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축산 현장을 가다(2)
호주의 축산 현장을 가다(2)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10.2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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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육+체험농장 겸업하는 ‘Edale’ 농장
도시와 가까운 지리적 특성 살려 일부는 체험농장으로 활용
높은 인건비 감안 도축‧가공‧포장 기술 섭렵...적용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축산물처리협회 연수단 일행이 방문한 두 번째 농장은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약 3시간여 거리에 있는 헌터 밸리라는 곳에 소재한 ‘Edale(에데일)’ 농장이다.

헌터 밸리는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주 동쪽으로 흐르는 헌터강의 이름을 딴 지역으로 호주내 최고의 와인 재배 지역으로 손꼽힌다. 호주 역시 우리나라와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농장이 생기고 도시가 발생하는 긴 시간적 흐름 속에서 도시와 가까운 농장들은 지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농장을 폐업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Edale 농장 역시 마찬가지다.

약 40여년 간 이어져온 가족 농장인 이곳은 현재 일부는 초지를 활용해 3백여 마리의 육용우를 목초방목하고 있으며, 일부는 도시 근교에 위치한 잇점을 살려 코알라와 캥커루, 양, 사슴, 공작, 노루 등 다양한 동물들을 사육하는 체험 농장형으로 목장을 운영하는 등 사육과 체험의 이원화된 방식으로 목장을 운영 중이다.

Edale 농장에서 방목 중인 소들
Edale 농장에서 방목 중인 소들

소수 품종으로 알려진 ‘갈러웨이’ 사육

Eadle 농장 역시 호주의 웬만한 농장이 그러한 것 처럼 1000 에이커(약 1200여평)에 달하는 시냇물이 흐르는 넓은 초지를 확보하고 있다. 특이할 만 한 점은 Galloway(갈러웨이)라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육용우 품종을 사육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장장 팀 샘슨씨.
농장장 팀 샘슨씨.

갈러웨이는 소의 품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영국 품종으로 검은색이나 은갈색 털을 지니고 있다. 농장의 소들은 거의 검은색 털을 가진 소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언뜻 보면 앵거스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김새와 털의 색깔이 비슷하다. 갈러웨이의 경우 현재 호주뿐만 아니라 영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숫자는 매우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Eadle 농장이 갈러웨이 품종을 고집하는 이유는 강한 풍미와 부드러움 그리고 다즙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목초 방목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의 지방침착(마블링)이 이뤄지는 것도 갈러웨이의 특징이라고.

쇠고기의 풍미와 부드러움에서 다른 쇠고기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는 게 목장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다른 품종 보다 식성이 좋아 섭취량이 많고 그만큼 비육속도도 빠르다.

농장에서 사육되는 갈러웨이 3백두는 모두 내수용으로 대부분 18~24개 월령에 도축하고 있다. 우리와 같이 소들에게는 개체 이력과 등록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교배에 있어선 보다 자유롭다. 1마리의 숫소가 25~30마리의 암소를 거느리며 자연종부로 번식과 교배가 이뤄진다.

자연종부가 질병 감염에 쉽게 노출되고, 쇠고기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팀 샘슨 농장장은 “호주의 축산업 여건(농장간 거리 등)과 철저한 방역 시스템으로 질병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쇠고기 품질은 갤러웨이라는 미세한 마블링을 가진 특별한 품종 그리고 24개월령 이내 도축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건비가 높아 개체별 인공수정은 어려운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생리적 활동(동물 복지) 등을 고려해 자연 교배와 수정(자연종부)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갈러웨이 종은 극한의 온도와 기후는 물론 질병 저항력도 매우 강해 광범위한 조건에서 사육될 수 있는 특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다. 1971년 12~15개월 미만의 송아지 경진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며 호주 전역의 농가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갈러웨이를 사육하는 농가들은 품종의 장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호주 최대의 농업 박람회 중 하나인 '시드니 로얄 이스터쇼( Sydney Royal Easter Show)' 에 매년 출전해 갈러웨이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호주 갤러웨이 마케팅협회(공식 명칭은 갤러웨이 소&쇠고기 마케팅협회, Galloway Cattle and Beef Marketing Association Inc)가 1997년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비용 절감 위해 도축‧가공 기술 연마

아버지로부터 목장을 이어받은 에데일 목장 대표 그렉 벤티씽크(Greg Venticinque)씨는 낮에는 기계 정비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목장 일을 돌보는 투잡(two job)을 유지해왔으나 엔지니어의 특성상 50세 전후로 은퇴를 맞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에서 목장 운영에서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결국 베티씽크 씨는 5~6년에 걸쳐 소의 도축과 가공, 포장 기술을 공부했고, 2010년에는 헌터벨리에 작은 육가공공장을 지어 목장에서 생산된 고기들을 숙성해 가공, 포장하는 사업까지 영역을 발전시켰다.

외부에 위탁했던 고기의 보관과 가공, 포장에 투입됐던 각종 비용 들을 크게 절감하면서 Edale 목장은 자신이 생산한 쇠고기를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최고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가족 중심의 농장’을 농장 운영의 최고 가치이자 철학으로 삼고 있는 벤티씽크씨와 그의 아내는 향후 목장 입구에 그들이 기른 소를 직접 가공, 판매하는 정육점(Bucher shop)을 내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그동안 인터넷과 이메일 주문 등을 통해 고기를 판매해온 벤티씽크 씨는 소비자들과의 대면판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벤티씽크 씨는 그의 목장 홈페이지에서 “앞으로 목장의 이름을 내건 정육점이 완성될 경우 목장에서의 생산과 도축, 가공, 그리고 판매까지의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명규 축산물처리협회장을 비롯한 연수단이 갈러웨이 소가 먹는 맥주박 사료를 살피고 있다. Edale 농장의 소들은 방목으로 키워지고 있지만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맥주박 등을 급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규 축산물처리협회장을 비롯한 연수단이 갈러웨이 소가 먹는 맥주박 사료를 살피고 있다. Edale 농장의 소들은 방목으로 키워지고 있지만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맥주박 등을 급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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