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이제 방역 시스템도 혁신이 필요하다
[전문가칼럼] 이제 방역 시스템도 혁신이 필요하다
  • 팜인사이트
  • 승인 2019.10.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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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길애그리퓨리나 전략마케팅부 이노베이션팀 이일석 이사

 

현재 대한민국은 ASF 방역 대란으로 생물학전을 방불케 하며 온 동네 도로와 차량들을 몽땅 소독약으로 뒤집어 씌워 사람에게도 당장 죽을병이 다가온 것처럼 생난리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돼지고기 소비를 급감시켰다.

과연 도로를 통과하는 모든 차량에 소독약을 뿌려대는 것이 맞는 일일까?

요즘은 스마트폰만 갖고 있으면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고 좌석은 몇 개 비어 있는지 부처님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 수 있고 네비게이션으로 전국의 교통 상황도 전부 모니터링되고 있다.

GPS가 탑재된 축산차량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므로 질병 오염의 주요 몸통인 출하, 분뇨, 사료 차량만 전부 세우고 교통 흐름에 지장이 없도록 별도의 공간에서 강력하게 세척 소독해 주면 일반 차량까지 몽땅 소독하느라 드는 막대한 방역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강력한 분무 노즐로 차량 하부의 오염물을 세척하는 시스템은 국내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고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지금처럼 환경오염을 유발하며 대규모로 농가와 돼지를 도려내는데 치르는 예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반 차량에 대해서는 소독약을 흠뻑 적신 부직포 등을 도로 바닥에 두툼히 깔아 두어 지나가도록 하는 보통 수준의 방역을 실시하고 질병 전파의 몸통에 해당하는 주요 축산 차량에 대해서는 각 시,도를 진입하는 경계부터 농장에 이르는 동안 2~3단계로 다중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면 매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역을 할 수 있다.

즉, 잘 정비된 축산 차량의 GPS 시스템을 통해 정확하게 선택된 목표에 한정된 자원을 집중시키는 국가 방역 시스템의 혁신이 가능하다.

또한 지난 2011년 FMD 이후 줄곧 문제 제기가 되어왔던 교차 오염이라는 역효과와 비효율의 상징이 되어버린 사료 환적장이 거점소독시설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어째서 환적장과 거점 소독시설을 거치기 위해 온갖 차량들이 한 곳에 모여 아수라장을 만들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오염원을 다같이 공유해야 하는가?

넌센스나 다름없는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추후 SOP 개정에 반영해 주어 방역 시스템을 단순화하면서도 강력한 효과를 달성해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축산차량들이 공유하는 도로는 사실상 오염지대이고 아무리 다중으로 거점 소독 시설을 거친다 하더라도 별 소용이 없는 예산만 낭비할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로 질병의 숙주인 돼지가 있는 농장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며 모든 차량들이 농장에 진입하기 직전 입구에 핵심이자 몸통 오염원에 해당하는 출하, 사료, 분뇨 차량의 유기물을 완벽하게 세척하는 세륜, 세차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멧돼지, 고양이 등 야생동물의 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농장 외부에 이중으로 펜스를 치고, 가급적 농장 내부로 차량의 진입을 차단하되 부득이하게 진입해야 하는 경우 차량의 이동로와 사람 및 돼지의 이동로를 따로 구분하는 농장 내부의 펜스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다양한 방역 개선점들이 있겠으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위에 언급된 사항들에 대하여 정부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농가를 지원하고 올바른 국가 방역 시스템 구축에 인적 물적 자원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역사는 후퇴하지 않고 전진하듯이 이제 대한민국의 방역 시스템도 새로운 사고로의 전환을 통해 수많은 농가들과 연관산업 종사자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전가하던 과거의 낙후된 방역 SOP에서 벗어나 선진 기술을 도입한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몸통 방역 SOP로 전환함으로써 국가 방역 시스템의 혁신을 만들어 주길 거듭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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