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일자표기' 생산자는 왜 반대할까?
'산란일자표기' 생산자는 왜 반대할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8.12.16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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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부담 양계농가에 집중, 피해 불가피
산란일자 위변조 가능성도 커 범법자 양산
유통시스템 개선에 행정력 집중 필요

<농장에서 식탁까지=김재민> 2018년 12월 13일 양계농가들이 다시 계란난각에 산란일자 표기 문제를 두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산란일자표기를 왜 그들은 이렇게 반대하고 있을까? 식약처 앞에서 엄동설한에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양계농가들과 소비자들의 접점은 없을까? 소비자와 농가 양측의 입장에서 이번 기사를 1년만에 다시 공유한다.

다음 기사는 2017년 12월 11일 보도된 기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달걀 난각에 산란일자, 생산자 고유번호, 사육환경 번호 등을 표시하도록 하는 「축산물의 표시기준」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 하면서 채란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식약처의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최근 계란 내 살충제 성분 잔류로 인한 혼란을 틈타 계란의 위생과 안전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산란일자 표기를 강행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달걀의 난각 표시를 위·변조하거나 미표시하는 경우 행정 처분 기준 강화 ▲난각 표시사항 변경(시도별부호·농장명 등→산란일자· 생산자고유번호·사육환경번호) 이다. 난각표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난각에 산란일 또는 고유번호를 미표시 한 경우의 행정처분 기준을 1차 위반 시 현행 경고에서 영업정지 15일과 해당제품 폐기로 강화한다. 또한 난각의 표시사항을 위·변조한 경우 1차 위반만으로도 영업소 폐쇄 및 해당제품 폐기할 수 있도록 처분기준을 마련했다.

달걀의 난각에 시도별부호와 농장명 등 대신 달걀의 산란일자, 생산농장 의 고유번호, 사육환경번호를 표시하도록 해 소비자가 달걀을 구입할 때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표시기준 개정에서 쟁점은 산란일자 표기다. 신선도가 생명인 계란의 산란일자 표기는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합리 적으로 보이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조치여서 식약처의 계획처럼 산란일자 표기가 의무화될지는 여론수렴과정 기간인 2017년 10월 10일까지 찬성 진영과 반대 진영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28일 대한양계협회는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난각표시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11월 28일 대한양계협회는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난각표시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 표시방법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하는 식품 표시기준에 따르면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 또는 소분일로 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하며, ‘품질유지기한’은 식품 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존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보관할 경우 해당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유통기한의 정확한 의미는 식품을 제조, 가공, 판매하는 영업자가 이 식 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인 기한으로 제조, 가공, 소분, 수입한 모든 식 품은 유통기한을 표기해 판매토록 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거나 외식업체나 식품가공업체 등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모든 판매 식품에 유통기한을 표시할 수는 없다. 유통기한을 표시하기 어렵거나 의미가 없는 자연 상태의 농·임·수산물, 설탕, 빙과류, 식용얼음, 껌류(소포장 제품에 한함), 식염, 주류(맥주, 탁주 및 약주 제외) 및 품질만의 독특한 유통구조와 방법 때문이다.

소와 돼지, 닭, 오리 등의 육류는 도축이라는 공정을 거치면서 육류라는 상품으로 전환되고 이후 도축일자, 가공일자가 부여되고 유통기한은 가공한 날을 기준으로 설정이 된다. 상품에 유통기한을 표기하던, 제조일자를 표기하던 농민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갈 일이 전혀 없다.

도축이 되는 축산물의 소유권이 유통업자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계란은 농장에서 생산과 동시에 상품이기 때문에 농장에서 곧바로 출하 되지 않을 경우 재고 부담을 농민이 져야 한다. 보통 중소규모의 농장의 경우 계란유통상인이 2~3일에 한번 농장에 들러 계란을 수거해 가기 때문에 3일전 계란부터 오늘 생산된 계란까지 출하가 이때 된다.

이 상품이 마트 등에 진열이 되면 소비자들은 산란일자를 보고 최근 생산된 제품만을 소비할 것이기 때문에 2~3일 묵은 계란은 진열 당일부터 할인판매를 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폐기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규모가 큰 농장들도 주중 매일 출하를 하지만 금~일요일 생산된 계란은 월요일에 출하하기 때문에 중소농가와 마찬가지로 묵은 계란이 발생해 동일한 피해가 발생한다. 그리고 추석이나 설과 같이 연휴가 긴 경 우에도 묵은 계란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니 생산자는 묵은 계란은 덤핑해 판매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계란과 같이 매일 생산되는 낙농목장의 우유는 2~3일 묵은 우유라 할지라도 가공 후에 제조일자를 부여하게 되니 농가의 부담이 없고, 우유는 주말이나 명절 할 것 없이 매일 집유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낙농가들이 재고 부담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산자는 산란일자의 위변조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산란일자를 농장주나 유통업자가 표기하도록 되어 있어 일부 기회주의적 농가는 묵은 계란의 산란일자를 변조할 가능성이 있고, 2~3일 묵은 계란을 조금 싼값으로 사들여 산란일자를 변조하는 유통상인도 나타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유통시스템 속에서는 산란일자를 위변조해 방금 낳은 계란처럼 보이게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제도는 자칫 범법자를 양산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육류는 숙성 과정을 거쳐야 고기의 맛이 나기 때문에 유통기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소는 최소 10일은 지나야 사후강직이 풀리며 고기 의 맛이 상승하고, 돼지도 3~5일은 지나야 맛이 난다. 하지만 계란은 신선도가 가치의 최고 척도이기 때문에 2~3일 묵은 계란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농가에 불리한 계란의 유통구조

재고 부담을 농가들이 지고 있는 계란에 대한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는 타 품목과 비교했을 때 큰 차별이다. 다른 품목도 수확일자를 표기하라고 한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혼란은 유통업자의 혼란이지 생산자의 혼란은 아니다. 저장해야 하는 품목이 아닌 대부분의 신선식품은 수확과 동시에 곧바로 유통업자에게 판매가 이뤄지는데 유통기간이 짧은 만큼 재고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음 단계 유통업자에게 물건을 빠르게 넘기는 게 특징이다.

농가들은 포전거래를 통해 수확에서 오는 리스크를 산지유통인에게 넘기 기도 하고, 수확 후 직접 도매시장으로 농산물을 넘기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수확한 농산물을 가지고 있으면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농작물들은 대부분 1회 파종해 1회 수확 후 판매하는 품목이 대부분으로 계란과 같이 연중 연속해서 생산이 이뤄지는 품목과 비교했을 때 재고 부담이 덜한 품목이다.

가축의 경우도 도축과 동시에 모두 팔려가는 구조이고, 우유는 유업체가 육계는 육계계열업체들이 때가 되면 매일 집유해 가고 있다. 농가가 농산물을 끌어안고 팔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품목이 없다는 것이다.

#합리적 유통구조 개선 방안

계란의 산란일자 표기는 소비자에게 신선한 계란이 어떤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기 위함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 농가나 유통업자가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일방적으로 농가들만 피해를 보는 이번 조치는 균형을 잃었다 할 수 있다.

국회에서 개최된 “계란 안전위생수준 향상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방안” 토론회서 ㈜계성의 권익섭 전무는 청중토론에서 “계란을 산란 직후 냉장 보관을 하게 되면 10~20일 묵은 계란이나 산란 직후 계란이나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다”며 “소비자에게 신선한 계란이 판매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산란일자 표기보다 상온 유통을 금지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지난 10월말 양계협회 소속 회원농가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난각표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10월말 양계협회 소속 회원농가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난각표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권 전무는 “상온에 유통된 2~3일 된 계란보다 냉장보관 된 10일 지난 계란이 더 신선하지만 소비자들은 산란일자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 에 오히려 신선하지 않은 계란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며 “식약처가 할 일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손해 보지 않도록 계란 의 냉장유통을 의무화 하는 제도를 실행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냉장유통의 필요성을 오래 전부터 제기하고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난각 표시 내용을 위변조 했다고 농장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겠다는 계획도 위반사안에 비해 과도한 징벌로 보인다.

위변조 유혹이 있는 농장 내 표기가 아니라 계란유통센터에서 일괄적으로 표기하도록 한다면 위변조 가능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친환경인증을 받지 않은 계란에 친환경 코드를 부여해 유통한다 해도 해당 친환경계란인지 일반계란인지 소비자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시 위변조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해야 할 일은 계란의 위생과 안전을 높이고 각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는 계란유통시스템을 만드는데 고민을 해야 하며 이후 난각표시 기준변화와 같은 소소한 제도들을 도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계란의 유통구조가 낙후 되어 있는데 거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또 실행되기도 힘든 제도를 새로 도입해 덧입힌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계란산업의 선진화라는 큰 그림을 이해당사자와 충분히 토론하며 만들고 일의 순서를 정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치밀함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계란유통센터를 통한 유통일원화, 유통센터 내 검사시설 완비, 검사 항목 및 기준 설정 등의 단계를 밟아 나가는 식으로 로드맵을 만들고 이 를 점검해 나가야 한다. 사안이 시급하다며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제도들을 가져다가 시행하면 자칫 제도 간 상충이 발생하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만 만들다 보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식약처와 농림부는 이해당사자 그리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계란유통구 조 TF를 발족시키고 계란산업을 정상화 시키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데 열중할 때다. 계란산업 그리 만만치 않다. 이미 올 초 AI 때문에 계란 값 폭등으로 고생했고, 이번에는 살충제 잔류 때문에 고생했으니 이번에는 근원적 대책을 만드는데 조금 더 시간을 투자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