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시제 ‘교묘한 속임수’...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원산지 표시제 ‘교묘한 속임수’...소비자는 혼란스럽다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10.1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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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동 우려 표시’ 제재 근거 미약 악용 사례 급증
국내산 사용 업소에 오히려 불리한 제도로 전락
녹색소비자연대, 원산지 표시현황 실태 조사 보고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10월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쇠고기 등 육류를 중심으로 한 '음식점 등 원산지 표시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 보고회를 가졌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10월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쇠고기 등 육류를 중심으로 한 '음식점 등 원산지 표시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 보고회를 가졌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소비자들에겐 알권리를 제공하고 국내 농축산물 생산 농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허위·과장 표기는 물론 소비자의 혼동을 부추기는 사례가 범람하면서 제도 보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가 국내산으로 혼동할 수밖에 없는 표기방식에 대해선 이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나 법안 정비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발표한 ‘음식점 등 원산지 표시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쇠고기 등 육류를 취급하는 서울시내 25개구 524곳의 음식점, 인터넷, 정육점의 원산지 표시 조사결과 24.6%(129곳)가 한 음식당 2~3개국의 원산지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음식별로 여러 개 국가를 표기하고 있는 원산지에 대한 비율이 얼마인지 알 수 없는 ‘깜깜이’ 표시가 대부분인데다 섞음 등의 용어를 표기한 곳이 전혀 없어 원산지에 대한 소비자의 정보 해석이 매우 혼동스럽다는 게 녹색소비자연대의 지적이다.

혼동 부추기는 표기방식이 '일반화' 되어 가는 현실

녹색소비자연대가 이번 조사에서 가장 문제로 삼은 것은 소비자의 혼동을 부추기는 표기법이다.

출입문이나 벽면 메뉴판에는 ‘국내산 한우’ ‘국내산 한우 설렁탕’으로 표기했으나 별도의 작은표시판에는 ‘호주산’ ‘미국산’ ‘육우’등으로 표시하는 등 교묘한 표기법으로 마치 ‘국내산 한우’만을 사용하는 것처럼 표기하는 방식 등이다.

탕류의 경우 육수만 국내산 한우를 사용하고 고기는 수입육을 사용할 경우 ‘육수’만 강조해 소비자들이 한우만 사용하는 것으로 혼동하게 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법이 규정하는 소비자 혼동 우려 표기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게 설정되어 있어 법적 구속력이 약한데다 이를 위반 사례로 적발할 경우 과잉 규제에 해당할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아 느슨한 법안을 악용한 ‘혼동 우려 표시’ 사례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발표회에 참석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법안의 시행규칙에 ‘혼동 우려 표시’에 대한 예시가 나열되어 있지만 해석의 범주가 명확하지 않아 다툼의 여지가 크고, 실제로 혼동표시에 대한 법원의 과잉 규제 판결이 여러 건 나오면서 적극적인 단속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혼동 우려 표시 명확한 법적 기준 확립 ‘시급’

이처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원산지 표시방법이 일반화 되면서 당초 국내 농업인들과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을 위해 마련된 법안의 취지가 오히려 변질된 만큼 법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게 소비자단체의 지적이다.

국내산과 외국산의 가격차가 큰 현실에서 외국산과 국산을 교묘하게 섞어 사용하는 업소가 국내산 프리미엄을 온전히 누리는 등 오히려 국내산만을 사용하는 업소에게 피해가 돌아가면서 제도가 왜곡되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현옥 녹색소비자연대 서울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현재의 원산지 표시제도로는 원산지국에 대한 표시 정보를 해석하기에 소비자가 매우 혼동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내가 선택한 음식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확실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소비자가 원산지를 오해할 수 있는 ‘혼동우려 표기’에 대한 법적 제재 방안이 확실하게 마련되지 않은 현실은 업소들이 원산지 표시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악용하는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혼동우려 표기를 제대로 단속하고 제재할 수 있는 원산지 표시제도의 시행규칙 보완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발표하고 있는 박현옥 녹색소비자연대 서울협의회 운영위원장
박현옥 녹색소비자연대 서울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원산지 표시 현황 실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