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미 FTA 폐기 각오하고 쇠고기 관세 동결해야
[인터뷰]한미 FTA 폐기 각오하고 쇠고기 관세 동결해야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7.12.14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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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발효 5년…미산 쇠고기 무차별 수입
반드시 개정해 한우산업·농가 피해 최소화 할 것

한미FTA 발효 5년차를 맞아 ‘FTA 태풍’의 본격 사정권에 진입 한 한우업계가 한미FTA 재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은 최대 15년 이상에 걸쳐 철폐키 로 한 한국의 농축산 분야 관세를 즉각 없앨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농업계 특히 축산업계의 반발도 심화되고 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한미 FTA는 국내 농수축산업의 희생 을 담보로 이뤄진 굴욕협상”이라면서 “한미 FTA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쇠고기분야에서 또다시 양보한다는 것은 수 있을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한미 FTA 발효 이후 농업부문의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재협상에 대해 한 번도 언급조차 못한 부분에 대해 농업인의 한사람으로서 한탄스럽다”면서 “한미 FTA 폐기를 각오하고 과 거 우리가 불리하게 맺은 쇠고기협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홍길 회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논의하며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관세를 즉시 철폐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마디로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이 다. 한미 FTA이후 미국산 농산물 수입 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특히 쇠고기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한우산업 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2012년 3월 발효되어 올해로 5년차를 맞은 미국산 쇠고기는 관세가 15% 하락한 상황 에서 FTA 발효 이전에 비해 수입량은 3배 넘게 늘었다. 2008년과 2009년 5만여톤이 수입되던 것이 지난해 15만 여톤 들어왔다. 쇠고기 부분의 협상이 얼마나 우리측에 불리했는가는 미국의 축산단체들 이 이번 한국과의 FTA 재협상에 쇠고기부분은 절대 손대지 말 것을 강력히 주장한 것만 봐도 알고도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파기를 거론하자 미국 축산단체가 강력 항의한 것으로 보도됐지 않은가. 이들은 미국 축산업계가 한미FTA로 인해 얻은 이익이 얼마나 큰 가를 강조하고, 한미 FTA를 파기하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대로 이해하면 한미FTA는 축산농가 특히 한우농가들에게는 뼈아프고 치욕 적인 협상이라는 것이다.

▶한미 FTA재협상에서 한우업계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농업계 피해가 이처럼 막대함에도 우리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못했다. 자동차, 철강시장 개방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하다며 우리측에 재협상을 요구한 미국정부와 얼마나 대조적인가. 농업인으로 한사람으로서 한탄스럽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와 철강의 피해를 들어 FTA 개정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당당히 농업과 쇠고기 부분의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를 들여다보니 지난해 농림축산물의 미국 수출 규모는 7억 달러 규모인데 수입액은 70억 달러에 육박하더라. 수출은 고작 수입액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농업부문 적자 규모만 한 해 60억 달러가 넘고 있다.

국내 농업계가 미국의 시장 개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만 놓고 보더라도 암담하기 짝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판매액은 FTA 발효 1년차인 2012년에는 약 6500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에는 1조 2천억원에 달하는 등 두 배로 뛰었다. 2017년 현재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25% 이다. 15% 관세가 하락한 틈을 타서 시장이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2027년 40%가 관세가 모두 무너지고 나면 한우산업은 어떻게 될 것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미 FTA로 인한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한우농가는 16만호를 넘었었으나 2017년 2/4분기 현재 8만3천 농가로 반 토막 났다.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쇠고기가 국민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떤 한우농가가 사육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한우업계는 당당히 요구한다. 현재 무너진 관세(25%)만으로도 피해가 막대 한 만큼 미국산 쇠고기의 관세를 현 수준에서 동결해야 하는 것으로 FTA 재협상에 임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측 FTA 협상단에 한우업계 대표로서 해야 할 말이 있다면?

한우농가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농업인과 한우농가들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이번 한미 FTA재협상에서 미국이 자동차와 철강에서 자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추가적인 수입개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그 동안 큰 피해를 입어왔고,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 쇠고기 산업에 대해 보호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만약, 현재 수준에서의 관세 동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미 FTA 폐기까지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해줄 것을 요구한다.

▶한미 FTA뿐만 아니라 앞으로 국내 쇠고기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호주와의 FTA도 시간이 갈수록 관세가 더욱 하락하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앞서도 언급했지만 미국 축산업계가 한미 FTA 재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의 요 구대로 현재의 관세를 동결하는 것으로 개정협상이 이뤄질 경우 호주산 쇠고기와의 형평성 등을 들어 다시 우리를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이번 한미 FTA 재협상은 매우 중요하다.

김홍길 한우협회장
김홍길 한우협회장

미국과의 선 협상을 전제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산 쇠고기 관세를 동결하는 등 영연방 FTA까지 추가 관세 인하를 막아낼 수 있는 재협상의 가능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농민들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농업 희생 없이 성장은 불가피하다는 설득논리에 일방적으로 희생을 감내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정부도 농업인을 위해 목소리를 낼 때가 왔다. 이번 한미 FTA 재협상에서 강력한 농업보호 의지를 표명해 달라.

▶수입개방화 시대 농민의 조직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협동조합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한우협회는 최근 농협중앙회의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농협은 우리나라 최대의 생산자 조직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농협중앙회는 조직의 안정을 위한 수익 경영에만 몰두해 있고 FTA 등 수입개방에 대한 대응전략 마련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한우협회가 앞장서서 농협중앙회의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장 현장에서 농가들은 수입개방으로 인해 산업에서 이탈하고, 폐업하고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데 정작 산업에서 뒤처지는 농가 들을 보호해야 하는 농협이 무관심한 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분노를 사고 있다. 농협은 FTA 협상에 관심을 갖고 강력한 조직력과 인프라를 풀가동해 피해를 보는 산업과 농민에 대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고임금 저효율 구조로는 피폐해져 가는 농업과 한우산업을 살려낼 수 없다. 뼈를 깎는 자세로 진정한 농민과 조합원을 위한 조직으로 환골탈태해야 농민이 주인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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