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입맛에 맞을 때까지 재협상하는 FTA
미국의 입맛에 맞을 때까지 재협상하는 FTA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7.12.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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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협상에 재협상, 그리고 다시 재협상

2006년 협상개시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시작된 한미FTA는 8차례의 협상과 고위급 협상을 거쳐 2007년 3월 한미 FTA 통상장관 회의 끝에 2007년 4월 2일에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1년이 넘게 협상을 하고 타결 선언까지 했지만 미국의 요구로 두 차례의 협의를 하고 나서 추가협상까지 타결됐고 그해 6월 30일 한미 FTA 타결 서명을 하고 9월 7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자동차 관련 협상을 문제 삼아 미국은 재협상을 요구했고 2010년 열린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문제가 최종 쟁점임을 시사 하면서 그해 11월 다시 한미 FTA 통상장관회의 개최됐고 2010년 12월 3일 재협상안이 타결됐다.

2011년 10월 12일 미국 하원과 상원에서 한미 FTA 이행법안 통과되고 10월 2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한미 FTA 이행법안 서명을 하면서 미국의 비준절차가 완료됐고 한국은 같은 해 11월 22일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2년 3월 15일 정식 발효됐다.

2012년 비준 발효 후 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개정을 위한 재협상을 요구했고 한국은 재협상을 받아들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 개정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 물밀 듯이 들어온 미국 농축산물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농업분야에서 농산물세이프가드(ASG), 세번 분리, 계절관세 등을 도입해 국내 농축산물을 보호하겠다고 밝혔지만 발효 이후 세이프가드는 발동이 되지 않았고 계절관세는 수입물 증가를 막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농업계에서는 최근 재협상과 관련해 TRQ와 세이프가드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한미 FTA가 2012년 3월 발효된 후 평균 수입액은 발효 전과 비교해 채소와 과일은 46.6%가 늘었고 축산물은 44.6% 증가했다. 다만 곡물은 대다수가 TRQ 물량으로 수입되고 FTA 발효 전 기준 관세율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관세율 하락효과가 적어 수입량 변화는 많지 않았다.

발효 5년차인 2016년 밀과 옥수수는 수입량이 줄었으나 대두는 대폭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대두 수입량은 22만5000톤으로 발효 전 평년 수입량보다 68.3% 증가했고, 수입액으로는 1억2400만 달러가 수입돼 62% 늘었다.

축산물 수입량은 FTA 발효 후 5년간 평균 20억8100만 달러가 수입돼 발효 전 평균 수입액보다 44.6% 늘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수입액은 10억3500만 달러가 수입돼 2015년보다 29.1% 늘었고 발효 전보다 58.5% 증가했다. 수입량으로도 발효전 평균은 6만2000톤이었지만 발효 후 5년간 평균 12만1000톤이 수입돼 2배 가까이 수입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16만9000톤이 수입돼 2015년보다 46%로 증가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 도축두수 감소와 한우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산 닭고기는 미국의 AI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되면서 수입량이 감소했고 치즈는 EU와 뉴질랜드산으로 수입선 전환효과가 발생해 수입이 줄었다.

지난해 미국의 오렌지 작황호조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량이 크게 증가했지만 석류는 국내 소비감소로 FTA 이행 2년차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체리는 발효 전 평균 3748톤을 수입했지만 지난해에는 발효 전 평균보다 4배 가까운 1만2387톤이 수입돼 230.8% 증가했다. 전체 과일 수입량은 지난해 21만8786톤으로 발효 전 13만4542톤보다 62.6% 늘어났다.

# FTA로 인한 피해 증가

한미 FTA가 발효 된 후 국내 농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이 발효 전보다 44.6% 증가하면서 일부 품목에서는 피해보전직접지불이 발동됐다. 피해보전직접지불은 발효 2년차인 2013년에 처음 발동됐다. 농식품부는 2013년 4월 FTA 피해보전직접지불금 지원대상 품목에 한우와 한우 송아지가, 폐업지원금 지원대상 품목으로 각각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피해보전직불제가 한미FTA만이 아닌 호주, EU 등의 모든 물량을 집계해서 발동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FTA를 원인으로 볼 수는 없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대폭 증가해 발동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2014년에는 식량작물에서도 피해보전직불이 처음으로 발동됐다. 당시 피해보전직불 품목으로 수수, 감자, 고구마, 한우송아지가 선정됐다. 한우송아지는 폐업을 원하는 농가에게 폐업지원금이 지급됐다.

2013년 한우송아지가 폐업지원금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자 그해 1만4600호에 달하는 농가가 폐업지원을 신청했고 폐업지원금은 2013년 1965억원, 2014년에는 196억원이 지급됐다.

2013년 이후 매해 피해보전직불이 발동됐다. 2015년에는 식량작물에 이어 과실도 처음으로 적용됐다. 당시 피해보전직접지불금은 대두, 감자, 고구마, 체리, 멜론, 노지포도, 시설포도, 닭고기, 밤이 선정됐고, 폐업지원금은 체리, 노지포도, 시설포도, 닭고기 ,밤에 지급됐다.

2015년도 피해보전직불금은 7만6000여 농가에 471억원이 지급됐고. 폐업지원금은 체리, 노지포도, 시설포도, 닭고기, 밤 총 5개 품목 4600여 농가에 1150억원이 지급된다. 2015년 폐업지원신청은 총 4610건으로, 이 중 노지포도 농가가 3,702건으로 가장 많았고, 시설포도(681), 밤(144), 닭고기(70), 체리(13) 순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당근, 노지포도, 시설포도, 블루베리가 피해보전직접지불금을 받았고, 폐업지원금은 노지포도, 시설포도, 블루베리에 지급됐다. 2017년에는 피해보전직접지불금 지급품목으로 도라지가 선정됐지만 폐업지원대상 품목은 없는 것으로 결정됐다.

피해보전직불은 농가의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농가보호가 아닌 농가 구조조정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한미FTA 재협상 미국 측 요구사항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에 대한 언급하면서 재협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농업분야에서는 농약잔류와 GMO 규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2017년 미국 무역장벽보고서를 중심으로 분석해 발표한 ‘한미 FTA 재협상, 농업분야 예상 이슈에 대해’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농업분야에서 매년 손꼽는 무역장벽으로 한국의 GMO 관련 규제를 언급하고 있다. 규제로 인해 미국산 GMO 제품의 수출에 장애가 되고 있으니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라는 것. 따라서 GMO 규제 완화를 재협상에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예의주시하는 협상 의제로는 잔류농약 허용 제도의 변경이 포함돼 있다. 미국이 보고서에서 새롭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 잔류농약 허용기준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미국산 농산물의 수출에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한국의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이다.

한국이 잔류농약에 대해 포지티브리스트 방식(PLS)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잔류농약 허용 기준이 미국산 농산물의 한국 수출에 장애요소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잔류농약 허용 기준에 대해 한미간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기존 허용기준을 적용하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미국내 생산자와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는 농약 그동안 미국 정부가 한미FTA 공동위원회 등을 통해 한국이 새로운 잔류농약 허용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지연시켜 왔다고 할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한미간 통상협상에서 잔류농약 허용 기준과 관련한 이슈가 또 다른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월령 제한 및 부위별 제한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에 대해 비교적 만족하고 있어 쇠고기를 재협상 의제로 삼을 확률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자는 한국이 동식물 검역기준에 따라 2012년부터 미국산 식용 감자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감자의 수입을 제한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검역 완화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무역장벽보고서에는 2016년 12월에 개최된 한미 공동위원회 수입위생검역 분과위원회의뿐만 아니라 2016년 9월 농림식품부 기술 협의회 (Agricultural, Food, and Rural Affairs Technical Bilateral)의 USDA- Ministry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히고 있다. FTA에서 검역 기준을 의제로 삼을 수는 없지만 협상 과정에서 검역 완화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對韓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미국측 평가

○ 2016년 6월 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발표한 FTA 영향 보고서는 한미 FTA로 인해 양국 모두가 이익을 보고 있다고 평가

○ 특히 FTA 미체결 가정 시 미국의 對韓 상품무역 적자는 440억 달러인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실제 2015년 적자규모는 이보다 158억 달러 줄어든 283억 달러를 기록해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미국측통계 기준)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가한 농민단체들.(출처: 전국농민회총연맹 홈페이지)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가한 농민단체들.(출처: 전국농민회총연맹 홈페이지)

# 한미FTA 재협상이 아니라 폐기하라

한미 FTA로 인한 농업분야의 피해가 크다보니 재협상을 할 바에는 폐지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입장을 내고 있다. 한미FTA가 폐지되면 지금까지 감축됐던 관세는 발효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TRQ 물량을 수입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폐지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농업계에서는 TRQ, ASG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재협상에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산물세이프가드는 정부가 FTA로 인한 농업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발동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것.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되기 직전인 2003년 24만9000톤이 수입됐다. 이를 기준으로 한미FTA에서 농산물세이프가드(ASG)를 30만톤으로 정했기 때문에 현재 16만톤이 수입되고 호주산 등과 함께 총 수입쇠고기는 30만톤이 넘었지만 현실적으로 발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전국한우협회, 낙농육우협회 등에서는 세이프가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준 물량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1회만 발동할 수 있게 돼 있는 세이프가드 발동 횟수도 변경이 필요하다.

세이프가드 발동조건 완화와 함께 40%에서 현재 22%까지 감축된 관세인하도 중단하는 것과 수입위생조건 개정(BSE 발생 시 수입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TRQ는 수입을 하지 않거나 고율관세를 적용하는 대신 일정물량을 수입하는 제도이지만 곡물과 낙농은 과도한 TRQ물량을 설정하는 바람에 계속 수입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낙농육우협회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분야의 분유는 TRQ가 복리로 증량하고 있어 매년 증가량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연한을 설정하고,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는 TRQ물량에 대해서도 저율관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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