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3]종자 국산화 ‘더도 덜도 말고 딸기만 같아라’…자급률 95%↑ 달성
[특별기획3]종자 국산화 ‘더도 덜도 말고 딸기만 같아라’…자급률 95%↑ 달성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10.31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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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품종과 경쟁력 우위 선점…세계가 인정한 고품질 국산 딸기
딸기산업 ‘제2의 도약’ 위해 기존 품종 뛰어넘는 새 품종 개발 나서야
김대영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채소과 농업연구사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그동안 우리가 즐겨 먹고 있던 후지 사과, 신고 배, 궁천조생 감귤, 천중도백도 복숭아, 거봉, 샤인머스켓 등이 어디에서 왔을까. 다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이처럼 우리가 실생활에서 즐겨 먹던 과일이나 채소 등의 품종이 우리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농작물 과수와 채소, 화훼 상당수의 종자가 일본 품종이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별로 없다.

이로 인해 한 해 동안 일본 품종을 쓰는 대가로 수백억 원의 로열티가 나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그만큼 종자는 일본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학계 등에서는 종자 국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일본 의존도에서 벗어나 당당히 국산화에 성공한 품목도 생겨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품목이 딸기다. 딸기는 지난 2005년 당시 일본 품종이 국내 딸기생산량의 대부분을 점유해 국산 종자 자급률이 9%에 불과했지만 산·학·관 협력을 통한 R&D추진과 농정 협업으로 2016년 ‘설향’ 딸기 국산 종자 자급률이 93%를 달성했다.

이는 품종 국산화를 통해 로열티 부담을 덜고, 농가소득을 증대시킨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딸기 품종 개발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김대영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채소과 농업연구사에게 딸기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대영 농업연구사.
김대영 농업연구사.

-딸기를 일본 품종에서 국산 품종으로 대체한 이유는.

‣딸기는 원예작물 중 생산액이 가장 많고 농가 소득이 높은 주요 작물입니다. 그러나 2005년 국내 재배 품종의 90% 이상이 육보, 장희 등 일본 품종이었고 2006년 한·일간 로열티 협상 당시 연간 30억 원 내외의 로열티(품종사용료)를 부담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당면 현안에 대응하고자 농진청, 딸기 주산지 각 도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 농촌진흥기관을 중심으로 딸기연구사업단을 구성하고 딸기 신품종 개발과 보급 확대, 국산 신품종에 대한 맞춤형 재배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현재 딸기 품종의 국산화는 어느 정도 진행됐는가.

‣2005년 당시 딸기 국산화율은 9% 내외로 매우 낮았습니다. 다행히도 ‘설향(2005년 논산딸기시험장 개발)’ 등 우수한 국산 품종의 개발과 보급 확대로 말미암아 올해는 국산 품종이 95% 이상으로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산화율 제고 성과는 짧은 기간에 이뤄낸 쾌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05년 당시 딸기 연간 생산액은 6457억 원이었으나 2017년의 딸기 연간 생산액을 보면 1조 3964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품질이 우수하고 수량이 많으며 겨울철 이른 수확이 가능한 국산 품종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국산 품종의 맞춤형 재배 기술 개발과 고설 수경재배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단위면적당 생산량과 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국산화된 딸기 품종들을 소개한다면.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국산 품종은 40여종으로 연간 1∼2품종을 농촌진흥기관을 중심으로 개발했습니다. 그 중에서 국산 품종 기여도가 높은 품종으로 ‘설향’, ‘매향’, ‘죽향’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겨울철에서 봄철 사이에 시장에서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딸기는 ‘설향’입니다. ‘설향’은 흰가루병 등 병충해에 강해 친환경 재배가 가능하고 겨울철 이른 수확이 가능하며 당도 등 품질이 우수한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국내 재배 면적의 84% 정도가 ‘설향’입니다. ‘매향’은 과실이 작아 내수용 보다는 저장성이 좋아 주로 홍콩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선딸기 수출 주력 품종입니다. 딸기는 연간 4800만 달러를 해외로 수출하는데 그중에서 약 70∼80% 정도가 ‘매향’ 품종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죽향(2012년 담양센터 개발)’은 첫 수확은 1∼2월로 늦지만 당도, 경도 등 품질이 우수해 고품질 품종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국산 품종이 일본 품종과 비교해 얼마나 우수한가.

‣대표적인 국산 품종인 ‘설향’은 과거에 재배됐던 일본 품종인 ‘장희’, ‘육보’와 비교해 품질과 수확량, 재배 용이성 측면에서 모두 우위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장희’와 ‘육보’ 품종을 재배했던 농가 대다수가 ‘설향’ 품종으로 빠르게 품종을 대체해 재배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확기 가장 문제시 되는 흰가루병에 대해 저항성을 가지고 있어서 재배하기가 무척 수월합니다. 과실 품질 면에 있어서도 당도와 산미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고 과즙이 풍부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재배 환경과 농가 기술 여건에 따른 과실 품질 차이도 크지 않은 것이 장점입니다.

-딸기와 다르게 국산 품종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품목이 많은 이유는.

‣보통 하나의 품종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작물에 따라 7∼15년의 많은 연구 기간과 인력 및 예산이 함께 소요됩니다. 특히 개발된 신품종이 재배 농가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5∼10년 정도가 필요합니다. 양질의 우수한 품종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품종 개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국산 딸기 품종 설향.
대표적인 국산 딸기 품종 설향.

-앞으로 국산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실 계획인지.

‣단기간에 딸기 품종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로열티 현안 문제를 해결했지만 현재의 딸기 산업은 하나의 품종으로 편중돼 재배되고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 딸기 산업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기존의 국산 품종을 뛰어넘는 우수한 새로운 품종의 개발과 품종 다양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기관의 딸기 육종 담당자들은 고품질과 재배가 용이한 품종의 개발을 통해 딸기 산업의 외연을 넓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초겨울부터 맛좋은 딸기가 본격적으로 출하될 예정입니다. 일본 등 해외에서도 인정한 고품질의 국산 딸기입니다. 딸기 재배 농가의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소비자 여러분께서는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된 국산 딸기 많이 드시고 건강한 연말연시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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