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업계 하이앤드 마켓팅의 절정 '빅터처칠(Victor Churchill)'을 찾아서
정육업계 하이앤드 마켓팅의 절정 '빅터처칠(Victor Churchill)'을 찾아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10.2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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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디자인+사람+상품으로 ‘차원이 다른 정육점’ 만들어
정찬 코스요리 시드니 찾는 관광객 특별 상품으로 ‘주목’
호주의 축산 현장을 가다(3)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호주 시드니의 유명 정육점 빅터처칠은 ‘1백년 넘는 정육점’, ‘루이비통을 파는 정육점’ 등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시드니의 관광코스로까지 꼽히고 있다.

천혜의 자연과 유명 건축물을 보유한 호주에서 ‘정육점’을 찾아간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빅터처칠만의 스토리,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열정과 도전의 역사를  이해하고 나면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지 고개가 끄덕여 진다.

빅터처칠은 지금부터 140여 년 전인 1876년 이민자인 처칠가족이 정육점을 열어 운영해 온 것이 역사의 시작이다. 그 이후 몇 번의 주인이 바뀌다  1970년 네 번째 주인인 빅터 푸하리히(Victor Puharich)가 인수한 뒤 정육점에 장인정신을 입혀가며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창업자인 처칠가와 이를 인수한 빅터가에서 창업자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반반의 이름을 따서 ‘빅터처칠’로 이름 붙여졌다.

1백년 넘은 박물관급 정육점, 빅터처칠이 시드니의 명물이 된 것은 빅터 푸하리히의 아들인 빅터 앤소니(Victor Anthony)가 사업에 적극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앤소니는 호주 최고의 쇠고기, 돼지고기, 우유 등을 생산하는 농가들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는 등 “최고 품질의 고기를 공급하겠다”는 철학을 갖고 빅터처칠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2009년에는 최상급 고기에 걸맞는 새로운 개념의 매장 공사와 리뉴얼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육점’이라는 찬사를 얻으며 지금은 매년 수 만 명이 방문하는 시드니의 명소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됐다.

축산물처리협회 연수단과 함께 방문한 '세계적인 정육점 빅터처칠’을 5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본다.

빅터처칠의 외관 모습. 투시형 냉장 이중 유리관으로 짜여진 외벽에선 고기와 가금류 가공에 대한 시시각각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빅터처칠의 외관 모습. 투시형 냉장 이중 유리관으로 짜여진 외벽에선 고기와 가금류 가공에 대한 시시각각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빅터처칠의 ‘디자인’

빅터처칠이 위치한 시드니 퀸 스트리트(Queen Street)는 시드니에서도 고급 주택가와 상점이 즐비한 곳으로 특이한 스타일의 부티끄 매장이 줄지어 서있다. 빅처터칠은 이 거리의 한 가운에 위치해 있지만 결코 외관이 뒤지지 않는다. 유리로 된 벽 외관은 물론 정육점 안쪽 곳곳이 ‘단순한 정육점’ 이상의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원래 두바이와 라스베가스의 대규모 리조트나 호텔처럼 큰 프로젝트를 했던 인테리어 회사인 드림타임(Dream time)은 빅터처칠의 스토리와 리모델링 얘기해 흥미를 느껴 인테리어를 맡게됐다고 한다. 오래된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찾은 이들은 유럽의 고전 정육점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을 진행했다.

빅터처칠의 전면 외관에는 투시형 이중 냉장 유리창이 있어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육류의 소비 패턴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또 다른 유리 벽을 발견할 수 있다.

빅터처칠측은 “유리 벽은 부쳐(정육업자)들이 그들의 물건을 전시하는 무대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각각의 고기들이 섬세하게 준비될 때 영감을 주고 고객들에게 극장을 제공하게 된다”고 말한다.

별도로 마련된 드라이에이징 공간의 경우 바닥에서 천정까지 이어지는 기둥은 모두 히말라야 소금 벽돌로 지지되어 있다. 파키스탄 히말라야산맥에서 공수한 소금 벽돌로 만든 이 벽은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며 공기습도를 낮춰 고기 건조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빅터처칠은 2010년 뉴욕 국제 실내 디자인 어워드에서 ‘Best of the Year(올해 최고의 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정육점으로는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면서 최상류층을 겨냥해 판매하는 ‘하이앤드 마켓팅’의 절정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매장의 유리공간 안에서 고기를 가공하고 있는 직원들.
매장의 유리공간 안에서 고기를 가공하고 있는 직원들.

빅터처칠의 ‘상품(고기)’

지금의 빅터처칠을 일군 빅터 안쏘니 씨는 “사업은 잘 알지 못했지만 부쳐샵(정육점)에 대한 열정과 오직 최고 품질의 고기를 공급하겠다는 일념 하나가 지금의 빅터처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빅터처칠 홈페이지 인용).

이처럼 빅터처칠은 뛰어난 외관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호주 내 최고 품질의 육류 공급과 그게 맞는 인재 및 서비스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주에서 가장 질 좋은 풀사료를 기반으로 쇠고기를 생산한다는 오코너 비프(O’CONNOR BEEF)와 함께 호주의 일반적인 정육 코너에서는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곡물비육 쇠고기는 물론 수 개월간 건조 숙성한 숙성육 여기에 돼지고기의 와규라 불리는 쿠로부타 포크(KUROBUTA PORK)와 송아지 고기 그리고 저지종의 목초우유와 목초 방목으로 키워진 닭고기, 태양열 해수소금까지 모두 최상급 재료로 정육점을 가득 채운 것으로 자부심을 뒷받침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빅터처칠은 자신들이 가공하는 최고의 육류에 어울리는 빵과 비스킷를 매장에서 직접 굽고 고기에 어울리는 각종 소스를 개발, 판매하는 등 고기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70일 기간 곡물비육한 블랙앵거스를 드라이에이징 한 고기의 판매 진열 모습과 드라이에이징룸.
270일 기간 곡물비육한 블랙앵거스를 드라이에이징 한 고기의 판매 진열 모습.
매장내 설치된 드라이에이징룸(건조숙성실).
매장내 설치된 드라이에이징룸(건조숙성실).

빅터처칠의 ‘사람’

빅터처칠의 가장 차별화된 점은 인테리어와 상품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가장 특별한 점은 바로 ‘사람’에서 찾을 수 있다.

빅터처칠 역시 그들의 직원, 즉 사람을 가장 차별화된 요소로 꼽는다.

고기를 발골하고 정형하는 기술자와 요리사, 매니저, 고객 서비스 매니저, 제빵 기술자(베이커리 요리사)등으로 구성된 빅터처칠 직원들은 그들의 열정, 경험, 전문지식을 결합해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은 세계 요리대회 수상자 출신들이 다수이며, 육류 숙성과 가공을 위한 최첨단 장비가 마련되어 있어 고기에 대한 상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상시 직원은 약 13명으로 모두 연봉 1억 4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빅터처칠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자부심과 열정은 남다르다.

빅터처칠의 ‘역할’

빅터처칠은 정육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외관과 최상급 인테리어 재료 공급으로 알려져 있지만 좀 더 깊숙이 안을 들여다보면 보다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있다.

고기를 요리로 한 새로운 소비 제안 등 정육유통업계에서의 빅터처칠 역할과 이를 위해 제공하는 각종 정찬 코스와 소규모 (칵테일)파티 등이다.

빅터처칠은 세계적 수준의 직원들로 구성된 전문가 팀을 구성해 고기의 종류와 품종, 정형과 골발, 고기 요리와 소시지 만들기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미각과 요리 능력을 배가하기 위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특히 분야별로 편성된 교육은 교육생에게 맞는 다양한 종류의 수업으로 세분화해 교육생들을 맞고 있다. 수업과정에는 ▲비프 부쳐리(Beef Buchery-호주산 쇠고기의 다양한 품종과 사육방법, 숙성 기술에 대한 이해) ▲부쳐리 테크닉(Buchery Techiniq-집에서 직접 고기를 골발하고 정형하는 방법) ▲소시지 메이킹(Sausage Making- 가정에서의 스테이크 조리법과 빅터처칠의 소시지 만들기 기법 전수) ▲토크 앤 테이스트(Talk and Taste- 목초지와 곡물쇠고기 와규 쇠고기 등의 차이점과 숙성, 사육방법에 대한 이해를 와인과 함께 시식) 등을 진행하는 맞춤형 교육 등이 설계되어 있다.

빅터처칠의 수업이나 요리 강의는 선물권으로도 판매중인데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시드니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빅터처칠 방문이 늘면서 여행객들의 새로운 아이템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빅터처칠은 “어떤 이유로 시드니를 방문하든 간데 우리 빅터처칠 드리팀은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고기의 골발과 정형을 가르치고 있는 수업모습.
고기의 골발과 정형을 가르치고 있는 수업모습.

빅터처칠의 ‘이벤트’

빅터처칠을 차별화된 정육점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는 빅터처칠을 일부만 이해하는 것이다.

저녁 5시(일요일)~6시(월~토)면 정육점은 문을 닫지만 이후의 빅터처칠은 최상급 고기들의 정찬 요리와 갓 구운 빵, 치즈 등을 주 메뉴로 하는 코스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단순히 고기를 썰어 판매하는 정육점에서 저녁시간에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정찬코스에는 쇠고기와 닭고기, 오리고기 등 빅터처칠에서 판매하는 고기와 치즈들을 활용한 코스요리와 이곳에서 가공된 살라미와 치즈, 빵 등이 제공되며 이밖에도 발골 시연 및 맞춤형 이벤트와 기타 서비스까지 다양한 성격의 만찬을 고객이 직접 제안하고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정찬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칵테일 이벤트를 활용할 수도 있다.

빅터처칠은 고기의 원재료와 숙성 고기뿐만 아니라 원육이나 내장, 간 등을 이용해 직접 가공한 다양한 육가공품을 진열, 판매하고 있는데 칵테일 파티에선 육가공품을 활용한 갖가지 요리를 즐길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최대 5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칵테일 이벤트 역시 고객이 직접 파티를 디자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직접 매장을 찾지 않고 홈파티나 가정에서 완성된 요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요리’도 제공하고 있다.

빅터처칠은 친구와의 식사, 가족과의 파티, 각종 행사에 그들이 제공한 요리로 식탁을 채울 것 자신 있게 권유한다.

“우리가 조리한 다양한 고기요리와 바비큐, 육가공품, 치즈 플레터는 고객의 주문에 가장 적합하게 만들어질 것”이라는 설명처럼 1백여 년 넘게 이어져온 전통과 명성에 걸맞는 부쳐샵의 열정과 노력은 오늘의 전 세계적인 빅터처칠을 있게 한 원동력임을 확인하게 해 준다.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세계적인 정육점으로 발돋움한 배경에 대해 빅터처칠은 성공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시작은 보잘 것 없었지만 고기를 정형하고 발골하는 부쳐샵(정육점)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노력, 헌신이 오늘의 빅터처칠을 만들었다”고.

축산강국 호주의 비밀은 광활한 초지와 막대한 사육두수 등 공급 능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그 이후의 가공과 유통과정까지 중시하며 스토리를 입히고 보다 차별화된 점을 찾아나가는 노력에서도 찾을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지나치게 생산에만 치우쳐진 우리 정부와 관련업계의 정책 방향과 지원, 관심을 유통업계까지 확대하는 것이 고기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소비 출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또 다른 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빅터처칠 사례가 충분히 설명해 주고도 남음이다.

빅터처칠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유도하며 새로운 정육점의 모습과 모델을 그리고 있다. 사진왼쪽은 매장 안에서의 다이닝 파티와 제공되는 스테이크(사진:빅터처칠 홈페이지).
빅터처칠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유도하며 새로운 정육점의 모습과 모델을 그리고 있다. 사진왼쪽은 매장 안에서의 다이닝 파티와 제공되는 스테이크(사진:빅터처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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