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④-진단] 35년 유통맨 曰 "도매시장이 청개구리처럼 울고 있다"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④-진단] 35년 유통맨 曰 "도매시장이 청개구리처럼 울고 있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12.18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채 1기 노계호 강서지사장

글 싣는 순서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①-프롤로그]
쇼룸으로 진화하는 대형마트···변화하는 유통환경 도매시장은 어떤 옷을 입을까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②-강서농산물도매시장]
도매시장 발전 견인 시장도매인 성장률 '쑥쑥'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③-농민조합]
"깜깜이? 천만에~ 우리가 한다"...농민 조합이 지분 참여한 시장도매인 서울NH청과(주)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④-진단]
35년 유통맨 曰 "도매시장이 청개구리처럼 울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채 1기 노계호 강서지사장


[시장도매인 재무제표⑤-에필로그]
"공유지의 비극을 끝내야 한다"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노계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채 1기로 입사했다.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1985년 개장할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그는 개인 위탁상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막중한 임무 일선에 섰다. 서울시공사는 거친 유통인 사이에서 크고 작은 이해관계를 파악해 응대하는 등 모든 직원이 합심, 가락동을 국내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으로 안착시키게 된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간부급으로 올라선 그는 “이제 도매시장이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계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채 1기로 입사했다.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1985년 개장할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그는 개인 위탁상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막중한 임무 일선에 섰다. 서울시공사는 거친 유통인 사이에서 크고 작은 이해관계를 파악해 응대하는 등 모든 직원이 합심, 가락동을 국내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으로 안착시키게 된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간부급으로 올라선 그는 “이제 도매시장이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상공인 몰락 도매시장도 한 몫
 
"시대가 바뀌고 있어요. 트렌드도 확확 바뀌죠. 특히 농수산물을 재료로 식당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잖아요. 전통시장이나 중소형 마트 전부 골목상권이고요. 그런데 요즘 힘들다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고 있어요. 유통환경 변화가 원인이기는 하지만, 저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소상공인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매시장이 좋은 물건, 합리적 가격과 소비자 니즈 변화에 맞게 농산물을 분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못해보셨나요. 왜 국가 인프라시설인 도매시장이 자영업자와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할까요."
 
도매시장은 왜 유통혁신과 거리가 멀까
 
"거대 도매시장이 왜 스스로 유통 혁신하지 못할까요. 대기업을 따라가지 못하고요. 도매시장은 상인들에게 수수료를 받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싼 값에 토지를 제공하고 금융, 물류, 홍보, 마케팅 지원은 물론 심지어 세금까지 싸게 해주잖아요. 국민의 원활한 먹거리를 위해 엄청난 혜택을 제공받고 있음에도 도매시장이 유통을 견인하지 못하고, 대기업의 유통혁신 시스템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겁니다."
 
유통전문가와 관련단체 스스로 통렬한 반성 필요
 
"저도 35년 도매시장에 근무하면서 나름 유통 경험자라고 불리지만 도매시장이 개혁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많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통업계에는 수많은 전문가가 있었지만 지금의 유통 현실은 어떤가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자기성찰적인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노계호 지사장의 발언은 강했다. 자신을 포함한 유통전문가들에 대한 반성과 질책, 그리고 도매시장 혁신방안과 로드맵은 거침이 없었다. 수 많은 도매시장과 하나로클럽, 산지 유통시설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농어업인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엿보였다. 현재의 운영시스템으로 도매시장이 운영되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채 1기인 그는 35년 유통맨으로 살면서 가락시장 개장,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강서 농산물도매시장 개장, 친환경농산물 유통사업 등 굵직한 사업을 수행, 역량을 인정받았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으로 임명된 후 그는 시장도매인을 확대하는 등 도매시장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도매시장이 청개구리처럼 울고 있어요. 비가 오기 전 개구리가 울 듯 도매시장 곳곳에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유통인이 나쁘다며 손가락질만 하고 있어요. 진정성 있는 유통인이 아프면 생산 농업인도 함께 아프게 됩니다. 지방 도매시장은 쇠퇴하고 소매시장화되고 있고요. 도매시장 이제는 유통을 제대로 봐야할 때입니다. 도매시장에 개혁이 필요한 때입니다."
  
1990년대 대형마트라는 새로운 유통형태의 등장은 국내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월마트, 까르프, 테스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하고, 이마트, 롯데마트, 하나로클럽 등 토종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면서 국내 유통은 대형마트 전성시대가 열렸다. 당시 도매시장도 큰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 전망됐다. 그러나 도매시장이 중도매인 직접거래(상장예외)와 시장도매인제, 정산조직을 운영하고, 소포장화· 팰릿시스템 등 유통물류개선을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때문에 전통시장, 영세식당, 중소마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구매가 유지돼 적게나마 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유통환경 과거와 달라져
고객 겨냥 유연한 대응 필요

 
"과거와는 유통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문제죠. 소매유통이 작고 영세하면 스스로 농수산물 수집이 어렵기 때문에 도매시장을 이용하게 됩니다. 과거 도매시장이 대형마트 위협에도 현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죠. 지금은 어떤가요. 도매시장의 주 고객인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몰락하고 대형마트 이외에도 온라인시장이 확대되고 소셜커머스업체의 진출이 무섭습니다. 대형 유통업체, 식자재업체는 산지 직거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도매시장의 주요 지역 마트들도 엄청난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배송차량도 대형화되었습니다. 불과 5~6년 사이에 유통 지형이 변화하고 있어요."
  
도매시장을 이용하는 중소마트의 규모가 달라졌다. 과거 1톤 트럭이 시장을 누볐다면 지금은 5~8톤 차량이 배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식이다. 강서 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소매 유통의 큰 손들을 위해 전용 주차장까지 배정해 구매자 편의를 봐줄 정도다. 유통권력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고객이 변화했다는 점은 도매시장에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고객 목소리가 커지면 도매시장은 이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결국 거래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인데요. 농수산물 자영업자와 대형 거래처들은 물건값을 예측할 수 있는 안정성,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편리성 등이 담보돼야 시장을 이용할 유인책이 생기는 겁니다. 고객이 강서도매시장에서 경매제보다 시장도매인와 많은 거래를 트는 이유죠. 가락시장에도 시장도매인이 도입돼야 도매시장이 변화할 수 있어요. 고객이 도매시장을 떠나도록 하면 안돼죠.”

국내 도매시장처럼 수집 분산기능을 분리해 운영하던 일본의 도매시장도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수집 분산기능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도록 도매시장법을 전면 개편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가 수취가격 시장도매인이 높아
부도나도 정산조합이 해결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등 두 가지 거래 제도를 병행해 운용하고 있다. 출하자와 고객 모두 자신에게 맞는 거래방식을 택할 수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측에 설명.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도매인에 대한 인지도가 낮으며 지금까지도 시장도매인을 위탁상으로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과거 관행으로 인해 시장도매인은 늘 가격을 속인다는 비판부터 돈을 떼일 염려가 있다는 소문 등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을 분석한 결과 출하자 수취가격은 과일류 11개 규격 중 7개가 시장도매인이 높았고 채소류는 7개 규격 중 5개가 높았습니다. 정산의 투명성도 정산조합이 설립되면서 돈을 떼일 염려가 사라졌죠."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시장도매인 성장률 '67%'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성장률은 67.5%입니다.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 성장률은 22.6%, 가락시장은 15.4%이고요.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물류 효율도 경매제에 비해 1.5~7.5시간이 절약되고 파렛트 처리율도 23%p나 높습니다."
  
시장도매인의 성장률이 높은 이유로 노 지사장은 시장도매인제도의 운영 효율성을 꼽았다. 강서시장에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비교결과 단위면적 당 거래물량은 약 3배 시장도매인이 높았고 단위면적 당 거래금액은 4배 가까이 경매제를 상회했다.
  
"시장도매인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서도 시장도매인 거래가격 만족도가 출하자는 70%에 가까웠고 구매자 10명 중 6명이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출하 및 거래 선택권은 출하자의 80%, 구매자의 70%가 기여한다고 응답했고요. 시장도매인이 문제가 있다면 이런 수치가 가능할까요."

  
"가격은 규모만 크면 발견 가능하다"
제도의 문제 아닌 규모의 문제 지적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이 도입될 경우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기준 가격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노 지사장은 기준 가격발견은 규모의 문제라고 잘라 말한다.
    
"전국의 32개 공영 도매시장이 있는데 가락시장만 기준 가격을 잘 만들어요. 이는 가락시장이 경매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래규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즉 가격 발견 기능은 거래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규모의 문제일 뿐입니다.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락시장 가격을 참고하는 것이고요."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시장도매인 시장.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시장도매인 시장.


농민 소비자 연결고리 역할
컨설팅 역할 수행에 농민·유통인 ‘윈윈’

 
노 지사장은 경매제의 단점으로 농민과 소비자와의 단절도 꼽았다. 경매제가 자유로운 출하를 보장하지만 피드백이 약한 반면 시장도매인이 농민들에게 출하지도를 하거나 소비자가 좋아하는 상품 방법을 조언해주는 등 컨설팅 기능까지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농민이 알기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시장도매인의 경우 자신의 수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자신이 거래하는 농민에게 출하지도를 해주죠. 또한 얼마에 거래가 될지 알려주니 농민 입장에서 영농계획도 짤 수 있고요.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유통이 되는 것이죠."

  
가락시장 시장도매인 도입 시급
“유통개혁 선봉 서겠다” 의지 표명

 
노 지사장은 현재 시장도매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장도매인 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전국각지를 돌며 시장도매인을 소개해 왔다. 안정적 판로 유지를 위해 생산자와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 고속도로’를 뚫고 싶다는 그는 지금이 유통 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1985년 6월 19일에 개장을 했죠. 당시 실무를 담당했는데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밤샘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특히 개인 위탁상들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었습니다. 거친 유통상인들을 상대로 크고 작은 이해관계를 파악해 응대하면서 가락동에 경매시장을 안착시켰습니다. 이제는 유통 개혁이 필요한 때입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장경매제를 정착시켰듯이 이제는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 경쟁체계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