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
[집중 인터뷰]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7.12.07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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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업체에겐 육계농가 모두 화이트·블랙리스트
불공정 행위 암암리 존재, 공정위 제소할 것
상대평가방식부터 손봐야…사육비 인상 요구도
2만원 근접한 치킨, 수요 감소로 농가피해 우려
기형적인 육계산업 해결은 ‘수급조절’이 핵심

지속 가능한 육계산업을 위한 조건 

“육계농가들에게 (하림, 동우 등과 같은 계열화업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도와 달라고 못합니다. 무슨 피해를 받을지 모르잖아요. 제 역할은 육계농가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업계의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한마디였다. 육계 농가들 사이에선 계열화업체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막연한 불안감의 발로라고 치부하기엔 쉽게 넘길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게 이홍재 양계협회장의 설명이다.

시대가 변했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면서 던진 화두는 ‘공정한 경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에 재벌개혁의 대명사인 김상조 교수를 앉힌 것도 공정한 산업구조를 짜기 위한 첫단추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프랜차이즈 업계에 신호탄을 날렸다. BBQ가 치킨 가격을 올리자 대대적으로 가맹점과의 계약을 들여다보겠다고 엄포를 놨고, 육계 계열화업체인 하림을 향해서는 편법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재벌개혁의 시범케이스로 점찍었다.

이홍재 회장은 수년째 포류하고 있는 육계농가와 계열업체간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기세 혜택 계열사에 유리하게 책정

육계산업에서 난제 중의 난제는 계열화업체와 계열농가 간의 갈등이다. 좀처럼 갈등의 골이 봉합되지 않는다. 계열화 업체에서는 위탁사육농가들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농가들은 사료와 병아리, 사육보수 문제로 늘 업체와 줄다리기를 한다. 업체들이 사육농가들에게 암묵적인 압박을 가하고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불이익을 준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기도 한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말한다. 이어 “정확하게 말하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릴만한 사람은 이제 다 계열사에 고개를 숙였다”고 지적하며 “계열업체에게 농가는 필요할 때만 내세우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기업에게 농가들은 화이트리스트가 되기도 하고 블랙리스트가 되기도 한다”며 “이는 업체의 입맛에 맞게 언제든 농가들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불공정 문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이 회장은 전기세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 2014년 정부에서는 FTA대책으로 도축장 전기요금 20%를 한시적(10년)으로 내리면서 농가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가도록 지시했지만 당시 계열업체들은 일방적으로 농가들에게는 수당 1원(kg당, 전기료 인하에 따른 비용 중 일부)을 지원했으며 나머지인 6.3원은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이 회장은 “농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대책이 돼야 하는데 농가에게 1원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계열사들이 앞에서는 농가들과의 상생을 외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불합리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최근인 7월 19일 전국사육농가협의회에서 계열사에 문제를 제기해 할인분의 50%를 상향 조정키로 입장을 정했으며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육보수 정산방식 ‘상대평가’ 기업 배불리기 비판

양계협회가 계열사와의 불공정거래로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육보수 평가방식이다. 하림 등 주요 계열업체들은 상대평가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농가의 사육성적에 순위를 매겨 상위권 농가에게는 인센티브를 하위권 농가에게는 패널티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는 농가간의 갈등을 촉발하고 농가가 추가적인 첨가제 등을 사용하게 하는 등 농가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 회장은 “예를 들어 계열사에서 농가들한테 100만원을 줄테니 나눠 갖으란 말이 상대평가”라며 “농가들을 줄 세워 하위농가 돈을 뺏어 상위 농가에게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방식은 농가간의 갈등만 유발할 뿐 전체적인 사육성적이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는 전형적으로 계열사만 유리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계열농가는 상위권에 들기 위해 자비를 들여 첨가제를 먹이거나 약품을 처리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농가가 많아질 경우 농가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그에 합당한 사육보수를 받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같은 상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관은 농림축산식품부 뿐인데 법적인 문제를 지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계열화업체는 농가협의회를 만들어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육계농가 전체를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해보면 아마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를 선호하는 농가가 대다수일 것”이라면서 “평가방식의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 공정한 거래가 맞는지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측에서는 절대평가가 가장 합리적이지만 굳이 상대평가를 도입한다면 총 사육비의 80%는 기본사육비로 보장해주고 나머지 20%에 대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프랜차이즈와 가맹점주와의 불공정 행위가 도마에 오르면서 양계협회는 계열사와 육계농가 간의 불공정한 거래 문제도 공정위가 합리적 판단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프랜차이즈와 가맹점주 사이의 불공정한 관계가 마치 계열주체와 계열육계농가의 관계와 흡사하다며 결국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프랜차이즈와 계열주체가 이익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치킨 소매가격 이해 힘들어···인상 단행시 불매

상품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상품을 만드는 원료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보통 상품가격이 오르면 원료를 공급하는 생산자는 환영하기 마련. 소비자 가격에 붙는 추가 이익이 생산자에게도 전이되기 때문이다.

치킨 가격의 상승은 단순히 생각해보면 원료인 닭을 공급하는 농가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치킨 가격이 올라 수요가 줄어들면 오히려 시장에는 공급이 넘쳐 닭고기 가격이 곤두박질 칠 수 있어서다. 또한 치킨 가격이 올라 발생하는 이익이 사육 농가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도 해서다. 지난 6월 BBQ 등 치킨 프렌차이즈업계가 가격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양계협회가 불매운동을 거론하며 크게 반발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홍재 회장이 설명하는 프랜차이즈업체와 가맹점 계열주체와 육계농가 사이의 모식도.
이홍재 회장이 설명하는 프랜차이즈업체와 가맹점 계열주체와 육계농가 사이의 모식도.

이홍재 회장은 불매운동 취지에 대해 “초복(7월 12일)을 앞두고 수요가 사라지고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농가입장에서는 우려할만한 일”이라면서 “양계산업은 한 해 장사가 복날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치킨 가격인상에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복날은 닭고기의 30%에 달하는 물량이 소진돼 양계농가에서는 복날을 닭고기 판매의 최고 성수기로 꼽고 있다.

그는 이어 “육가공업체에서 프랜차이즈에 공급하는 공급단가가 한 마리당 평균적으로 2천원대 후반이나 3천원대 초중반인데 중간 유통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치킨 2만원은 이해하기 힘든 가격”이라며 해마다 가격 인상을 저울질 하고 있는 프랜차이즈업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실 양계협회의 불매운동을 단순한 ‘생떼’로 치부하기에는 프랜차이즈업계의 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다. 10년 전부터 양계협회는 프랜차이즈 업계와 상생을 요구해왔지만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해왔으며 오히려 치킨 가격은 꾸준히 올라갔다. 더구나 이번 AI로 닭고기 가격이 치솟자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가맹점주들의 경영난을 이유로 가격 인상의 불가피함을 주장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세무조사 등 압박 수위를 높이자 돌연 가격인상을 철회하면서 진정성에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프랜차이즈업계의 명분없는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 중심 산업구조 재편… 결국 수급조절이 답

현재 육계농가들은 계열화에 참여해 닭을 생산하는 방법 외에 일반사육으로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다. 계열화에 참여하지 않고 닭을 출하할만한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농가들은 계열업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육계 계열화율은 이미 90% 넘어 산업 구조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이 회장은 “육계 농가들이 이런 구조 속에 편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서 “가격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을 앞둔 최근 닭고기 가격은 9일만에 800원이 뛰어 2배에 가까운 가격등락을 보이고 있다. 하루에도 10~20%의 가격차를 보이는 육계는 예전부터 투기성품목이라 불렸다. 계열화사업에 참여해 일정한 보수를 받는 방식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결국 수급조절만이 답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수급조절이 돼야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일반사육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사육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 계열화업체들도 농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지금처럼 일방적인 거래관행이 깨질 수 있어서다.

이 회장은 “수급조절이 가장 어려운 문제지만 결국은 수급조절이 돼야 육계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면서 “정부·계열화업체·농가가 모두 합심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중지를 모으는게 장기적으로 육계산업이 발전하고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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