행에 옮기고, 더불어 검사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를 한꺼번에 취해야 한다. 검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검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유통구조개선과 검사제도 정착에만 최소 2년 정도의 시간을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두 가지 처방으론 해결 불가능

계란의 안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제도는 검사제도 도입이다. 하지만 계란은 다른 축산물과 달리 독특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와 돼지, 닭, 오리, 우유는 도축이나 살균과 같은 처리 공정을 거쳐야만 소비가 가능한 축산물이 되는 것과 달리 계란은 농장에서 생산 즉시 소비가 가능한 상태이다. 농장에서 여러 유통경로를 통해 계란이 판매가 되기 때문에 농장단위에서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물량 때문에 검사를 해야 한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수밖에 없다.

일정규모 이상의 농장의 경우 농장단위에서 검사를 실시해도 문제가 없으나 중소규모 농장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일정 규모 이하의 농장의 경우 계란유통센터를 통해 유통하도록 하고 해당 유통센터에 검사기능을 부여해 부적합 계란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먼저 계란 유통구조 개선작업을 실시하고 그에 발맞춰 검사제도를 운용해야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부적합 계란이 모두 폐기를 해야 할 것은 아니다. 다른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만큼 부적합 계란의 처리 지침이나 시설 또한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적합 계란이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계란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서는 유통구조 개선, 부적합 계란의 처리 방법 확립, 마지막으로 검사제도의 도입이라는 것이 동시에 진행될 때 부적합 계란의 유통을 근절할 수 있다.

검사의무화는 양계산업에 어떤 변화를 줄까

유통이 되기 전에 검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계란의 경우는 부적합 계란이 이미 시장에 유통이 된 상태에서 검사가 이뤄지고 조치가 취해지다 보니 많은 혼란을 겪게 된다. 이번 살충제 잔류 계란뿐만 아니라 부화중지란1의 유통, 항생제 잔류계란의 유통, 오파란의 유통 등 지금까지 계란과 관련한 이슈는 거의 매해 일어나고 있지만 언제나 부적합 계란이 시장에 상당기간 유통이 된 다음 문제가 발견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양심적으로 계란을 생산한 농가들까지 소비감소와 가격하락이라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검사제도를 오래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다른 축산물의 경우 도축공정에서 부적합 축산물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적합 축산물을 출하한 농가만 경제적 손실을 가하면 되고 그로 인해 소비감소나 소비자의 불신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부적합 축산물을 출하했던 농가가 패널티를 부여받게 되면 더 이상 부적합 축산물이 생산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게 된다. 항생제를 사용하면 꼭 휴약기간을 지키고 낙농목장의 경우 우유 내에 잔류가 가능한 기간 내에 생산된 원유는 모두 폐기하고 납품 전에 농업기술센터 등에 항생제 잔류유무를 검사하고 납품을 하게 된다.

검사제도의 도입으로 농가들이 기회주의적 행동을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산란계의 경우 닭진드기 구제를 위한 방법으로 살충제를 일부 농가들이 사용했는데, 검사제도가 도입되면 농가들은 더 이상 살충제라는 불법적인 방법대신 환경친화적인 방제솔루션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과거보다 닭진드기 구제를 위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농가들 사이에 생겼기 때문에 현재 사용가능한 진드기 구제 솔루션 이외에 더 효과적인 솔루션이나 약제가 개발에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 것이고 닭진드기 문제도 보다 빨리 해결이 가능해 질 수도 있다.

결론 및 제언

양계산업 종사자라면 식품위생당국이나 농정당국의 양계산업, 양계산물에 대한 규제나 진흥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체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 농가들이 생산, 유통 등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점이나 애로사항은 알아서 해결해야했고 문제가 밖으로 불거져 나오면 정책 당국은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는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단속을 강화하는 근시안적 방법으로 이를 해소하려 했다.

이렇게 산업이 방치되고 있는 사이 계란과 관련한 사건사고는 반복해 일어났고 계란과 양계산업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실추가 되면서 산업이 효율성 위주 그리고 기회주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됐다.

닭의 밀집사육은 정부가 사육기준을 정했기 때문에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이 있고, 그 과정에 나오는 부작용이 항상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미온적이었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해야할 일은 유통구조 선진화다. 계란유통센터를 통한 구조개혁은 시급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사육형태 표기나 난각표시제도 강화, 이력추적제도 등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유통센터를 통한 거래 확립은 기본이 된다.

안전성 강화를 위해 검사제도 의무화는 앞에서 설명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으리라 본다. 다만 여기에 안전성 강화를 위해 계란의 저온유통시스템의 구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육류나 우유처럼 냉장수준은 아니지만 계란의 품위유지가 가능한 저온유통은 꼭 추진해야할 과제이다.

거래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우유처럼 매일 생산되고 매일 출하가 이뤄지는 양계산업의 특성상 결제 방법, 경제 주기, 거래안전성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를 이해서는 계란의 거래와 정산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행태를 개선하고 제도화가 필요하다. 도매시장의 정산소와 같은 기구 설립이 필요하며 이 정산소를 통해 표준화된 거래방법을 확립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상은 계란유통구조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패키지화되어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관행적으로 움직여왔던 계란관련 산업이 선진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계란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반복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선은 유통센터를 통한 유통확립과 검사제도 도입이 시급한 만큼 이를 위한 제도개선에 생산자와 정부 그리고 정치권이 먼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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