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년 전 오늘 - 축산 소식290] 흰 꿩(白雉)이 나타나면 상서(祥瑞)로 진상하거나 변이(變異)로 여겼다
[428년 전 오늘 - 축산 소식290] 흰 꿩(白雉)이 나타나면 상서(祥瑞)로 진상하거나 변이(變異)로 여겼다
  • 남인식 편집위원
  • 승인 2020.01.1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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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05호, 양력 : 1월 13일, 음력 : 12월 19일

[팜인사이트=남인식 편집위원] 조선왕조실록에 꿩(雉)에 관한 기사는 430여건으로 그중에 특히 흰 꿩(白雉)에 관한 기록이 100여건에 달하며, 살아 있는 꿩이나 익히거나 말리지 않은 꿩고기를 생치(生雉) 또는 고치(膏雉)라고도 하였고, 닭과 같은 족속이라서 야계(野鷄) 또는 산계(山鷄)라고도 불리웠는데, 특히 수컷은 장끼(雊雉), 암컷은 까투리(雌雉), 새끼는 꺼병이라고도 하였습니다.

꿩은 제향이나 그 해에 새로운 과일 또는 농산물로 올리는 제사인 천신(薦新)에 올렸으며, 왕실의 식사에 소용되는 음식 재료인 물선(物膳)을 위해 경기도에서는 명절과 같은 명일(明日) 물선으로 생치를 설날 아침인 정조(正朝)에 10마리, 단오에 15마리, 동지에 30마리, 탄일에 20마리를 올린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전라도에서는 매달 초하룻날에 각 도(道)에서 나는 산물로 임금님께 차려 바쳐지는 음식인 삭선(朔膳)을 위해 11월과 12월에 생치 15마리씩, 강원도에서는 11월과 12월에 생치 15마리씩, 함경도에서는 12월에 생치 1마리를 각각 올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꿩은 길조(吉鳥)로 여겨져 꿩 털을 머리띠나 깃대에 꽂아 장식하기도 하였으며, 꿩알은 복란(福卵)이라 하여 봄이 되면 산에 올라 일부러 찾기도 하였고, 정월 대보름에는 꿩알을 먹었으며, 겨울철에 사냥한 야생 꿩은 귀하게 여겨 구이와 만두, 떡국 등의 음식 재료로 쓰였습니다.

실록에 실린 꿩에 관한 기사 중 흰 꿩에 관한 주요한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태종(太宗) 대에는 사신을 보내어 명나라 서울에 가게 하였으니, 중국이 은혜로써 내려준 물건인 은사(恩賜)를 사례하고 겸하여 흰 꿩(白雉)이 나타난 상서(祥瑞)를 하례하기 위함이었으며, 반면에 강원도 도 관찰사가 흰 꿩을 바치자, 임금이 이것은 산군(山郡)에 흔히 있는 것으로 상서로운 것이 아니라고 한 바가 있습니다.

세종(世宗)대에도 평안도 감사가 흰 꿩을 바치자, 호종(扈從)하는 여러 신하들이 나아가서 하례(賀禮)를 드렸으나 임금이 받지 아니하였고, 왕세자(王世子)와 백관이 푸른빛의 반투명한 돌로 경옥(硬玉)의 하나인 낭간(琅玕)과 흰 꿩이 나타나고 상서로운 서설(瑞雪)이 내린 것 등에 대하여 하례를 드리려 하였으나, 하례하지 말도록 한 바가 있으며, 임금이 당뇨병의 증세로 나타나는 갈증을 그치게(止渴) 하는 약을 명하자, 의원(醫員)이 흰 장닭(白雄鷄), 누른 암꿩(黃雌雉), 양고기(羊肉)를 추천하여, 닭은 왕실의 음식을 담당하는 내섬시(內贍寺), 예빈시(禮賓寺) 등에서 바치게 하고, 꿩은 매로 사냥을 하는 응패(鷹牌)로 하여금 사냥해 바치게 하며, 양은 5, 6일마다 한 마리를 바치게 하겠다고 하였으나, 임금이 자신을 위하는 자봉(自奉)에 이같이 후히 할 수 없다며 먹기를 반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밖에도 문종(文宗), 단종(端宗), 세조(世祖) 대에도 흰 꿩을 잡아 임금에게 바친 기록이 있으며, 예종(睿宗), 성종(成宗) 대에도 흰 꿩은 물론 흰 노루, 흰 사슴을 바친 기록이 있고, 연산군(燕山君) 대에는 경상 감사가 흰 꿩을 진상하자, 대신들이 진상한 것을 상서라고 한다면 그 폐단이 반드시 아름다움을 자랑하게 될 것이며, 진기한 새라고 한다면 인군이 물건에 정신 팔려 뜻을 잃게 할 것인데, 이는 아첨하는 것으로 은혜를 바라고 총애를 굳히는 것이니, 죄를 주기 바란다는 건의를 여러번 물리치다가 결국 파직을 한 바도 있습니다.

428년 전 오늘의 실록에는, 함경 감사(咸鏡監司)가 관아에 속한 관리인 영속(營屬)이 흰 꿩 한 마리를 잡아왔는데, 수꿩으로 깃털이 새하얗고 다른 빛깔의 털은 하나도 없어, 비상한 변이(變異)라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선조실록 25권, 선조 24년 12월 19일 신해 기사 1591년 명 만력(萬曆) 19년

함경 감사가 영속 백인세가 흰 꿩을 잡았다고 아뢰다

함경 감사(咸鏡監司)의 서장은 다음과 같다.

"11월 30일 영속(營屬) 백인세(白仁世)가 흰 꿩 한 마리를 잡아왔습니다. 신이 보니 숫꿩인데 깃털이 새하얗고 다른 빛깔의 털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는 비상한 변이(變異)입니다."

【태백산사고본】 12책 25권 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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