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종자산업 미래는(1)]고부가가치 ‘끝판왕’ 종자(seed)
[특집기획-종자산업 미래는(1)]고부가가치 ‘끝판왕’ 종자(seed)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0.01.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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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빈국에서 종자강국으로 ‘갈림길’…전 세계 총성 없는 ‘종자전쟁’
제3차 골든시드프로젝트 추진 등 산학연 전후방 지원 지속 추진해야

[팜인사이트=이은용 기자] 우리에게 필요한 재화(財貨) 중 100~100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어떻게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재화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우리 일상 속에서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휴대폰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각종 농산물일 것이다. 주식인 쌀을 비롯해 각종 채소(배추, 파, 양파, 양배추 등), 과일(배, 사과, 귤, 딸기 등)은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먹거리다.

이런 농산물의 베이스가 바로 종자다. 종자가 없으면 우리는 농산물을 생산해 먹을 수 없다. 한마디로 휴대폰이 작동되려면 핵심이 반도체가 있어야 하듯 농산물은 종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농부는 죽어도 종자를 베고 잔다(農夫餓死 枕厥種子)”. 그만큼 종자는 예전부터 농부들에게 있어 생명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귀한 존재였다.

현대사회 종자 가치 더욱 상승…금보다 종자

단적인 예로 종자 하나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본다면 양배추 종자 하나의 가치가 10원이면 종자가 자라서 양배추가 되면 2000~3000원에 팔리게 돼 200~300배 이상 부가가치를 낸다. 배추 종자의 경우도 종자 하나가 3~5원이지만 배추김치는 5000원 이상에 달하기 때문에 단순한 수치만 보더라도 종자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현대사회에서 종자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더 커졌으며, 특히 최근 잦아진 기후변화 문제로 종자의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는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총성 없는 종자 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대규모 투자로 식물 유전자원을 확보해 수집·보존하고 있으며, 신품종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종자 전쟁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표적인 종자강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굴지의 종묘기업들이 외국기업에 팔려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가장 큰 것이 로열티 부문이다. 우리가 개발한 종자가 외국기업으로 넘어가면서 우리가 우리 종자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써야 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 대표적인 사례가 청양고추다. 청양고추는 한국인 고추 육종가인 유일웅 씨가 제주산 고추와 태국산 고추를 교배해 개발한 것이다.

국내 종자산업 몰락…국제 경쟁력 바닥 보여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청양고추에 대한 라이선스(사용권)가 외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로 인해 현재는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외국기업에 사용료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비슷한 사례의 종자로는 금싸라기 참외와 불암 배추 등 2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농작물 종자 로열티로 매년 140억 원씩 총 1400억 원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종자는 물론 육종기술과 인력까지 모두 외국기업에게 넘어가면서 종자산업 기반이 무너지게 됐다. 특히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연구개발, 시험 등)과 비용,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세한 우리나라 종자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작물별 국산품종 자급률도 크게 떨어지게 됐는데, 포도 4%, 배 13.6%, 난 18.2%, 양파 28.2%, 장미 30%, 국화 32.1% 등으로 자급률이 매우 저조하다.

실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자본력과 전문 인력 확충 등을 통해 세계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글로벌 10대 종자 기업이 세계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 종자시장 규모도 394억 달러(약 46조 원, 2017년 기준) 규모로, 국내의 경우 5920억 원(세계 시장 1.3%)에 불과해 여러모로 시장 규모, 자금력, 기술력에 있어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열세인 상황이다.

골든시드프로젝트 추진…희망 쏟아 올리다

이렇게 힘든 여건이지만 종자산업 부흥을 위해 정부와 기업, 학계 등에서는 신품종 개발, 인력양성 등 인프라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는 2011년 2월 종자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및 민간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골든시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GSP, 1-2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GSP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연구개발 과제로, 2012~2021년까지 10년 동안 국고 3985억 원과 민간자금 926억 원 등 총 4911억 원을 투자해 종자수출 2억 달러 달성과 수입 대체로 종자 자급률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 사업 추진으로 인해 소기의 성과도 달성하고 있다. 종자수출의 경우 1990년 61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7년 5858만 달러로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는 GSP 사업이 종자 수출산업화 기반을 다지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최근 우수품종의 종자가 속속 개발되면서 해외 품종 중심이었던 작물이 국내 품종으로 대체돼 해외로 유출되는 로열티를 절감하고 있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GSP 1단계 사업(2012~2016년까지) 중 핵심연구실적 자료에 따르면 병충해에 강한 토마토 품종, 파프리카 품종, 양배추 품종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시장화도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GSP 사업에 참여한 농우바이오는 고기능성 대추 토마토 품종을 개발해 33억 원의 국내 매출을 올렸고 수출 규모도 242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학연 똘똘 뭉쳐 중지 모아야…종자산업 산다

하지만 이런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GSP 사업이 2021년 종료되면 자칫 종자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사업 기간과 예산을 더욱 확대해 추진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요구다.

아울러 품종개발 방식을 육종가 중심에서 현장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기후변화와 재해에 강한 품종을 적극 개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우리 종자 산업이 종자빈국에서 벗어나 종자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더욱 똘똘 뭉쳐 중지를 모아야 한다. 이는 종자 산업이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 발전을 주도할 ‘Key(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