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경영안정 프로그램 도입 의미와 개선방향
한우경영안정 프로그램 도입 의미와 개선방향
  • 김재민
  • 승인 2019.12.11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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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비육우 안정제, 수급조절 정책과 패키지로 도입 되어야
경영안정프로그램, 정부와 한우농가 동반자 관계의 제도화

 

2012년 송아지안정제 개편 평가

 

1996년 공급과잉과 외환위기로 인한 소비침체, 사료가격 폭등, 2001년 송아지시장 완전 개방이라는 위기가 중첩됐던 당시 한우산업 기반 유지를 위해 도입 되었다.

송아지안정제는 1994년 축산법 개정 당시 삽입되어 법률 기반을 마련했지만, 실제 시행은 축산법 시행규칙에 송아지안정제 내용이 포함된 1999년이었다.

1984년~1986년 소 값 파동 이후 10여년 만에 발생한 이 파동으로 한우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났고 사육두수가 급감하면서 농가들의 산업 이탈을 막아야 하는 위기 상황이었다.

정부는 1997년 송아지안정제를 비롯한 한우 부양책을 긴급히 마련해 농가들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큰 효과가 없자 1999년 7월 축산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모법에 송아지안정제가 도입된지 5년에 만에 실제 시행에 들어간다.

이 당시 정부는 한우농가들에게 정부가 한우산업을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송아지안정제를 시행하게 되는데, 농가와 정부가 함께 기금을 조성해 송아지 가격 하락에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송아지 가격이 기준 가격이하로 하락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게 설계되어 있었는데, 정부가 재정 투입을 감수하고라도 송아지 가격하락에 따른 농가 손실을 일정 부분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10년 뒤 2011년 송아지 가격은 공급과잉과 구제역 등의 여파로 큰 폭으로 폭락하게 된다. 3차 한우파동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2011년 한해 송아지안정 기금을 지급하더니 2012년 발동 기준을 고쳐 더 이상 송아지 안정기금이 지급되지 못하도록 하게 된다.

이전 송아지안정제가 설계되었을 당시 없었던 가임암소 기준을 도입하고 사육두수가 적정선 이상일 때는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안정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송아지안정제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의 상황도 한우사육두수가 사상최고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고 여기에 외환위기, 한우시장개방 등의 외부요인이 더해지면서 한우파동이 발생한 것이다.

2011~2014년의 상황도 FTA에 따른 시장개방, 사육두수 증가 등 1996년과 다르지 않았다.

2차 한우파동과 3차 한우파동의 원인은 같으나 이를 대하는 정부의 기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것을 종합할 때 2012년 안정제 개편은 안정제 도입 당시의 정신에서 크게 후퇴한 개악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한우경영안정 프로그램은 보험이 아니다”

 

송아지 안정제는 얼마 전까지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시행한 소득보전보험과 매우 유사하게 설계되었다. 농가와 정부가 함께 기금을 조성하고 가격이 기준선 이하로 하락하면 손실액 중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보험처럼 설계되지는 않았지만 쌀변동직불금도 펀드를 정부 예산으로 조성한 것 빼고는 기준가격을 정하고 그보다 가격이 하락하면 일정한 비율로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어 비슷하고, FTA 피해보전 직불제도도 시장개방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어 비슷한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이러한 보험과 같은 설계로 인해 농가, 공무원, 정치인은 물론 학자들까지 송아지 안정제나 변동직불금, 가격안정보험을 가격이 하락하면 농가에 돈을 지급해 주는 사업으로 착각 하고 있다.

하지만 한우번식농가는 가격이 하락해 안정기금을 20~30만원 받는 것보다는 송아지 가격이 300만 원대서 형성되어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것을 더 좋아 할 것이다. 쌀 생산농가도 쌀값이 하락해 변동직불금을 받는 것보다 가격이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다.

그리고 2012년 송아지안정제를 개편하지 않아 안정기금이 계속 지급되었더라도 중소 번식농가의 폐업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농가들이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시간이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송아지안정제는 소득을 보전해 주는 보험과 같은 성격도 아니고 손실분을 보전했더라도 농가들의 폐업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면 안정제는 없애야 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다시 안정제를 도입할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에는 너무 많은 농가들이 폐업을 해서 한우산업이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 있었다. 정부가 나서서 농가들에게 한우사육을 지속해 달라고 호소를 해도 먹히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는데 그 때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면 하락분을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정부가 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손실을 일부 보전해 줄테니 안심하고 사육에 전념해 달라는 것이었다.

송아지안정제는 농가의 사육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막는 도구였고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의 증표다. 다시 설명하면 송아지안정제는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을 보전해 주는 소득보전용, 손실 보전용 보험이 아니라 정부가 송아지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이행을 약속하는 보증보험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송아지안정제의 도입은 한우의 번식 특성상 한번 발동되면 3~4년 동안 계속 안정기금을 지급을 해야 하는 상황도 감수해야 하는 모험과도 같은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제도를 과감히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한우산업을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신호를 농가들에게 보낸 것이다.

 

경영안정 프로그램 확충 필요

 

2000년대 후반 그리고 2010년대 중반까지 우리 정부가 쇠고기 수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한우산업 보호의 최후 보루와 같은 40%대의 관세가 미국을 시작으로 차례로 철폐될 예정이다.

수입쇠고기는 5~6년 뒤 국내 시장에서 40%의 가격경쟁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고 앞선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현재 들어오고 있는 쇠고기의 가격은 더욱 하락할 수 있고, 과거에는 높은 관세율 때문에 국내에 수입이 어려웠던 고품질 쇠고기가 국내 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할 것이다.

다른 축산품목이 18%~20%의 낮은 관세율로 관세철폐로 인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면 쇠고기는 그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농가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안정프로그램의 확대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우농가들의 요구사항을 보면 번식농가들이 혜택을 보는 송아지 안정제는 발동 기준을 완화하고, 비육우농가를 위한 경영 안정 프로그램을 신규 도입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비육우안정제 도입은 물론이고 송아지안정제의 개편에도 매우 미온적인 상황이다. 이유는 이러한 안전망이 갖춰지면 농가들이 사육심리가 호조되며 공급과잉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가격이 폭락할 경우 대규모 재정이 안정기금으로 나갈 것을 우려해서다.

일리 있는 이야기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농가들이 경영안정프로그램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시장개방으로 농가들의 경영상태가 불안정해 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가 수급조절 이야기를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현재 정부는 농가 경영안정 프로그램을 가지고 경영안정과 수급조절 두 가지를 모두 실현하려 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프로그램으로 송아지안정제를 전락시킨바 있다. 수급조절은 수급조절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안정은 경영안정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실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 프로그램이 갖는 단점만을 부각 시켜 제도 도입에 미온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한우농가들은 더불어 수급조절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대책 없이 소를 늘릴 테니 정부는 가격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을 통해 무분별하게 사육두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보고자 미경산우비육사업과 같은 프로그램을 농가 스스로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즉 한우농가들의 행동은 이기적이기 보다는 책임감 있어 보일 정도이다.

농가들이 대책 없이 사육두수를 늘릴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는 이러한 농가들의 행동을 볼 때 합리적이지 않다.

 

수급조절 프로그램 제도화 필요

 

2001년~2004년 낙농유가공업계는 대규모 원유파동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지낸바 있다. 당시 원유공급과잉 상황은 낙농구조개편 일환으로 실시된 낙농진흥회를 통한 집유일원화 사업이 단초를 제공했는데, 한마을에 여러 유업체의 집유차량이 운행을 하며 발생하는 원유유통과정 중의 고비용 상황을 해소하고, 특정 유업체에 대한 농가의 종속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문제는 집유일원화 사업을 하면서 농가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수급조절을 위한 수단을 확보하지 않았고 농가들의 원유증량을 용인해 주겠다는 약속을 펼친 것이다.

이전에는 유업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원유생산량이 증가하면 농가에게 감산을 주문하는 관례가 있었으나 정부가 단기성과에 집착하며 원유증산을 부추긴 것이다. 이로 인해 우유수급조절을 위해 2002년 한해에만 10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는 등 홍역을 치룬 기억이 있다.

이후 농가마다 기준원유량을 정해 그 이상 납유를 막는 방법으로 감산을 유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98년까지 축산법에는 수급조절과 가격안정 그리고 생산안정을 위한 네 가지 법률조항을 가지고 있었다. 축산법 제30조 감축명령 초과사육부과금등, 제33조 도축의 제한과 금지, 제34조 축산물의 가격안정, 제35조 육용송아지의 생산안정조치 등이다. 이 조항들은 1999년 제35조 육용송아지의 생산안정조치를 제외하고 모두 사라지게 된다.

축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차원에서 해당 조항이 삭제되었다는 개정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이후 정부는 축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조절에 나설 법적 근거를 상실하였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여러 품목에서 공급과잉이나 소비감소로 인해 가격 폭락 상황이 여러차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조절 사업을 능동적으로 실시한 적이 없다.

농가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아우성 쳐야 마지못해 수급조절에 나서는 행태를 보였다. 그 사이 양계업계, 오리업계는 두차례 공정위 조사를 받는 등 수급조절사업에 정부가 칼자루를 휘두르며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었다.

2001년~2005년 우유수급조절사업은 정부가 전체 원유의 80% 이상을 직접 집유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재고부담을 정부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정부 주도로 이뤄졌을 뿐이다.

경영안정프로그램을 과감히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수급조절에 자동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제도 또한 함께 도입해야 한다.

경영안정은 경영안정대로 수급조절은 수급조절대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이를 운영해 나간다면 어쩌면 가격 변동으로 송아지안정제나 비육우안정제가 발동될 가능성 또한 사라질 것이다.

 

결론 및 시사점

 

앞으로 5~6년 뒤 시작되는 수입쇠고기 무관세화를 대비해 안정제 개편 논의는 발동은 지금보다 쉽게 그리고 금액은 지금까지 물가상승 등을 감안해 상향하고, 비육농가 경영안정 프로그램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과거에는 번식과 비육이 전문화 되어있었지만 2011년~2015년 파동을 겪으며 대부분의 농가가 번식과 비육을 병행하는 일관사육이 대중화 되었다.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피해가 과거에는 번식농가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그 피해 규모와 범위가 과거보다 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한우 경영안정프로그램의 도입은 정부가 농가와 한배를 탔다는 것을 대내외 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소 값이 하락해 농가들이 손실을 보면 정부도 재정 손실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개입 당위성을 가져다주는 임계철선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과 행동이 한배에 탔다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2011년 한우가격 폭락당시 송아지안정제가 실제 발동하자 정부는 송아지 안정제 개악을 통해 가라앉는 배에서 홀로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농가는 손실을 보는데 정부는 재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이 파동 기간 지속됐다.

현재 송아지안정제 개편 논의와 비육우안정제 도입 요구는 정부가 농가와 한배에 탈것이냐 타지 않을 것이냐의 논의로 봐도 무방하다. 정부가 시장개방, 수급불균형에서 오는 위험을 농가 홀로 짊어지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짊어지는 동반자의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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