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뒤집기] 축산물 수급조절 법안 놓고 축산단체 '갑론을박' 왜...?
[뉴스뒤집기] 축산물 수급조절 법안 놓고 축산단체 '갑론을박' 왜...?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11.18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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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주 의원 축산법 개정 발의안에 낙농업계 '신중론' 주문
전문가들, 축종별 사안 달라... 신속한 수급조절 체계 마련 '시급' 한 목소리
지난 11월 12일 열린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의 진행 모습.
지난 11월 12일 열린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의 진행 모습.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청남 천안시을)이 대표발의한 축산물 수급조절과 관련한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축산단계들간에 때아닌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박완주 의원은 금번 발의한 축산법 개정안에서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 정책 마련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의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 설치근거를 마련하고, 기능과 역할을 규정했다. 협의회 구성과 운영에 대해서도 세부사항을 두고 축종별 소위원회 및 그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축산물 수급조절을 위한 대응 마련을 강조해온 가금업계가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해 강한 지지 입장을 나타내며 조속한 개정을 요구한 것과 달리 낙농업계는 축산업계의 '신중론'을 주문하고 나섰다.
지난 11월 12일 열린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김홍길, 한우협회장)에서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축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돼 수입 축산물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조절은 자칫 기업과 축산물 수입업자들에게만 득이 될 수 있다며 수급조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번 법안에서 낙농부문은 수급조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잡았고 낙농은 제외됐다.

축산업계 VS 낙농업계 수급조절 온도차 왜?

축산업계가 수급조절 법안 필요성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낙농업계가 신중론을 들고 나온것은 업계가 처한 상황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원유가격의 경우 원유의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라 원유의 생산비와 소비자물가상승율을 반영해 생산자와 유업계가 함께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원유가격 인상 요인이 있을 때 마다 번번히 생산자단체 대표들의 단식투쟁과 대규모 집회 개최 등 단체 행동을 불사해야만 성사되는 식의 소모적 논쟁을 없애기 위해 정부는 2013년 8월 '원유가격 연동제'를 전격 도입했다.
이후 일부 소비자들과 유업계에선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가격을 내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제도 보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원유가격이 생산비 수준 이상으로 보장되는 우유의 경우 수급조절을 하게 되면 그 이익은 유업체에 귀속될 확률이 높다. 농가와 계약물량이 정해진 유업체의 경우 함부로 계약물량에 손을 대거나 줄일 수 없지만 수급조절에 대한 법안이 마련되어 물량 조절이 가능해질 경우 '손대지 않고도 코푸는 격'으로 수급조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낙농업계가 수급조절에서 '낙농'부분을 빼고 축산업계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주문한 이유도 바로 이같은 현실때문이다.

국내 수급 상황에 지대한 영향 받는 일반 축산물

하지만 낙농업계의 이같은 현실과 달리 낙농을 제외한 모든 축산물은 가격 결정이 국내 축산물 수급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당초 낙농업계의 주장처럼 국내 축산물 생산량을 조절하면 결국 수입물량이 증가하는 등 수입업체만 배부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국내 축산물 가격은 수입물량이 아니라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농축산물의 경우 여전히 '국내산 프리미엄'의 영향이 지배적이어서 소비의 탄력성이 매우 작아 수입육 소비 시장과 국내산 소비 시장이 구분되어 있다는 것도 유제품과 일반 축산물의 차이점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쇠고기는 총 41만5685톤으로 역대 최대 물량이 반입됐으나 2018년 한우의 도매시장 거래가격은 거세우 기준 kg당 1만 8370원이라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우가격이 수입물량에 영향을 받았다면 가격이 하락해야 맞지만 적정한 생산과 공고해진 한우소비 기반 등 한우고기의 '안정적인 수급' 영향으로 한우농가들이 생산비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급불균형 반복되어도 '이렇다 할' 수단없는 축산업계

한우를 제외한 모든 축산물 가격이 공급 과잉와 소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농민은 물론 관련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현재 정부는 축산물 가격 안정과 관련한 수급조절 사업에 미온적이다.
농안법과 동법 시행령, 시행규칙에는 농산물의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을 위한 다양한 수단들이 명시되어 있는 것과 달리 축산법에는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과 관련된 구체적인 조항은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대로 1999년 농축협 통합 당시 축산법을 개정하면서 정부는 축협중앙회가 수행해왔던 수급조절과 관련한 내용들을 모두 삭제했기 때문이다.
1999년 이전 축산법에는 제30조와 제33조, 제34조에서 축산물의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에 관한 조항들을 담고 축산물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매・비축사업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했었다.
하지만 이후 법개정 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은 모두 삭제됐고, 수급조절과 관련해 명분화된 법안이 없다보니 물가안정역시 중요한 정부 입장에서 수급조절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실제로 한우협회는 지난해 2020년에 예정된 공급 과잉을 미연에 방지하깅 위한 1만두의 미경산우 도태사업을 강력히 추진했지만 정부의 반대기조에 밀려 결국 1년여만에 간신히 사업 추진의 물꼬를 튼 바 있다.
계열화 사업 비율이 90%가 넘는 가금업계의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기업들의 경우 수급조절 사업을 시행할 경우 '공정거래법'에 위배되어 수년째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수급조절 실행할 수 있는 법안 마련 '시급'

업계 전문가들은 축산업계 내부의 상황에 따라 수급조절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인 점은 맞지만, 이를 감안해 하루빨리 수급조절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현재 축산물 수급조절은 농림부의 재량에 의해 이뤄지면서 적극적인 사업추진 혹은 적절한 시기에 수급조절이 이뤄지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가격 낙폭으로 인한 축산농가와 관련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
그나마 사육비 정산 시스템 때문에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계열농가들의 경우 역시 계열업체의 경영 압박으로 몇년째 사육비가 동결되는 등 간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축산계열화업체의 경우 부실경영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 농가들은 물론 관련업계의 위험을 어떤식으로든 해소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의 필요성에 무게가 실린다.
축산업계 한 전문가는 "축산법 개정의 필요성은 1999년 축산법에서 수급조절 조항 삭제후 국내 축산물 가격이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해 왔는지를 살펴보면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 설치 근거 뿐만아니라 1999년 이전과 같이 축산물 수급조절과 가격 안정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까지 담아야 수급조절의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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