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본 ASF 현장]“예방적 살처분 조치 바보 같은 방법”
[수의사가 본 ASF 현장]“예방적 살처분 조치 바보 같은 방법”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9.11.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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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방역 시스템 엉망…차량·인력 등 관리 안 돼
세부적인 SOP 개선 필요…수의사 농장관리 제도적으로 정착돼야
국가 재난형 질병 예찰·예방 시스템 구축 등 ‘한돈케어’ 추진 필수
‘2019 한국양돈수의사회 연례세미나’
사진 왼쪽부터 최종영 원장과 박경훈 원장이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종영 원장과 박경훈 원장이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직접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농장에 투입돼 현장 곳곳을 살핀 수의사들이 본 현장의 모습은 문제 투성이라는 전언.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충청북도 C&V센터에서 열린 ‘2019 한국양돈수의사회 연례세미나’ 발제에 나선 수의사들의 공통 의견이다.

특히 정부가 ASF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역의 모든 돼지를 예방적 살처분 한 것에 대해 “바보 같은 방법”이라고 신랄한 비판도 제기됐다.

박경훈 피그만 클리닉 원장은 “현장에서 느낀 ASF 바이러스는 접촉에 의해서만 전염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구제역과 달리 천천히 전파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하며, “정부가 이런 특성을 알면서도 너무 과도하게 지역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 조치를 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바보 같은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경훈 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박경훈 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박 원장은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 보다 접촉성 질병 특성에 맞춘 세련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학조사에 참여했던 발생농장 대다수는 감염개체가 속한 돈사나 돈방, 스톨 등 좁은 범위 내에서만 발병했고, 농장 안에서도 전파속도가 매우 느렸다”면서 “발생농장 주변을 포함한 예방적 살처분 농장 어디에서도 숨어 있던 ASF 양성개체가 검출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과감한 살처분 정책보다 세련된 대책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또 현장의 차단방역 시스템이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SF 발병 이후 역학관계에 놓여있는 차량뿐만 아니라 농장 내의 이동 동선이 문제”라며 “특히 임신사와 분만사 사이를 이동하는 모돈의 경로와 사료차량, 출하차량 및 근로자의 경로가 정확히 일치하고 있어 발생농가에서 바이러스 차단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 원장은 특히 발열개체를 확인하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 적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농장 내 모니터링은 물론 출하돼지에 대한 도축장에서의 열화상 카메라 검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면서, “앞으로 충분한 자료수집과 현실적이며 세부적인 SOP 등에 관련한 논의가 전문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영 원장이 발제하는 모습.
최종영 원장이 발제하는 모습.

함께 발제에 나선 최종영 도담 동물병원장은 발생농가에 너무 많은 인원이 왔다 갔다 하고 있으며, 차량관리도 안 되고 살처분 처리를 하는 용역 인력 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최 원장은 “지금까지 발생농장을 보면 사료나 브랜드, 출하 등 역학관계로 묶여 있던 농장에서 결국 터진 사례가 많다”면서 “이런 사례가 많지만 여전히 분뇨차량이나 사료차량 등 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돼지와 외부출입차량, 직원들의 동선이 겹치다 보니까 감염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교차되는 차량진입, 돼지이동만 막아도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문제는 발생농장에 너무 많은 인력이 비발생지역(용역 등)에서 들어오고 있어 추가로 다른 지역에서 발병이 안 나는 게 신기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피력했다.

최 원장은 아울러 양돈 전문수의사에 의한 농장관리가 제도적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채혈검사 모니터링으로 잡아낸 농장이 많지 않았던 반면, 정기적으로 진료하던 수의사가 있는 농장에서는 조기에 잡아낼 수 있었다”면서 “질병이 터지면 수의사의 역할이 확대돼야 하는데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수의사가 농장을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대응책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현재의 방역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축산시설공유와 진료반경 문제 해결 ▲거점소독시설 운영 개선 ▲차량운행 각 단계별 이해관계 해소 ▲농장방문 원칙과 차량 운행 원칙 수립 ▲수의사 처방제도 도입 등을 제언했다.

엄길운 부회장이 한돈케어에 대해 설명했다.
엄길운 부회장이 한돈케어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엄길운 양돈수의사회 부회장은 세미나에서 ▲국가 재난형 질병 예찰 및 예방 시스템 구축 ▲위생관리 수준 향상을 위한 관리 매뉴얼화 ▲동물복지에 대한 홍보 및 권고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 돈육 모니터링 제도 구축 등을 위해 ‘한돈케어(양돈장위생관리제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