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우리의 식탁-프롤로그] 인구·소득의 변화가 불러온 거대한 소비트렌드의 변화
[2020 우리의 식탁-프롤로그] 인구·소득의 변화가 불러온 거대한 소비트렌드의 변화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0.02.18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행태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소득, 상품의 가격, 그리고 인구구조, 가구의 형태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국민소득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줄곧 상승해 왔다. 소득은 소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고, 상품의 가격은 물가로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 단순히 본다면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다. 가구원의 수, 자녀가 있는지 없는지, 자녀의 연령대에 따라 소비성향도 달라질 수 있다.

한참 일할 나이인지, 은퇴를 했는지에 따라 소비행태는 달라진다. 소득에서 차이가 나고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도 달라진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소비 트렌드를 전망할 수 있고, 지금까지의 소비행태를 해석할 수도 있다.

만혼 → 저출산 → 인구구조

‘저출산’은 2000년대를 가로지르는 키워드다. 그 어렵다던 1997년을 전후한 외환위기 당시에도 사람들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지 않았는데, 외환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한 2001년부터 결혼과 출산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만혼이나 저출산에 따른 변화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산부인과나 영유아 관련 산업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였으나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못했다. 당해 연도 태어난 아이의 숫자는 적었지만 앞선 세대 소비 인구는 여전히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한해 두해 만혼과 저출산이 누적되면서 2010년대 들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2010년대를 가로지르는 키워드는 ‘1~2인 가구’다. 저출산 현상이 시작된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인구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고, 소비의 행태가 달라졌다.
 

가정, 4인 아닌 1인이 표준

청소년과 청년세대 인구가 40대 이상의 인구보다 많아지면서 일자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장년, 노년 인구가 적었기 때문에 청년들의 일자리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장년, 노년인구가 청년 세대를 압도하고, 고용없는 성장을 계속하면서 20~30대 일자리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러한 문제는 청년세대가 결혼을 늦추고 더불어 출산까지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여파로 평균적인 가정, 가구의 형태인 4인 가족이라는 말 보다는 ‘1~2인 가구’가 우리 사회의 평균적 가구 형태가 되고 말았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가장 강력한 소비행태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관련 현상을 나열해 보면 문제의 근원인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만혼 또는 비혼의 일반화, 기대수명의 증가, 그에 따른 평균연령 증가, 고령가구 급증, 1~2인 가구 급증 등을 들 수 있다.

2010년대 들어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1인 가구의 급부상이다. 2000년도 가구수는 4인>3인>2인>1인 순이었던 것이 2018년 현재 1인>2인>3인>4인 가구 순으로 역전현상을 볼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이나 마케팅은 가구나 가정과 같은 공동체 개념이 아닌 개인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소득 증가≠소비 증가

소득은 계속 증가해 왔다. 자영업자의 소득증가율이 근로자 소득증가율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반적으로 각 가구의 소득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500만 원을 돌파하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소득의 증가는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력을 높이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지출 또한 늘어나야 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가계의 소비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데 있다. 소득의 증가가 무조건 상품과 서비스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득의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품목은 경제학에서는 정상재(正常財, normal goods)라 분류하고 반대로 소득의 증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품목을 열등재(劣等財, Inferior Good)라 부른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전반적인 소비가 증가했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하는 시점에 정상재였던 품목이 열등재로 바뀐 품목도 발생하며 희비가 엇갈리는 산업, 품목, 상품과 서비스가 있었을 것이다.

연령대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를 살펴보면 각 시대별 연령대별 지출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전반적인 항목별 명목 지출 비용은 대부분 증가하고 있지만 구성비에서의 변화는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다.

식품 구매 비용 비중의 감소는 엥겔지수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긍정적인 지표다.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대신 외식 및 배달 음식에 대한 지출이 증가하면서 2000년 이후 음식 관련 지출이 식품 구매 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60세 이상 가구에서는 식품구매 비중이 외식에 배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소비 감소는 인구구조의 변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교육과 관련한 지표 중 재미있는 현상은 39세 이하 가구에서는 자취를 감췄으며 교육 지출 비중이 높았던 40~49세 연령층에서도 2018년 교육 지출 비중이 크게 낮아진 것을 볼 수 있다. 비혼과 만혼의 영향과 의무교육확대 등의 영향으로 보여진다.

60세 이상 가구에서는 다른 연령층과 다르게 의료 관련 지출이 높고 식료품 구매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령 인구는 소득이 감소하고, 건강도 나빠지게 되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게 된다. 고령층이 인구구조에서 정점을 차지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들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장년 노년층의 비즈니스 중심

앞서 소개한 인구전망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의 비즈니스는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 아닌 40대 이상의 장년, 노년 층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중문화의 주요 타깃은 청소년과 20대였다. 1990년대 대한민국 인구 평균 연령은 29.5세로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모든 상품들이 청년, 청소년을 겨냥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7년 인구 평균 나이는 41.2세로 장년 층에 많은 인구가 몰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중문화의 트렌드 또한 달라졌다. 탑골가수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1990년대~2000년대 왕년의 스타들을 소환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JTBC의 슈가맨, SBS 불타는 청춘은 대표적인 40~50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으로 여기에 소환된 가수들이 대중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해체했던 HOT, 잭스키스, 핑클, God의 컴백이나 최근 장윤정, 홍진영에 이어 송가인, 유재석으로 이어지는 트로트의 인기도 우리사회 소비의 중심이 장년, 노년층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기와 채소 식탁의 중심

식품분야 중분류의 순위 변화는 우리 식생활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상위 5개 품목에 대한 순위 변화를 살펴보면 2000년까지 1위에 랭크되어 있던 곡류 등에 대한 지출이 2005년 4위로 밀려난 이후 5위권 밖으로 밀려나 각 가구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아졌다.

대신 2위에 위치해 있던 육류가 2005년 이후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채소와 과일이 뒤를 잇고 있다. 2000년까지 순위에 포함되지 못했던 유제품 및 알은 2005년 5위에 이름을 올린 이후 4위에 위치해 있다.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앞서 이야기 했듯이 소득이 오르면 소비가 증가하는 품목이 정상재화라 이야기 했는데 육류나 과일, 채소, 유제품 등이 정상재라 이야기할 수 있고, 곡물(쌀)이 열등재라 이야기할 수 있다.

더 품목을 세부적으로 이야기하면 최근 한우가격 고공행진은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량이 증가하는 정상재의 대명사로 볼 수 있고, 지속적으로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는 쌀 등 곡물류는 열등재의 대명사로 볼 수 있다.

편리성, 합리성 그리고 럭셔리와 가치의 시대

최근의 소비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는 편리, 합리, 럭셔리, 가치로 압축할 수 있다.

현재 외식시장은 배달시장과 파인다이닝 시장 그리고 가성비의 정점인 무한리필 고기집이 끌고 가고 있는 형국이다. 직장인들을 겨냥한 기존 식당들은 점심 식사 시장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있으나 과거와 같이 저녁 장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외식업계의 중론이다.

그저 그런 메뉴를 먹기 위해 식당에 방문하느니 시켜먹겠다는 게 소비자들의 심리고, 1~2인 가구의 증가도 증가겠지만 그저 그런 메뉴를 집에서 번거롭게 조리해 먹느니 간편하게 시켜 먹겠다는 게 소비자들의 심리인 듯하다.

배달앱 시장의 고속 성장은 이를 반영한다. 지난해 연말 엄청난 규모의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졌는데 첫 번째는 아시아나항공의 HDC현대산업개발 콘소시엄으로의 매각이고, 두 번째는 배달의 민족이 독일계 자본인 딜리버리히어로에게로의 매각이었다.

둘 다 천문학적인 인수금액이 관심을 끌었는데 관심가는 대목은 실물자산이 거의 없는 배달의 민족이 4조 8천억 원에 매각이 된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2조 1천억 원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배달의 민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음식과 배달과 관련된 회사이지만 제대로 된 오토바이 한 대, 변변한 음식점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배달의 민족이고, 엄청난 인력의 직접 고용과 많은 항공기를 가지고 있는 곳이 아시아나 항공이니 자산만 가지고 비교한다면 당연히 아시아나 항공의 가치가 더 높아야 한다.
 

시장에서의 가치가 아시아나 항공보다 배달의 민족이 더 큰 것으로 판명된 것인데, 이는 여행산업의 한 축인 항공 산업보다 외식업 그 중에서도 배달을 중심으로 하는 외식산업의 미래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그 이유는 앞서 세대별 소비경향을 살펴본 가계소비동향 내용에서 소비자들은 음식을 사는데 가장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시장이 가치 중심의 럭셔리 지향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사례는 많이 있다. 자동차 시장을 살펴보면 금방 눈치를 챌 수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와 쏘나타였다. 두 차종은 2000년대부터 몇 년 전까지 서로의 자리를 뺏고 빼앗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는데, 2019년 국내 판매량 1위 자동차는 그랜저, 아반떼는 6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대표적 가성비 자동차인 경차의 경우 10위권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모닝이 11위, 스파크가 19위에 랭크되어 있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 2010년 국내 자동차 판매량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쏘나타, 2위는 모닝이다. 아반떼의 경우 모델이 변경되는 바람에 차종의 종류가 나뉘었지만 신형과 구형모델을 합할 경우 실제 최대 판매량은 아반떼가 차지했다. 2010년 그랜저의 판매량은 19위였고 같은 급의 차량인 기아자동차의 K7은 14위에 랭크되어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가성비 시장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주류시장도 공장의 소주와 맥주의 출고량은 주춤하고 그 틈새를 외국산 맥주가 채우다가 최근에는 수제맥주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공부하지 않고서는 도전하기 어려운 와인의 수입량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주류시장의 고급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극단적 합리주의 경향도 쉽게 목격된다. 파인다이닝 시장과 배달음식 시장과 함께 초저가를 앞세운 식당들도 성업하고 있다. 무한리필 삼겹살, 무한리필 돼지갈비, 무한리필 소갈비, 무한리필 닭갈비 등 가격에 민감한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통하고 있다.

예전에는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주저했던 이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극단적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외식시장을 끌고 가는 한 축이 되고 있다.

한우 소비량의 지속적인 증가, 대표적 회식메뉴였던 삼겹살의 정체, 배달음식 시장의 급격한 신장, 무한리필 집의 성업은 고급화와 간편성, 합리성이 2020년에도 계속해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준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성향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성공하는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구와 소득은 누구나 살펴보기 쉬운 좋은 소스다. 이 거대한 물줄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시장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교육은 저출산의 여파로 사양산업으로 분류된지 오래고 주식(主食)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쌀은 어느새 소비자들의 가계 지출에서 거의 고려대상이 되지 못하는 사소한 지출항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비싸서 부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한우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은 계속 늘고 있고, 국민음식으로 추앙받던 삼겹살의 추락은 소득의 변화가 가져온 엄청난 반전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는 이 거대한 반전의 스토리에 대응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으며 그들의 앞선 도전이 우리 미래의 식탁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소개하고자 한다.

※ 본 기사는 농축식품유통 경제전문지 '농장에서 식탁까지'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