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역사 속으로10] 맛있는 쌀을 고르는 기준 ‘쌀등급표시’-1
[팜 역사 속으로10] 맛있는 쌀을 고르는 기준 ‘쌀등급표시’-1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8.05.25 10:09
  • 호수 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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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등급표시제도 변천사

쌀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농산물이다. 연간 400만톤 이상의 쌀을 생산하고 1인당 61kg에 해당하는 쌀을 1년 동안 소비한다. 제일 많이 먹는 농산물이지만 맛있는 쌀을 고르는 기준인 등급표시제도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올해부터 의무화됐다. 등급표기가 사실상 품질기준이 아니었던 과거부터 의무화되는 과정을 짚어보았다.[편집자 주}

1970년대 쌀 등급 표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량이었다. 1971년 2월부터 쌀이 종이포장으로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포장지에 생산년월일, 수분함유량, 중량 및 가격을 표시하도록 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홉, 되 등의 전통적 계량으로 거래하던 것에서 벗어나 kg의 표준계량이 도입되는 시점과 맞물려 중량에 대한 표시가 가장 중요한 표기였다.

또한 추곡수매제가 도입되면서 수매 과정에서 등급제도가 도입됐다. 추곡수매 검사등급은 1등품, 2등품, 3등품, 등외품의 4개로 분류했다. 등급사정기준은 습도, 정립, 용적중, 피해입, 이종곡립, 이물 등 6가지의 기준으로 판단했다. 당시 어떤 등급을 판정받느냐에 따라 농가의 수익이 하늘과 땅 차이로 났기 때문에 농가들은 1등급을 받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으며 일부에서는 농산물검사원을 매수하는 등의 부패사례도 발생했다.

추곡수매를 위한 등급제 도입

80년대로 넘어오면 본격적인 규격화에 대한 규정이 나오기 시작한다. 80년대 규격화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공산품을 모델로 기준을 만들어 맛이나 품질보다는 규격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매일경제 1981년 4월 20일자 농산물 규격화 사업 본격 추진 기사에 보면 농협이 농산물표준규격을 발표한다. 당시 쌀의 표준규격을 보면 가장 좋은 쌀은 수분이 16% 이내인 것을 비롯, 쌀알의 4분의 3 이상이 분상질로 되어 있는 분상질립이 3% 이내, 큰 싸라기 7% 이내, 작은 싸라기가 1% 이내, 벼가 1.5kg 중에 5개 이내, 들이 2개 이내, 쌀 이외의 곡물이 10개 이내어야 한다.

추곡수매를 위한 등급검사를 농민들이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추곡수매를 위한 등급검사를 농민들이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큰싸래기(대쇄립)는 1.7mm 방안체로 쳐서 체위에 남는 쇄립으로서 그 길이가 완접립의 평균길이의 2분의 1 미만인 것을 말하고 소쇄립은 1.7mm체는 통과하고 1.5mm 체위에 남는 것을 말한다. 또한 정상적인 쌀 색깔이 아닌 착색립이 0.1% 이내 이어야 특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 포장규격을 10kg과 20kg으로 통일해 거래토록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10kg과 20kg 포장이 1980년대 이후 정착된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 초에 농협이 발표한 쌀 품질규격의 특품과 현재 쌀 등급 기준의 특 등급과 큰 차이가 없다.

1990년대 역시 추곡수매제가 유지되면서 쌀의 품질보다는 벼의 품질에 기준을 두고 있었다. 수매할 때는 쌀이 아닌 벼이기 때문이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를 앞두고 정부는 쌀 품질에 대해 언급하면서 추곡을 품종별·지역별로 구분해 수매한다고 발표하기도 한다.

우루과이라운드로 가공용 쌀이 수입되고 이후 10년간 유예됐던 밥쌀용 쌀은 2004년 관세화 협상에서 매년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것으로 협상이 타결되면서 부분 개방이 됐다. 이후 수입산 쌀과 경쟁하기 위해 고품질과 브랜드화가 쌀산업의 주요 정책으로 자리 잡게 된다.

양곡표시제 도입

정부는 2004년부터 포장양곡 표시제도를 도입했다. 포장양곡의 경우 품목, 생산연도, 중량, 품종, 원산지, 도정연월일, 생산자, 가공업자 또는 판매원 등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2007년 1월부터는 생산자 또는 판매업자가 포장 쌀 제품에 "품종 명"을 표시하려면 표시 품종의 순도가 80% 이상이 되어야 하고, 그 이하인 경우 “일반계”로 구분 표시하도록 의무 규정함에 따라 소비자는 표시된 정보를 보고고품질 포장 쌀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쌀·현미의 품종표시는 품종명을 모를 경우에는 계통명을 표시토록 되어 있다. 계통명 표시는 국내산은 일반계, 다수계로 외국산은 단립종, 중립종, 장립종으로 표시하며 품종 또는 계통을 혼합한 경우에는 혼합비율을 표시하거나 혼합으로 표시토록 되어 있다.

당시 농촌진흥청, 농촌경제연구원 등의 ‘쌀 품질 소비자 선호도 분석’ 연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경우 품질과 밥맛을 결정하는 좋은 쌀의 판단기준으로 쌀의 원산지와 품종을 우선순위로 들고 있다.

 등급 표시에 품종명 표기 실시

2007년 품종명 표시는 단일 품종의 쌀이 밥맛이 더 좋다는 당시 학계와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나 일반계와 다수계 등으로 표시를 하도록 해 품질기준으로서의 역할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쌀 품종 정보의 경우, 소비자가 구매단계에서 표시를 믿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1천여 개에 달하는 쌀 브랜드 간에는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에 도움을 주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2008년 시중유통 쌀 품종 표시실태 Monitoring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시험대상 34개 브랜드 포장 쌀 제품 중 9개 대형유통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13개 제품(38.2%)은 쌀 품종의 순도가 8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 제도 자체가 정착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쌀 등급표시제의 한계를 넘기 위해 정부는 본격적으로 품질에 대한 표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2008년 농식품부는 ‘등급’을 ‘품위’로 변경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당시 농식품부가 발행한 양곡표시가이드에는 등급은 쌀에 포함된 수분, 싸라기, 분상질립, 피해립, 열손립, 기타이물 등의 함유비율에 따라 특, 상, 보통으로 표시하고 있으나, 수분을 제외하고는 주로 쌀의 외관에 관련된 항목으로 소비자가 외관상 쌀의 좋고 나쁨을 보고 전체 쌀 품질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품위”로 변경했다며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특히 쌀의 외관만으로는 구별이 어려운 항목을 중심으로 한 ‘품질’을 권장표시사항으로 추가했다. 이에 따라 맛의 기준이 되는 완전립 비율, 단백질 함량, 품종 순도에 대해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검정·계측해 해당되는 기준에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권장사항이었기에 생산자나 쌀유통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품위·품질을 권장표시사항으로 한 이유에 대해 모든 쌀에 대해 품질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은 우리나라 쌀 유통여건상 생산자에 게 큰 부담을 주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즉 자신이 생산한 쌀의 품질에 자신이 있고, 차별화를 희망하는 생산자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표시하기 위해 권장사항으로 정했다는 것. 정부는 표기율을 높이기 위해 시중유통 브랜드 쌀 평가, 미곡종합처리장(RPC) 경영평가, 고품질 쌀 브랜드 육성사업 대상자 선정시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표기율은 낮았고 다시 법을 개정해 등급 표기를 권장에서 의무로 변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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