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보도-프롤로그]무역이득공유제와 수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심층보도-프롤로그]무역이득공유제와 수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0.01.0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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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상생기금 조성 어떻게 되고 있나…향후 발전 방안은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 FTA와 한EU FTA가 발효되고 일본이 주도하는 TPP를 의식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농축산 강국과 자유무역협정을 확대해 나가자 농민단체들은 ‘무역이득공유제’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전까지 시장개방에 대한 농민단체들의 투쟁은 시장 개방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농민 등의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개방 확대 기조를 거스를 수 없었고, 수출주도형 국가이니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개방에는 큰 틀에서 동의하되 피해산업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는 순으로 투쟁의 방향이 바꾸게 된 것이다.

‘무역이득공유제’는 FTA로 농축산업계가 손해를 보는 만큼 FTA로 이익을 보는 산업 분야가 이윤의 일정 부분을 떼어내 피해산업의 손실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던진 만큼 무역이득공유제는 경제민주화에도 부합한다는 게 농업계와 농업계를 지원하는 학계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농업계의 주장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화답하면서 입법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고,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정책을 정치권이 도입하려 한다며 전경련 등 경제단체와 보수언론, 경제지 등의 반발도 거셌다.

이러한 공방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주춤하는 듯 싶었으나, 한중 FTA 협상이 시작되면서 다시 농축산업계가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 요구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고, 여러 개의 유사법안이 상정되기에 이른다.

무역이득공유제는 자유경제논리에 역행하는 위헌 논란에 휩싸이는 등 공방을 벌이다가 FTA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이 매년 자발적 기부를 통해 기금을 조성해, 농어촌을 지원하는 농어촌 상생기금으로 후퇴했고, 정부가 한중 FTA 국회통과를 조건으로 상생기금안을 내놓으면서 절충안이 마련되어 농어업협력재단 설립이 탄력을 받게 된다.

정부가 조세 형식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대신 자발적 기부로 한다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 내용은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지금 농어촌상생기금이 어떻게 조성되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출범한지 5년여가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상생기금이 무역으로 이익을 보는 산업의 자발적 기부를 바탕으로 피해산업인 농축산업계에 어떤 유의미한 지원을 해주고 있는지 좀처럼 알려지지 않고 있고 국정감사 때 잠시 언급될 뿐 정치권도 농업계도 재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단 전경.
재단 전경.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운영하는 재단이 출범초기인 만큼, 비전설정, 사업수립 등 운영에 있어서 미숙함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농어촌상생재단이 출범하기까지 농업계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아쉬운 대목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농업계가 무역이득공유제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을 때 세계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자랑스러운 국내 대기업들의 농업계 등 피해산업에 대한 배려는 매우 부족했다.

FTA협상이 진행될 때는 무역증가로 국가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내용의 홍보전을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펼치면서 농업계의 양보를 요구하지만 정작 피해산업에 대한 적절한 지원 계획은 밝히지 않는 일이 반복되었다.

2011년 무역이득공유제가 처음 농업계에 의해 처음 이야기 됐을 때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당시는 한미 FTA 국회 비준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을 때였다. 이때 무역익득공유제를 농업계가 들고 나오자 기업들은 시장경제를 부정한다느니, 기업들을 또 괴롭힌다느니 하는 거부감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경제계의 수족과 같은 경제지와 보수신문들은 농업계를 기업들 돈을 갈취하는 집단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무역이득공유제 논쟁이 펼쳐질 때마다 일어났다.

그리고 정부의 중재안인 자발적 기부에 의한 상생기금 조성으로 틀자 마지못해 동의해 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만약 그 당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LG전자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무역이득공유제는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자발적으로 삼성농민재단, 현대자동차농업재단, LG농촌상생재단 같은 이름의 재단들을 만들어 농업계를 배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 하게 된다.

국내 대기업 중 농업과 농촌을 지원하는 재단을 운영하는 곳은 교보생명이 출현해 세운 대산농촌재단과 하림재단이 있다.

대산농촌재단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 직전인 1991년 세계화와 개방화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 농업과 농촌을 위해 교보생명 창립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의 뜻에 따라 교보생명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농업, 농촌 지원 공익재단이다.

교보생명은 시장개방의 직접수혜를 받는 분야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시 농업계가 처한 현실을 고려해 40억 원의 출현해 설립이 되었다.

하림의 경우 대기업으로 편입된 때가 2010년대 들어서니 재단 설립당시인 2002년은 중소기업 때이다. 하림은 사업 대부분이 내수산업이고 농축산분야이기 때문에 FTA 피해산업으로 봐야 한다.

국내 수출대기업, 국내 글로벌 대기업들이 시장개방 논의 당시 보여준 모습은 농업계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2020년 신년호에서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기금은 어떻게 조성되고 있고 어떤 곳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재단 출범 당시 약속했던 수출대기업들은 기금 조성에 얼마나 협력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차후 발전 방안도 모색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