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②-강서농산물도매시장] 도매시장 발전 견인 시장도매인 성장률 '쑥쑥'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②-강서농산물도매시장] 도매시장 발전 견인 시장도매인 성장률 '쑥쑥'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12.05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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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시장 성장률 '44.7%', 시장도매인 '67.5%' ↑
가격 안정성·출하자 수취가격 시장도매인 높아

글 싣는 순서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①-프롤로그]
쇼룸으로 진화하는 대형마트···변화하는 유통환경 도매시장은 어떤 옷을 입을까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②-강서농산물도매시장]
도매시장 발전 견인 시장도매인 성장률 '쑥쑥'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③-농민조합]
"깜깜이? 천만에~ 우리가 한다"...농민 조합이 지분 참여한 시장도매인 서울NH청과(주)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④-진단]
35년 유통맨 曰 "도매시장이 청개구리처럼 울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채 1기 노계호 강서지사장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⑤-에필로그]
"공유지의 비극을 끝내야 한다"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의 시장도매인 점포. 새벽 6시임에도 불구하고 대낮처럼 환하다. 도매시장은 이 시간에도 수많은 거래가 이뤄진다.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의 시장도매인 점포. 새벽 6시임에도 불구하고 대낮처럼 환하다. 도매시장은 이 시간에도 수많은 거래가 이뤄진다.

"요즘 매우 바빠요. 김장 시즌이라 배추 찾는 고객들이 줄을 잇네요. 밤 11시부터 아침까지 전쟁이죠. 요즘 중소 마트들, 식자재 기업들은 경매장보다 시장도매인을 많이 찾죠."

농산물 유통 주식회사인 경창유통에서 근무하는 김승규 씨는 지게차로 채소 파렛트를 나르는데 여념이 없다. 김장철인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는 무·배추 최대 성수기. 이 시기 강서농산물도매시장 곳곳에는 지게차들이 배추와 무 등 채소를 옮기느라 6시임에도 불구하고 한낮처럼 환하게 주위를 밝힌다.
 
김 씨가 근무하는 경창유통은 1983년 영등포 영일시장에서 농산물 도매업을 시작한 유통 1세대 회사다. 2004년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이 개장하면서 강서구에 둥지를 튼 경창유통은 시장도매인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했다. 시장도매인마다 대표 품목이 있지만 경창유통은 배추, 양파, 오이, 생고추, 호박을 주력으로 하는 채소 전문 시장도매인이다.

 

김승규 씨가 지게차로 산지에서 올라온 무를 옮기고 있다. 경창유통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시장도매인의 장점으로 경매제에 비해 높은 출하자 수취가격과 일선 마트와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꼽았다.
김승규 씨가 지게차로 산지에서 올라온 무를 옮기고 있다. 경창유통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시장도매인의 장점으로 경매제에 비해 높은 출하자 수취가격과 일선 마트와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꼽았다.

김 씨는 "가락시장에 출하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아는 출하자들은 시장도매인을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수십 년간 신뢰를 쌓아오신 분들이 지속적인 거래를 하며 수취가격에 만족해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나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시장도매인이 경매보다 수취 가격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4년간('15~`18년)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출하자 수취 가격을 분석한 결과 시장도매인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의 상위 5개 채소류를 분석한 결과, ▲양파 15kg ▲배추 10kg ▲오이 18kg ▲오이 10kg ▲파 1kg 규격을 시장도매인에 출하한 농민들의 수취 가격이 높았다. 반면 경매제가 높은 경우는 ▲양파 12kg ▲무 20kg에 그쳤다.

과일류도 마찬가지였다. ▲감귤 10kg ▲수박 8kg ▲사과 10kg ▲사과 15kg ▲복숭아 10kg ▲포도 2kg ▲포도 5kg 등 7개 규격에서 시장도매인 시장에 출하한 농민의 수취가격이 높았고 경매제에서 높은 수취가격을 형성한 경우는 ▲감귤 5kg ▲수박 10kg ▲복숭아 4.5kg ▲단감 10kg으로 4개 규격뿐이었다.
 

2015~2018년까지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에 반입된 상위 5개 채소류와 상위 6개 과일류의 출하자 수취가격이 높은 규격.
2015~2018년까지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에 반입된 상위 5개 채소류와 상위 6개 과일류의 출하자 수취가격이 높은 규격.

김 씨는 "수십 년간 장사를 해왔지만 그간 경험상 농민과 신뢰관계가 없으면 물건을 주지 않는다"면서 "(시장도매인과) 거래해 본 농민들은 경매제보다 시장도매인을 더 선호한다. 경매는 시장에 출하한 후 경매하고 나서야 가격을 알지만 시장도매인은 미리 가격을 교섭하기 때문에 눈치 빠른 농민들은 시장도매인제가 더 낫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 씨와 같은 시장도매인 직원뿐만 아니라 시장 한켠에는 1톤이나 5톤, 심지어 10톤 차량을 몰고 아침부터 갈 길을 재촉하는 이들도 있다. SK 마트에서 배송을 담당한다는 김민규 씨는 "어젯밤 11시부터 좋은 물건을 찾기 위해 시장을 돌아봤다"며 차량에 실린 농산물의 구색이 맞는지 점검하고 있었다.

SK 마트는 서울 인근인 김포와 인천의 검단 신도시, 효성동 등 3곳에서 영업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중소마트다.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을 신속하게 배달하기 위해 대형 차량으로 한꺼번에 운반해 세 곳에 차례로 농산물을 공급한다. 시장도매인과 거래하는 이유에 대해 김 씨는 "대표님이 옛날부터 거래하셔서"라고 짧게 답했다.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이 성장하면서 농산물을 운송하는 차량의 크기도 커졌다. 사진은 강서도매시장 전용 주차구획에 주차돼 있는 운송 차량 모습.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이 성장하면서 농산물을 운송하는 차량의 크기도 커졌다. 사진은 강서도매시장 전용 주차구획에 주차돼 있는 운송 차량 모습.

농산물의 가격 변동성 질문에는 "아무래도 시장도매인이 (가격 편차가) 작다"면서 "두 제도 모두 일장일단이 있지만 경매제는 가격이 하락할 때 크게 떨어지다 보니 마트 입장에서는 경매제가 나은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안정성 측면에서는 시장도매인제가 낫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락시장과 강서시장 2개 도매시장에서 상위 5개 채소류(7개 규격)의 가격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15~'18년) ▲양파 15kg ▲무 20kg ▲배추 10kg ▲파 1kg 등 4개 규격에서 가격 변동폭이 작았고 경매제 시장은 ▲양파 12kg ▲오이 10kg 등 두 개 규격의 가격 변동폭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일류도 비슷했다. ▲감귤 5kg ▲수박 8kg ▲사과 10kg ▲사과 15kg ▲복숭아 10kg ▲단감 10kg의 가격 변동성이 시장도매인 시장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반대로 경매제 시장이 시장도매인 시장보다 가격 변동폭이 낮은 품목은 ▲감귤 10kg ▲복숭아 4.5kg ▲포도 5kg에 그쳤다.
 

2015~2018년까지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에 반입된 상위 5개 채소류와 상위 6개 과일류의 농산물 가격 변동폭이 낮은 규격.
2015~2018년까지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에 반입된 상위 5개 채소류와 상위 6개 과일류의 농산물 가격 변동폭이 낮은 규격.

김 씨는 또 강서도매시장 활용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 "큰 탑차들의 전용 주차장이 있어 편리하게 영업할 수 있다"면서 "최근 중소마트들은 운송 차량의 크기가 커지고 있어 강서시장처럼 넓은 주차구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서도매시장에서는 주 고객이자 큰 손인 마트 바이어들을 위해 시장 한켠에 대형 주차장을 마련했다. 대형 주차장에서는 바이어들이 활동하는 시간에는 승용차를 지하로 유도하고 마트 구매 실적에 따라 39개 마트의 전용 주차구역을 신설했다.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마트 전용 주차구역에서는 쉽게 물건을 옮길 수 있어 마트 바이어들의 만족도가 높다.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마트 전용 주차구역에서는 쉽게 물건을 옮길 수 있어 마트 바이어들의 만족도가 높다.

최영규 서울시공사 강서지사 유통관리팀장은 "최근 도매시장 고객들의 구매량과 패턴이 달라졌다"면서 "과거처럼 한 가지 품목이 아니라 다양한 품목 구매를 원해 사전 가격 협상이 중요한 거래 방식이 됐다. 중소 마트들의 차량도 점점 크기가 커져 넓은 주차장 확보가 중요해 전용 주차구역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용 주차장 도입 후) 교통 정체가 사라지고 고객이 편안하게 구매해 갈 수 있는 시스템이 됐다"고 덧붙였다.

강서도매시장은 시장도매인과 경매제도를 병행 도입한 국내 최초 도매시장이다. 강서시장은 시장도매인의 구매 편의성과 고객 맞춤형 정책으로 도매시장 발전을 견인, 매년 높은 성장률로 정주행 중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성장률은 67.5%.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 평균 성장률인 22.6%를 크게 웃돈다. 가락시장 성장률 15.4%와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치다.

최 팀장은 "강서시장은 마곡지구 개발과 인근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앞으로도 강서시장은 도매시장 개혁을 위해 혁신적이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요 도매시장 거래물량 성장률.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요 도매시장 거래물량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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