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역사속으로➁ 농안법 파동]
[팜 역사속으로➁ 농안법 파동]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4.3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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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인이 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중매인이 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중매인 도매행위 금지 농산물 대혼란 초래

농산물 유통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1993년 6월 의원입법으로 농안법이 개정·공포됐다. 개정안에는 중매인의 도매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도매시장의 중매인은 수탁판매, 수집판매, 도매행위 등 자기계산으로 매매하는 일체의 도매행위를 중단하고 단순히 중개만 하라는 강제조항이 삽입된 것이다.

중매인은 집단 반발하면서 영업 범위를 중개업에 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으로 잔품처리를 위한 도매행위만이라도 시행령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법무부는 유권해석상 잔품처리 중개행위가 상위법인 농안법의 입법취지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1994년 4월 국무회의에서 중매인의 요구사항이 포함되지 않은 채 시행령이 최종 통과됐다. 이에 반발한 중매인들이 집단 시위에 들어갔고 경매에 참가하지 않는 등 1994년 5월 4일 공영도매시장에서 농산물거래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산지에서는 가격이 폭락하고 소비지에는 가격이 폭등하는 농산물 대혼란이 초래됐다.

농안법 파동으로 문책인사까지...

최인기 농림부 장관은 5월 4일 기자회견과 대국민 발표를 갖고 중매인의 도매행위 금지 규정에 대한 실질적인 법 집행을 5개월간 보류했다. 당시 정부는 농안법 파동의 여파로 3일 후인 7일, 농산물유통국장, 당시 시장과장, 시장과의 도매시장담당 사무관의 직위를 해제하고 17일에는 담당차관보를 산림청으로 발령하는 등 문책인사를 단행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5개월 후 농안법대로 시행할 것인가에 대해 여부였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제2의 농안법 파동이 예상돼서다. 당시 법개정은 민자당이 추진했는데 농림부는 중매인의 도매행위 금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의원들 설득에 나선다. 당시 중매인의 도매행위는 80%, 중개기능은 20%였기 때문이다.

당시 농림부 장관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한 도매시장 거래체계 도식(출처=농수산물 유통개혁 백서).
당시 농림부 장관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한 도매시장 거래체계 도식(출처=농수산물 유통개혁 백서).

당시 농림부 공무원들은 총력을 다해 민자당을 설득하는 한편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해 결국 대통령의 결심을 받아 그해 11월 유통개혁대책을 추진한다. 농림부는 중매인의 폭리를 막기 위해 중도매인 제도를 도입, 적정 이윤만 허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도매행위를 허용한 셈이됐다. 이 과정에서 불법 밭떼기, 수탁매매행위는 금지시키고 도매시장 관리와 운영을 전담하는 제3의 공익법인을 둘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경매제,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 기여

경매사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경매사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후 도매시장이 안정을 찾자 도매시장법인을 통한 상장거래(경매)가 활성화 되기 시작했다. 도매시장법인(청과회사)은 농민이 상장한 농산물을 수집하고 중도매인들은 상장된 농산물을 경쟁에 의해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결정되는데 결정된 가격은 바로 공시가 됨으로써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확보하는 데 용이했다.

경매제는 이 같이 가격형성 기능을 함으로써 가격탐색 비용을 줄이고 다양한 농산물 거래의 기준가격까지 제시했다. 경매 활성화는 기존 위탁상제도의 불공정성과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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