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심순택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
[인터뷰]심순택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7.12.07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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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식탁의 육류스타 ‘닭고기’ 시대가 뜬다
시장개방 등 무한경쟁시대에 백색육이 대세
국민 1인당 섭취량 1.4kg…소비 여력 충분
자조금 거출율 상승은 ‘협의·공조·설득’의 힘
수급조절, 공급보다는 소비에서 해법 찾아야

적게 투자하고 최대한 번다. 굳이 경제학에 취미가 없어도 모든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렇게 행동한다. 경제가 어렵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이런 본능은 더욱 심화되고 고착화된다. 지금이 그렇다. 공평한 사회, 경제 정의가 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살아가기가 팍팍하다는 증거다. 군중심리는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바꾼다. 소위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가 판을 치는 이유도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우리는 가성비가 ‘갑’인 시대를 살고 있다. ‘치느님’, ‘1인1닭’ 이란 말이 유행하는 것도 닭이라는 품종이 서민들에게는 그만큼 적은 돈을 주고도 팍팍한 시대를 살아내는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심순택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은 치킨 가격조차 사회적인 관심이 되는 지금이 우리 식탁에 닭고기라는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1.5kg의 사료, 3리터의 물만 있으면 된다

심순택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

최근 치킨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년간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의 수장으로써 닭고기 소비에 열을 올렸던 심 위원장은 소비자들의 이런 관심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부정적인 의미로 이슈가 노출되고 반복되다 보면 소비자들은 자칫 닭고기를 좋지 못한 식품으로 인식하게 되고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이 국민들에게 닭고기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한다.

“닭고기의 가성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심 위원장이 꼽는 닭고기의 최대 장점이다. 가성비란 용어는 ‘가격대비 성능비’를 뜻하는 말로 품질이 좋고 가격이 쌀 때 가성비가 좋다고 표현한다. 닭의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심 위원장은 먼저 사료요구율을 꼽는다. 사료요구율이란 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소비되는 사료의 양을 뜻하는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 평균 닭의 사료요구율은 대략 1.5정도다. 다른 어떤 식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적게 투자해서 최대 효율을 끌어낸다.

심 위원장은 “1.5kg의 사료, 3리터(L)의 물만 있으면 고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닭고기”라며 “보통 가축 사료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게 대부분인데 사료 소비를 줄이고 품질 좋은 고기를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어찌 보면 닭고기 소비를 활성화하는 것은 국익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차 건강을 유지하려는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사회가 고령화 될수록 닭고기 소비는 분명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우리 국민이 1년간 소비하는 닭고기는 14kg가량. 심 위원장은 세계적으로도 선진국의 닭고기 소비량은 높다고 진단하며 내년에는 15kg으로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TV 광고에 집중…거출률 상승에 온 힘

지난해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본격적으로 TV광고를 진행했다. 자조금 규모가 크지 않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우와 한돈에 이어 닭고기란 품종 그대로의 브랜드가 전파를 탔다. 효과를 단언할 수 없지만 소비자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아이돌 중심의 치킨 광고보다 믿음직한 중년 배우를 기용하면서 닭고기의 건강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광고 시기도 주효했다. 시세가 급격히 기우는 복날 이후인 9월을 정조준 하면서 닭고기를 알렸고 그나마 소비를 독려하면서 가격 하락을 최소화 했다는 게 자조금측의 설명이다.

심 위원장은 “생각보다 효과는 좋았다고 평가한다”면서도 “처음 해보는 광고이다 보니 배울 점이 많았고 이를 시금석 삼아 공중파 노출을 더욱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TV광고 예산은 약 8억원 선. 올해 자조금은 직접 광고를 12억원으로 늘려 잡았고 차후 30억원까지 확대해 온 국민에게 닭고기의 장점을 알릴 계획이다. 광고 배정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닭고기자조금이 이렇게 광고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심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 자조금의 힘의 원천은 자본에서 나오는데 자조금의 캐쉬카우가 되기 위해 위원장 스스로 발 빠르게 뛰었다는 후문.

그는 “자조금 사업을 하는데 있어 거출률(농가들이 내는 돈의 비율)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지지부진한 거출률을 상당부분 끌어올린 게 성과라면 성과”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거출률이 중요한 이유는 거출률에 따라 정부의 매칭펀드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 위원장이 2015년 5월 취임하면서 거출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육계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요 계열사들이 심 위원장의 설득에 공감하면서 자조금 납부에 참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않았다. 그는 각 계열사 농가협의회를 수차례 찾아가 설득하기를 반복했고 한 달 간 20여일을 농가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지방으로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올해 자조금 예산은 약 6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육계협회 부회장직을 수행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아직 멀었다. 육계농가들의 거출률은 높지만 삼계, 토종닭, 종계까지 모두 동참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닭은 ‘크게’ 키우고 유통은 ‘부분육’으로

지속 가능한 닭고기 산업을 위한 핵심 키워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심 위원장은 사업가답게 ‘효율’을 꼽았다. 다른 어떤 축종보다 효율이 좋다고 여겨지는 축종이지만 육계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심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닭을 크게 키워야 된다”면서 “닭을 1.5kg으로 키우면 지육율은 50%, 3kg까지 키우면 65%까지 상승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육계시장은 마리 단위로 출하하는 비중이 높고 평균 출하비중은 1.5kg 내외여서 효율이 높지 않다. 병아리를 구입하는 비용이 전체 경영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닭 한 마리를 최대한 크게 키우는 게 농가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실제로 출하시 닭 한 마리의 비용은 평균적으로 2천원 내외이며 병아리 비용은 약 900원으로 종추구입비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심 위원장은 “1인 가구 트렌드에 맞게 닭이 작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 닭은 크게 키워야 효율이 높다”며 “부분육으로 유통하면 자연스럽게 작은 규모의 소비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즉 닭은 크게 키워 효율을 높이고 부분육․포장육으로 유통시켜 다양한 소비군에 대응할 수 있게 하자는 설명이다.

그는 또한 이를 통해 편의점 진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분육․ 포장육은 1인용에 맞는 다양한 레시피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닭을 원료로 한 천연 조미료 등 닭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군의 등장이 닭의 부가가치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소매 유통시장에서 소비자와 닭고기와의 스킨십을 높여주고 소비의 다각화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조금의 역할, 공급보다 소비에서 찾아야

올해 12월 임기가 끝나는 심 위원장은 아쉬움도 회고했다. 그간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육계산업이 공급과잉과 부족을 반복하면서 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이다. 수급이 안정을 찾아야 가격도 안정을 찾는데 AI 등 대내외 예측할 수 없는 환경변화가 이를 불가능하게 했다. 결국 공급의 불안전성은 조절하기 힘든 부분이고 소비부문의 파이를 최대한 키워야 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자조금은 산업 종사자들이 최대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소비를 확보해주는 일”이라면서 “최종 목표는 한우와 한돈과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닭고기 산업을 확대하고 국익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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