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③-농민조합] "깜깜이? 천만에~ 우리가 한다"...농민 조합이 지분 참여한 시장도매인 서울NH청과(주)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③-농민조합] "깜깜이? 천만에~ 우리가 한다"...농민 조합이 지분 참여한 시장도매인 서울NH청과(주)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12.12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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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 곳곳 생산자 유통업 진입
기존 유통 기득권에 대한 불만 이유
유통 깜깜이 우려 ↓ 기존 유통 견제

청과부류 도매업에 농민조합 진출
시장도매인 옷 입고 다품목 소화
개장 2년 만에 백억 원대 매출 기록

글 싣는 순서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①-프롤로그]
쇼룸으로 진화하는 대형마트···변화하는 유통환경 도매시장은 어떤 옷을 입을까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②-강서농산물도매시장]
도매시장 발전 견인 시장도매인 성장률 '쑥쑥'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③-농민조합]
"깜깜이? 천만에~ 우리가 한다"...농민 조합이 지분 참여한 시장도매인 서울NH청과(주)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④-진단]
35년 유통맨 曰 "도매시장이 청개구리처럼 울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채 1기 노계호 강서지사장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⑤-에필로그]
"공유지의 비극을 끝내야 한다"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한우 생산자 조직인 전국한우협회는 2016년 협회 스스로 직거래 유통망을 개설했다. 유통단계를 줄이는 한편 한우 도매시장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다. 도매시장에 대한 불만은 출하 예약제와 사료구매로부터 시작됐다. 불만이 누적된 농민들은 스스로 유통을 찾아 나섰다. 3년이 된 직거래 유통망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직거래유통망은 도매시장에 출하하지 못하는 농민들에게는 대안을 제시했으며 한우 도매시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논스톱 유통을 구축한 사례도 있다. 완주한우협동조합은 2012년, 소비자에게 직접 한우를 파는 판매장을 전라북도에 론칭해 성공모델로 자리 잡았다. 완주한우협동조합은 20~30% 저렴한 고기를 소비자에 공급해 큰 호응을 얻으면서 한우 판매장은 전북에서 생산되는 한우 중 연간 1,000마리가량을 이 매장에서 소화할 정도로 모범 소매 유통으로 거듭났다. 이후 2015년에는 한우 알뜰매장 1호점을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에 개장하면서 소매 유통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위치한 서울NH청과 주식회사. 6곳의 농민 조합이 시장도매인을 설립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위치한 서울NH청과 주식회사. 6곳의 농민 조합이 시장도매인을 설립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 유통에 대한 불만이 농축산업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생산자가 유통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단가가 높은 축산업뿐만 아니라 청과부류에서도 도매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청과 유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17년 7월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서울NH청과 주식회사가 문을 열었다. 자본금 8억 원, '농민과 소비자가 풍요롭고 행복한 회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농민 조합이 중지를 모았다.

영등포농협, 강서농협, 서서울농협, 관악농협, 서울원예농협, 신양농협 등 소비지 4곳과 산지 2곳의 지역농협이 지분을 투자해 강서농협에서 34년간 근무한 김영철 씨를 대표로 세우고 서울NH청과를 설립했다.

서울NH청과는 시장도매인의 옷을 입고 지분을 투자한 지역 농협에서 농산물을 공수해 서울 서남부 지역 하나로마트와 중소마트에 다양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서울NH청과는 생산자가 간접 참여함으로써 시장도매인이 유통인들만의 영역이 아님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시장도매인이 농민에게는 싸게 구입하고 소비자에게는 비싸게 판다는 오해를 한다"면서 "농민 조합이 지분 참여한 서울NH청과가 탄생하면서 생산자에게도 시장도매인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유통이 깜깜이라는 오명을 일정 부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NH청과 관계자는 "농민 조합이 지분을 투자한 만큼 투명한 회계를 기반으로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경매뿐만 아니라 시장도매인 등 다양한 출하처가 존재한다는 것은 농민들이 팔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 아니겠나. 그만큼 농민 입장에서는 판로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NH청과(주) 김영철 대표이사는 농민과 소비자가 윈윈하는 유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NH청과(주) 김영철 대표이사는 농민과 소비자가 윈윈하는 유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NH청과의 시작은 하나로마트를 보유한 지역 농협들의 우려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품목을 원하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대형마트의 신선채소 강세로 하나로마트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위기감에서다.

때문에 서울NH청과는 유통 단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목 소화가 가능한 시장도매인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주력 작목은 배추, 감귤, 양파, 딸기, 고구마이지만 하루 평균 500개의 품목을 소화하고 있다. 개수로 따지면 3,000개나 된다.

다른 시장도매인과는 달리 하나로마트 등 주 출하저가 꾸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어 안정된 경영 매출도 올리고 있다. 연간 1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하며 개장 2년 만에 시장도매인 가운데 중견급으로 성장했다는 게 서울NH청과 측의 설명이다.

서울NH청과 김영철 대표이사는 "소비와 산지 유통은 복잡하게 변하고 있고 각 분야의 경계와 영역도 흐려지고 있다"면서 "농산물 유통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NH청과가 변화의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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