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우리 식탁을 말하다] 소비트렌드 따라 한우 유통전략, 판매전략도 변화
[2020 우리 식탁을 말하다] 소비트렌드 따라 한우 유통전략, 판매전략도 변화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02.25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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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트렌드 ‘가격’에서 ‘가치’ 중심으로 이동
가격·품질에 집중했던 전략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해야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당신이 지금 쇠고기 600g을 구매해야 한다면 어떠한 점들을 고려하겠는가? 고기의 등급, 육질, 생산지, 브랜드 그리고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 및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구매 고려 요인 혹은 핵심 구매요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전에 없던 새로운 핵심 구매요인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얼마나 신선하고 신속·정확하게 배달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는 물론 모바일, 온라인 등 비대면 구매가 늘어나면서 고려하던 기준의 우선순위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 소개된 내용의 한 부분이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여겨왔던 소비자의 구매 요인들이 변화하고 있다.

한우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가성비 원리가 적용되는 영역이 점차 줄고 있다.

이같은 배경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기준이 상품의 효용에서 서비스의 질과 주관적 만족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과거 한우업계의 소비활성화 부문에 대한 키워드는 어떻게 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한우고기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혹은 지금도 각 지역이나 서울의 식당 일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우 정육점형 식당’은 그 일면의 노력들을 보여준다.

가격을 낮춰 합리적인 가격에 한우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적절한 전략이었다.

이후에도 한우업계는 수입육에 대응하기 위한 품질 경쟁력 확보는 물론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도 많은 압박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외국산과 비교해 한우만의 확고한 경쟁력을 찾기 위한 높은 품질(등급)의 한우고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어떻게 하면 한우고기의 생산비를 낮추거나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 대해 한우농가와 업계, 정부의 고민이 집중돼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우정육점형 식당은 싼 가격에 맛있는 한우고기를 먹으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 2010년 초반 급락했던 한우값의 영향으로 전국에 열풍처럼 생겨났다. 사진은 농가형 한우정육식당인 총체보리 한우식당.
한우정육점형 식당은 싼 가격에 맛있는 한우고기를 먹으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 2010년 초반 급락했던 한우값의 영향으로 전국에 열풍처럼 생겨났다. 사진은 농가형 한우정육식당인 총체보리 한우식당.

한우, 품질·가격 ‘양면적 요인’에 대한 고민

각국과의 FTA 체결 이후 쇠고기 수입이 급증하면서 업계 일부에선 한우산업의 위기론을 주장하며 한우고기의 포지셔닝을 새롭게 설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이같은 주장과 달리 한우산업의 소비층은 더욱 공고해 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9년 한우고기 총 도축두수는 2010년대 한우파동이 시작된 2011년 71만 8천여두에 비해 약 5만 여 두(4만7천두)가 많은 76만5297두가 공급됐음에도 도매시장 한우가격은 2011년에 비해 kg당 무려 5천원이 높은 1만7945원에 거래됐다.

해마다 관세가 낮아지는 등 가격적 우위를 갖춘 수입쇠고기의 막대한 물량 공세 때문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한우고기 소비시장이 더욱 공고해 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상황과는 달리 한우고기의 높은 가격은 여전히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5년 만에 개정된 소 도체 등급제 개편 역시 높은 등급의 한우고기 생산을 억제하는 등 생산비를 줄이기 위한 사양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정감사장까지 대두한 소 도체 등급제 개편 문제는 소비자단체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한우 마블링에 대한 비판과 왜곡 보도가 확산되고 여기에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공격의 대상이 됐고, 결국 근내지방도 위주의 등급체계를 높은 한우가격과 결부시켜 수술을 감행하게 했다.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로 진행하는 11월 1일 한우먹는날숯불구이 축제와 명절에 추진하는 청계광장 직거래 장터 역시 ‘가장 저렴한 가격’의 한우고기를 모토로 한다.

한우자조금이 지원되는 이들 행사는 소비자들에게 단 하루만이라도, 명절만큼이라도 한우고기의 가격을 낮춰 판매해 가격 저항선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설맞이 청계광장 할인행사 모습. 올해 청계광장 할인판매는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2020년 설맞이 청계광장 할인행사 모습. 올해 청계광장 할인판매는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정부와 관련단체 역시 한우의 가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 11월 축산물 가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축산물 가격비교서비스’(www.ekapepia.com)를 개발,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5개 대표 축산물(소, 돼지, 닭, 오리, 계란)의 산지·도매·소매가격을 지역별·업체별·업태별·등급별·부위별로 실시간으로 수집해 제공하는 것으로 핵심은 역시 ‘한우고기 가격 비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가 속한 근거리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의 한우고기를 찾을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부분에 정부와 축평원은 큰 의미를 부여했다.

 

장승진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이 지난해 11월 정부혁신박람회에서 축산물 가격 비교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는 모습.
장승진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이 지난해 11월 정부혁신박람회에서 축산물 가격 비교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는 모습.

소비자 구매결정 기준 ‘가격’서 ‘만족’ 중심으로

하지만 정부와 관련업계의 이같은 노력과 달리 최근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소비자의 구매 결정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우고기의 사례에서 보듯 그동안 상품 선택의 기준은 가격이 대세를 이뤘다면 이제는 소비자를 얼마나 만족시키는가 하는 ‘만족’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싼 가격에 한우고기를 즐길 수 있는 소비에 많은 요구가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 소비자들은 보다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혹은 맞춤형 서비스, 프라이빗한 서비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 받길 원한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할지라도 내가 체감할 수 있는 가치가 충족되기만 한다면 기꺼이 값을 지불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한우소비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산업과 소비에 걸쳐 온라인이 대세를 이루던 상황에서도 유독 성장이 더딘 분야가 있었다.

바로 신선식품이다.

생필품에서부터 의류와 가전, 가구 분야에까지 무서운 성장세를 거듭했던 온라인부분의 매출은 신선부문에선 유독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배송기간으로 인한 상품의 질 하락과 특히 한우고기처럼 단가가 높은 육류의 경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상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에 온라인의 성장세는 지지부진했었다.

그러나 최근 신흥 온라인 유통 강자로 분류되는 쿠팡과 마켓컬리의 등장과 전통적인 유통공룡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업계가 새벽배송, 야간 배송, 친환경 배송 등 '배송전쟁'에 나서면서 취약했던 신선부분의 온라인 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SSG 닷컴 이종수 상품담당 상무는 “향후 SSG의 경쟁력을 신선부문 차별화에 두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신선 부분의 다양한 상품군 확보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차별화된 디자인, 신선도 유지를 위한 배송 서비스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최근 구매 시장율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는 ‘한우고기’에 대한 온라인 시장 활성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의 신흥강자로 꼽히는 마켓컬리의 한우판매공간. 세련된 디자인과 스토리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온라인의 신흥강자로 꼽히는 마켓컬리의 한우판매공간. 세련된 디자인과 스토리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저장성 높은 포장기술에 1~2인 가구 위한 소포장도 ‘주목’

태우그린푸드가 지난해 선보인 육류자판기 모습.
태우그린푸드가 지난해 선보인 육류자판기 모습.

오프라인이 주도해온 유통업계의 생태계에서 온라인의 성장세는 이미 기존의 유통경로를 모두 뛰어넘은 추세로 급성장하고 있다. 

2018년 온라인 쇼핑몰의 판매액은 111조 8939억 원으로 대형마트(33조 4541억원)와 백화점(29조 9852억 원)의 판매액을 훌쩍 넘어섰다.

이 가운데 신선식품의 배송 서비스 이용률은 2019년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마켓컬리나 헬로네이처와 같은 신선식품 배송업체 이용 현황은 2018년 1분기부터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해 이용자수와 이용 금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달라진 소비자들의 요구와 유통업계 환경에 따라 한우의 공급행태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포장 형태다. 그동안 산소 포장이 주류를 이뤘던 한우 유통업계에서 저장성을 극대화한 ‘스킨 포장’의 등장은 한우고기의 온라인 구매를 활성화하는 핵심 기술로 통한다.

한우육가공업계의 대표적인 강자로 분류되는 태우그린푸드는 3년 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신기술 연구과제부문에 선정되어 유통기간이 45일에 달하는 ‘스킨팩’ 포장기기를 도입, 온라인 쇼핑에 활용 중이다.

마켓컬리, 쿠팡을 비롯해 SSG 마켓에 입점해 있는 태우의 한우고기는 기존에 스킨팩으로 배송되던 한우고기의 저장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온라인 유통에서 가장 취약한 점으로 꼽혔던 저장성을 극대화시켜 온라인 매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태우그린푸드에 따르면 포장기기 1대당 일일 1만팩 포장이 가능하며, 태우의 경우 기기 2대를 통해 일일 1만2천팩을 생산·공급한다. 특히 온라인 부문에서의 클레임은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소비자 만족도는 포장기술 진화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지난해 태우는 ‘오픈형 육류 자판기’의 보급을 본격적으로 개시하며 온오프라인 한우고기 판매시장에서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오픈형 육류자판기는 기존에 개발된 육류자판기와는 달리 저장성이 높은 스킨팩 포장의 한우고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소비자의 편리성은 물론 구매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규용 태우그린푸드 상무는 “온라인 부분에서의 한우 매출 성장이 100~150%까지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온라인에서의 매출이 오프라인의 성장세를 추월하면서 현재 전체 매출에서의 온라인 비중이 35%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태우그린푸드가 지난해 선보인 저장성 높은 소포장 기술 스킨팩 모습.

국내 최대의 한우 계열화업체인 ㈜민속한우는 지난해 국내 최대의 축산물 판매장을 오픈하면서 온라인 사업부분의 확대를 모색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민속한우의 축산물 판매장은 기존의 직영 판매장과 쇼핑몰 기능 확충 등 2가지 기능을 결합해 완공했다.

축산물전문판매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민속한우의 축산물판매장은 전체매장 면적의 3분의 1(500m2)을 인터넷 쇼핑몰을 위한 별도 공간으로 구성했다.

현재 민속한우의 판매사업 부분에서 인터넷 쇼핑은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민속친한우 권민석 대표에 따르면 사업초기 민속친한우 쇼핑몰의 일일 매출은 3백만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일 매출이 1억 5천만 원에 달한다.

소매부분의 온라인 판매 활성화를 위해 특화한 부분은 역시 저장기술을 늘린 소포장기법이다.

2세대 포장법으로 불리는 다프레쉬 포장은 스페인에서 공수해온 포장기기와 필름을 사용해 한우의 경우 유통기한이 60일, 돼지고기의 경우 45일까지 가능해 얼리지 않은 신선한 냉장육을 숙성해 먹을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이처럼 저장성 높은 포장 기술은 1~2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소포장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성장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속한우가 역점 추진 중인 온라인쇼핑몰 모습.
속한우가 역점 추진 중인 온라인쇼핑몰 모습.

 

'1인 화로'와 오마카세 한우 식당의 인기

민속한우가 역점 추진 중인 45일의 저장성을 갖춘 다프레쉬 포장한우 모습.
민속한우가 역점 추진 중인 45일의 저장성을 갖춘 다프레쉬 포장한우 모습.

지난해 모 방송의 TV 프로그램에서 화자된 ‘1인 화로’는 한 여배우가 집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 먹으며 느끼는 만족과 소소한 행복을 선보이며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여배우가 활용한 1인 화로는 다음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삽시간에 온오프라인의 인기 상품으로 등극했다.

최근 공급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우가격이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최근의 소비시장은 ‘가성비 시장’과 ‘프리미엄’이 공존하는 양극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단순히 가격대비 상품의 효용을 중시하는 과거의 패턴과 달리 소비자들은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가 있다고 납득할 수 있으면 거리낌 없이 프리미엄 상품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나를 위한 소비, 작은 행복과 만족을 위해 나만의 화로에서 한우고기를 먹으며 오롯이 나를 위한 소비를 위해 집중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수년전부터 한우고기 시장에 불고 있는 오마카세 식당 인기 역시 마찬가지다.

오마카세란 주방장 특선 정식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인들에겐 정통일식의 코스요리로 통한다.

주방장이 그날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선택해 각 부위별 생선회나 스시를 제공하는 일식 오마카세가 한우고기에 접목된 방식이다.

최고등급(++)의 한우고기를 부위별로 제공하며 전문 쉐프가 설명을 곁들이고 이에 어울리는 다양한 코스 요리와 소스, 와인 등을 곁들여 먹는 방식은 기존의 한우식당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수를 위해 특별한 요리를 제공하는 ‘프라이빗’ 식당이 늘고 있는 가운데 요리재료로선 최고급에 해당하는 ‘한우고기’의 다양한 맛을 보다 멋지고 세련된 나만의 공간에서 소통하면서 즐기고자하는 소비자자들의 요구에 한우오마카세 식당이 부합한 것이다.

틈새시장을 뛰어넘는 ‘핀셋’, ‘특화’, ‘초니치(Ultra niches)’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요즘,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러한 파인다이닝의 정수라 불리는 한우 오마카세 식당도 고객들의 요구에 더욱 세밀하게 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과 재료로서 가장 최상급에 해당하는 한우고기를 나만의 방식과 특화된 서비스와 맛으로 즐기길 원하는 소비자들은 ‘가격’이 아니라 다른 부분의 요인들을 핵심 구매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한우 오마카세 식당은 그동안 파인다이닝시장에 한우고기의 재료를 접목한 것으로 고급식당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우 오마카세 식당은 그동안 파인다이닝시장에 한우고기의 재료를 접목한 것으로 고급식당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신중년층 약진 주목해야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족은 제품 자체의 효용이나, 가격 대비 성능을 넘어서는 ‘가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가치’ 중심의 트렌드에서 한우는 최적의 상품으로 분류된다.

돼지와 닭고기, 계란이 생산성 향상을 통한 합리적 가격의 상품 공급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 왔다면 한우는 높은 생산비를 투입하는 모험과 위험을 무릎 쓰고도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치를 주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물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한우산업 역시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변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우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선 국내의 가구구조 변화다. 1~2인 가구 증가 그리고 최근 대한민국 소비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는 50~60대 신중년층의 약진 등이다.

1인 가구의 증가 등 가구원수의 감소는 과거 가구 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식료품 지출 급감(1990년 26.6%  2018년 14.0%)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지만 육류의 소비, 이 가운데 한우고기의 소비는 공고해지거나 증가추세에 있어 소포장과 저장성, 편리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할 경우 더욱 공고한 소비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인 가구 구성원은 마트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장을 보는 것을 꺼려하며 차량이 있다해도 오프라인 쇼핑은 비효율적 시간관리라 여긴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를 피하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최적화된 방법의 하나로 온라인과 같은 비대면 형태를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동안 오프라인 부분의 마켓팅에 소비와 판매부분에 많은 역량을 집중했던 한우업계 역시 온라인 부분의 마켓팅 활성화에도 많은 연구과 고민을 통해 치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판매의 경우 포장비와 배송비, 그리고 입점 수수료 등 오프라인에 비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요인들을 가지고 있지만 한우처럼 높은 가격에 소비되고 있는 ‘프리미엄’ 상품에 ‘편리함’까지 더해질 경우 소비자들은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도 가성비가 높다고 인식할 공산이 크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소비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50~60대 ‘신중년층’ 들의 새로운 소비패턴 역시 한우업계가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새로운 기술이 본격화된 시기에 스마트 기기를 접해본 이들은 인터넷 모바일 쇼핑의 편리함에 나름 익숙해지면서 온라인 쇼핑 업계까지 들썩이고 있다.

마켓컬리의 50대 회원의 경우 2018년 상반기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옥션의 경우 2014~2018년 상반기까지 전 품목 연령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50대에서 130%, 60대에서 171% 증가하는 등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50~60대 중장년층은 고급 브랜드 의류와 고가의 수입명품 등 생필품에서도 가장 높은 신장율을 보이고 있어 그동안 한우고기의 충성 고객층으로 분류돼온 이들 소비층을 어떠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만족시킬 것인가도 과제가 되고 있다.

 

'가격'에 집중된 한우 판매전략은 한우 시장의 단면만을 공략하는 것이다. 세분화되고 있는 소비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할 때가 왔다.
'가격'에 집중된 한우 판매전략은 한우 시장의 단면만을 공략하는 것이다. 세분화되고 있는 소비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할 때가 왔다.

다양하게 분열하는 소비자 요구... 민첩한 대응전략 수립해야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이 역점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11월 1일 한우 먹는 날 숯불구이 축제와 청계 광장 직거래 장터는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해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0 설명절 직거래 장터의 사례와 같이 판매실적은 더욱 늘어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가격’이라는 한 가지 속성만으로 만족시키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가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더 빠르게 신선하게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 마지막이 만족스러운 소비자, 나만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 지금의 소 등급체계와는 다른 스토리가 있는 한우고기를 찾는 소비자 등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술한 것처럼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의 효용을 따지거나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거나 하는 것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고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한우고기의 가격이 너무 높아서, 비싸서 소비가 어렵다는 질타와 합리적 가격의 공급이 가장 절실하고 아쉽다는 소비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또 한우고기를 더욱 편리하게 더욱 멋있게 혹은 더욱 특별한 방법이나 방식으로 소비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은 그들의 요구를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객과 접촉해야 한다.

세포처럼 다양하게 진화, 분열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발빠르게 간파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소비자들에게 한우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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