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농민들 ‘결사 항쟁’ 의지 불태워
정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농민들 ‘결사 항쟁’ 의지 불태워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10.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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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장관회의서 결정, 홍남기 부총리 “개도국 특혜 주장 안할 것”
농민단체 “정부 트럼프 하수인, 문재인 대통령 퇴진까지 불사” 결의 다져

[팜인사이트= 이은용 기자] 정부가 농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전국의 농민들은 대규모 집회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홍남기 부총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공개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이날 회의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이태호 외교부 2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회의가 끝난 후 홍남기 부총리는 브리핑을 통해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결정한 현재 농산물 관세율이나 농업보조금총액(AMS)은 새 농업협상이 타결되고, 각국이 이행계획서를 제출·검증한 뒤 국내 비준 등 절차를 마무리할 때까지 유지된다”면서 “우리 경제의 위상과 대내외 여건, 경제적 영향을 두루 고려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공식화 했다.

그러면서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해도 선언적 의미 외에 새로운 협상 타결까지는 불이익은 없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개도국 포기 선언이 앞으로 전개될 각종 FTA(재협상 포함) 등 국제 협상 국면에서 그동안 받았던 혜택을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업계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규탄하는 농민들이 청사에 진입하려고 하자 경찰들이 막고 있는 모습.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규탄하는 농민들이 청사에 진입하려고 하자 경찰들이 막고 있는 모습.

이에 농민들은 정부의 이런 결정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 퇴진까지 불사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33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단체장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 집결해 반대의 목소리를 부르짖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규탄발언에서 “우리 정부가 트럼프의 하수인인가. 어떻게 트럼프 말 한마디에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지금까지 농민들은 우루과이라운드 때부터 희생과 피해만 입어오고 있다. 최후의 보루(WTO 개도국 지위 포기)였던 것까지 사라진다면 농민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부가 각종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리 농민들은 믿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뭐를 해준다고만 했지 실제로 이뤄진 게 없다. 정부가 농민은 국민 대접도 안 해준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퇴진까지 불사하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영호 한국농축산연합회 회장도 “어떻게 정부가 아무런 조건 없이 트럼프 말 한마디에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행동에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가을걷이가 한창인 현장에서 일손을 놓고 여기에 올라온 농민들의 심정은 피가 마르고 있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정부에 따져 물었다.

임 회장은 또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 300만 농민들은 촛불혁명 아닌 횃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을 규탄할 것”이라며 “앞으로 농민단체 간 실무협상을 거쳐 대규모 집회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행덕 전농 의장이 경찰들과 대치하면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박행덕 전농 의장이 경찰들과 대치하면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서도 “계속되는 수입개방정책으로 국내 농산물 값은 연쇄폭락을 맞았고, 농지투기정책은 과반 수 이상의 부재지주를 낳았다”면서 “농가소득 대비 농업소득 비율, 국가예산 대비 농업예산도 역대 정권 중 최저치를 찍었다. 한국농업은 적폐농업정책으로 무너져 버려진지 오래”라고 현 상황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한국농업을 미국의 손아귀에 갖다 바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기어코 농민의 애원을 무시하고 포기를 선언한 만큼 농민들도 이 정권과 맞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처럼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농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만큼 앞으로 이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첨예화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