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기획 5] 한우고기의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
[한우기획 5] 한우고기의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
  • 김재민
  • 승인 2018.07.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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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시장 개방 감안 고급화・명품화 전략 버리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 필요할까?

 

1. 한우의 고급화・명품화 전략과 적중

필자가 한우고기의 포지셔닝 전략을 이야기할 때마다 드는 일화가 있다.

2001년 1월 축산전문기자로 활동을 시작할 당시 필자는 시골축협 조합장부터 농림부 장관까지 농가 대상 강연, 축사, 인사말 등을 할 때 빼놓지 않고 했던 말이 있음을 늘 상기시킨다.

그때 늘 반복해 들었던 이야기가 품질고급화, 명품화, 브랜드화로 시장개방의 파고를 이겨내자는 내용이었다.

포지셔닝전략이란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에 바라는 가치를 기준으로 공급하고자 하는 상품의 위치를 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지, 품질은 어느 수준으로 유지할지, 공급을 늘려 대중화 시킬 것인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판매하는 명품화를 추구할 것인지 이러한 수많은 고려사항을 응축해 상품의 포지셔닝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2000년 초 한우산업의 포지셔닝전략은 고급화, 명품화로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실제로 이를 실천에 옮겼다.

소고기 시장개방이 코앞에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농가들의 불안감이 매우 높았고 한우산업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했던 시절이었는데 그 당시 정책적 합의는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를 걸고 모든 국민에게 한우고기를 먹이는 전략이 아니라 수입고기와의 차별화를 통해 한우고기 마니아층을 만들어 내는 게 당시 한우 정책의 핵심전략 이었다.

품질은 높이고, 대중화 보다는 명품화, 가격대는 높게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같은 전략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는 거세 장려금과 고급육장려금을 지급했고, 등급제 시행, 브랜드경영체 육성을 통해 조직화 및 품질관리에 들어갔다. 이러한 전략은 유효하게 맞아 떨어져 한우고기는 더욱 맛있고 부드러워졌고, 실제 시장개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성장을 지속해 왔다.

 

2. 한우 새로운 포지셔닝 필요할까?

소비자의 변화, 경쟁상품의 전략 변화 등을 고려해 포지셔닝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을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라 하는데 최근 들어 “한우고기가 너무 비싸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는 고기”라는 비난과 함께 “한우고기 가격을 낮춰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축산업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이야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면야 늘 듣는 이야기이니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지만 한우산업과 관련해 책임 있는 기관 쪽에서 나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깊은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한우고기가 너무 비싸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우고기 포지셔닝을 새롭게 짜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2000년대 한우산업의 전략은 개방이 확정된 상황에서 외국산 소고기와 가격으로는 경쟁할 수 없고 시장을 100% 방어할 수도 없다는 인식 속에 품질고급화, 명품화, 고가격화를 통해 소고기 시장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하층부를 내주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을 폐기하고 한우고기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면 수입소고기와 가격으로 경쟁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3. 명품화를 위한 농가들의 전략적 행동

한우고기는 고급화, 명품화라는 전략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지금까지 한우농가들은 비용절감 보다는 한우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육계가 사육기간을 30일까지 끌어 내리고, 양돈농가들이 가격이 좋으면 일찍 출하해 사육비를 줄이려는 행동을 하는 것과 달리 한우농가들은 맛이 들 때까지 그리고 높은 등급이 나올 때까지 사육기간을 늘려 최장 35개월까지 비육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출하직전 1개월은 사육초기와 비교해 급여하는 사료의 양도 많기 때문에 비용이 곱절이 들기 마련이고 농장 전체 회전수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육기간을 1~2개월만 단축해도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한우고기의 가치를 최정점까지 가져가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농가들의 판단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 농가들이 수십 년간 이어온 이 전략적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농가들이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선회했을 때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이익이 보장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한우가격 추이, 공급추이 등을 종합해 볼 때 한우 소비자는 가격에 매우 비탄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앞서 연재에서도 소개했듯이 공급량은 늘었는데 오히려 가격이 더 높게 상승했다는 것은 가격을 불문하고 소비를 하고 있는 소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명품화, 고가격 전략을 쓰기에 아주 적합한 품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4. 저가격, 대중화 전략은 개별 경영체의 몫

앞선 내용을 종합해 보면 한우산업의 포지셔닝은 고품질, 고가격, 명품화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 기본적 전략을 가져갈 때 할인이나 쿠폰 등을 활용 등 다양한 전략이 여러 브랜드 경영체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한우는 기본적으로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를 주고 있다는 소비자의 인식 속에 개별 브랜드경영체나 외식업체들이 나름의 저가격 정책을 쓰더라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한우고기가 싸구려라면 그 안에서 쓸수 있는 카드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한우가 명품이 높은 가격만큼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라집고 있다면 할인과 같은 카드가 매우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한우업계는 지난 10여년 간 정육점형 식당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대응해 왔다. 한우고기를 비싸다고 인식해 접근조차 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에게 고기의 가치는 그대로이지만 서비스를 약간 낮춰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높은 가격에 반응하는 소비자집단을 만족시키면서도 가격에 민감한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5. 버버리는 왜 명품 옷과 가방 등을 소각했을까?

지난 7월 20일 우리 언론들은 BBC보도를 인용해 버버리가 팔리지 않는 옷 등을 소각해 버렸다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해당기사의 제목을 “버버리 코트, 싸게 팔바엔 버려 5년간 1328억치 소각한 버버리”라고 정리했다.

명품으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싸게 팔아 넘기는 행위를 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소각해 왔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를 읽고 버버리도 한물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핵심은 자사 고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1328억 원이라는 투자를 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한우의 고가격, 명품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투자가 필요하다. 한우의 가치를 홍보하고 교육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우가 너무 많이 시장에 공급되어 흔해지는 일 또한 경계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우수급을 면밀히 검토하고 선제적으로 미세하기 수급을 맞춰가는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일게 의류회사도 매년 수급조절을 하고 있는데 수많은 농가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한우산업은 더 적극적으로 이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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