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우리 식탁을 말하다] SSG닷컴, 한국의 먹거리 지도를 바꾸다
[2020 우리 식탁을 말하다] SSG닷컴, 한국의 먹거리 지도를 바꾸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3.02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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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 겨냥 ‘물류혁신’으로 가속 페달 “슝~”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모습.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모습.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시장과 마트에서의 장보기 문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은 장 보기를 일종의 ‘노동’으로 인식한다. 전통시장 불황과 대형마트 매장의 잇따른 철수와 폐점, 역신장은 이 같은 현상을 방증한다.

전통시장에서 젊은 소비자들이 장 보기를 꺼리는 이유는 주차 편의와 쇼핑환경 등 다양하지만 협상의 달인인 '엄마'와 '내'가 장 보는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가제를 내세우는 전통시장이 속속 생겨나긴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덤’ 문화가 존재하며 ‘알뜰한 협상’이 돈을 아끼는 최고의 덕목으로 군림해 왔다.

이런 이유로 한동안 대형마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빈약한 협상가’들과 소비 트렌드를 따르는 이들의 먹거리 쇼핑의 장이었지만 이마저도 무너지고 있다. 신선식품의 무덤이었던 온라인 쇼핑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면서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클릭족’과 ‘엄지족’은 도서, 의류, 가전에 이어 신선 식품까지 위협 중이다.

장보기 문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갈아타면서 가격 협상의 전선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동했고 좋은 상품에 대한 품평 또한 ‘유튜브’나 ‘맘 카페’ 등 SNS에서 입증되고 있다. 유통업계도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오프라인 장 보기가 ‘노동’으로 전락하면서 몇 년 전부터 이를 대신해 주는 유통 업체들의 ‘배송 전쟁’, ‘물류 혁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 최대 오프라인 할인 매장인 이마트를 보유한 SSG닷컴도 소비자들의 변화에 더듬이를 한껏 치켜세우는 모양새다.

장을 대신 봐 드립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이곳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주문이 가능한 이마트 청계천점 점포다. 이곳의 전문 피커(picker, 장보기 전문 요원)들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소비자들의 장을 대신 보고 소비자 집 앞으로 발송하거나 직접 찾으러 온 고객들에게 깔끔하게 포장된 상품을 제공한다. 피커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넓은 통로와 깔끔하게 정리된 매대가 특징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이곳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주문이 가능한 이마트 청계천점 점포다. 이곳의 전문 피커(picker, 장보기 전문 요원)들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소비자들의 장을 대신 보고 소비자 집 앞으로 발송하거나 직접 찾으러 온 고객들에게 깔끔하게 포장된 상품을 제공한다. 피커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넓은 통로와 깔끔하게 정리된 매대가 특징이다.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이마트 청계천점 지하 1층. 몇몇 사람들이 장 보기에 여념이 없다. 마치 상품을 검수하듯 꼼꼼히 살펴보고 카트에 차곡차곡 담는다. 카트 안에는 다양한 상품이 담겨있고 장을 본 이후에는 우편함에서 주소를 찾듯 세심히 살펴 셀처럼 나뉜 칸막이에 상품을 넣어둔다.

바로 옆 컨베이어 벨트에는 트레이에 담긴 상품이 줄을 지어 이동 중이다. 컨베이어 벨트가 상품이 담긴 트레이를 옮기는 현장은 세련된 택배 물류창고와 흡사하다. 해당 상품은 온라인에서 주문한 소비자에게 콜드체인 시스템을 통해 집 앞으로 배달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장 보는 이들이 일반 소비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전자 단말기 PDA를 들고 상품을 차례차례 찍거나 장을 보는 속도와 체계가 일사불란하다. 이들은 이마트 장 보기 전문 요원인 피커(picker) 들이다. 이 같은 환경을 구현한 SSG닷컴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해 매장을 구성했다. 수십 명의 전문 피커들은 소비자들의 장 보는 수고를 덜어준다. SSG닷컴이 몇 년 전부터 온라인에 대응하기 위해 장보기 서비스를 내놔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해당 매장은 전문 피커가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대신 장을 봐주고 콜드 체인 시스템으로 배송한다"면서 “장 보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피커들의 동선을 최적화해 구성했고 물류에 불편이 없도록 널찍한 통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직접 매장에 주문한 상품을 찾으러 오는 고객들의 편의도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주문한 상품의 바코드를 기계가 인식하도록 찍으면 물류 크레인이 상품을 고객 앞으로 가져다준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SSG닷컴의 시도가 물류 효율화의 중간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발전하는 과도기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평가다.
 

매장 내 자동화 물류 시스템. 피커들이 장본 물품이 트레이에 담겨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이동 중이다.
매장 내 자동화 물류 시스템. 피커들이 장본 물품이 트레이에 담겨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이동 중이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상품을 찾기 위해 매장 입구에 방문해 입력하면 자동 물류 로봇이 피커들이 대신 장본 상품을 바로 가져다주는 픽셀(PIXEL) 시스템을 구현했다. PIXEL(PICK-CELL)이란 온라인 주문을 하면 물건이 진열된 셀에서 오프라인으로 픽업 가능한 서비스를 뜻한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상품을 찾기 위해 매장 입구에 방문해 입력하면 자동 물류 로봇이 피커들이 대신 장본 상품을 바로 가져다주는 픽셀(PIXEL) 시스템을 구현했다. PIXEL(PICK-CELL)이란 온라인 주문을 하면 물건이 진열된 셀에서 오프라인으로 픽업 가능한 서비스를 뜻한다.

SSG 새벽 배송 참전에 업계 긴장

전자동 물류, 온라인 배송 시스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SSG가 지난해 6월, 새벽 배송에 뛰어들었다. 마켓컬리를 필두로 한 새벽 배송 시장은 소비자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으며 신선식품 유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발 주자인 SSG의 새벽 배송 참전은 업계를 긴장시켰다. 이마트의 막강한 오프라인 인프라와 국내 최대 식품 유통 물류 시스템은 새벽 배송 전쟁의 확전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2015년 마켓컬리가 새벽 배송 시장을 연 데 이어 2018년 쿠팡이 참전하면서 치열해진 새벽 배송 시장은 헬로네이처와 오아시스가 불을 붙이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새벽 배송 규모는 8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올해 1조 원 시장을 가뿐하게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SSG 새벽 배송, 고객 반응 '후끈'

새벽 배송은 배송 시스템의 고도화와 맞닿아 있다. 유통 업체들의 자체 물류 시스템과 택배 회사들의 선전, 스마트폰이 결합되면서 소비자의 니즈가 빠른 속도로 유통업계에 반영되고 있다. 편리미엄(편한 것이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SSG닷컴의 새벽 배송에 큰 점수를 주고 있다. 굵직한 고객 군을 보유하고 있는 SSG닷컴은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고객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SSG 데일리 상품담당 이종수 상무는 "(새벽 배송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기존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신선식품 부문을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선도의 문제 때문에 고객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당시 소비자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구매를 해야 안심했다"면서 "이마트가 온라인에 뛰어들고 신선식품을 강화하면서 온라인 배송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시작한 새벽 배송은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벽 배송을 시작한 이후 SSG닷컴은 새벽 배송 규모를 당초 설정했던 목표치보다 계속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올해는 하루 처리 물량 1만 건으로 볼륨을 키웠다. 조정 후에도 고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간편하게 먹자”···밀키트, 베이커리의 성장

신선식품의 온라인 구매 패턴은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다. SSG닷컴 측은 최근 급성장한 상품으로 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 레시피가 함께 들어있는 밀키트(Meal-Kit)와 베이커리를 꼽았다.

SSG 이종수 상무는 “지난해 새벽 배송을 시작하면서 관련 상품군을 보강해 신장률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 최근 밀키트군의 성장은 눈에 띌 정도로 높다”면서 “1~2인 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불필요한 조리를 피하고자 하는 성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밀키트 시장은 2017년을 기점으로 본격 성장하기 시작해 지난해 시장규모는 1,700억 원으로 유통업계는 전망하고 있으며, 4년 후에는 8천억 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베이커리의 성장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는 "아침에 간편하게 한 끼 해결 가능한 빵류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면서 "전국 유명세를 떨친 베이커리 맛집이 지역에 국한돼 영업을 해왔다면 SSG에서는 이들과 협업, 베이커리 상권을 전국구로 확대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빵은 유통기한도 짧고 상권이 작은 특징이 있는데 온라인 새벽 배송이 확대되면서 이를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타 새벽 배송 업체들도 베이커리의 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구 수는 다이어트 중” 상품 개발 디폴트 값(default value) 1인 가구

국내 가구 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는 1인 가구다. 2005년만 해도 4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2015년부터 1인 가구가 4인 가구를 추월했으며 비중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SSG의 상품 개발팀은 상품 개발 기준을 1인 가구로 설정하고 있다. 핵가족, 스몰 가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대량으로 구매하지 않고 품질을 꼼꼼히 따지며, 많이 먹지 않는 소비성향도 한몫했다. SSG의 온라인 마케팅도 이들에 주목하고 있다.

SSG 플랫폼담당 한동훈 상무는 “소비자 타깃도 기존 매스(mass) 마케팅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개별 마케팅이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Marketing, 고객과의 일련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객관계경영 마케팅)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이라든가 이메일을 통해 마케팅을 펼치거나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온라인에 집중한 SSG는 고객 분석팀이 별도로 있어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집약해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 상품 제안을 하는 등 고객 편의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SG닷컴, 온라인에 올인 “투자 그리고 투자”

SSG의 온라인 신선 부류 유통의 핵심 기술은 ‘네오’로 구현된다. SSG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는 2014년 경기도 용인에 ‘네오 001호’, 2016년에는 김포에 ‘네오 002호’를 선보인 데 이어 또다시 최근 1600평 규모의 ‘네오 003’인 물류센터를 오픈했다.

한 상무는 “콜드체인 시스템이면서 전 자동화를 갖춘 네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할 수 없는 효율이 나오고 있다”면서 “네오 1~2호에서 노하우가 생기면서 더욱 견고한 시스템을 구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스템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미래 온라인 신선식품에서는 물류센터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굉장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네오 003’의 경우 기존 네오 물류센터보다 20% 효율을 높였다.

네오의 성공적인 안착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합은 국내 식품 유통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SSG의 온라인 판매는 이미 대형 유통 업체인 ‘홈플러스’나 ‘롯데마트’를 합친 매출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SSG 측은 네오가 새벽 배송의 측면 지원은 물론 소비 변화에 대응하는 국내 식품 유통의 혁명을 가져다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SG닷컴, 3가지 차별 포인트

SSG는 경쟁력은 ▲가격 경쟁력 ▲품질 안전성 ▲상품 구색 등으로 요약된다. 프리미엄 상품이나 독특한 스토리로 특정 고객 군을 겨냥한 일부 기업은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다. SSG는 견고한 오프라인 인프라, 첨단 유통물류센터, 수십 년 축적한 온라인 빅데이터, 국내 최고의 상품 구색을 바탕으로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 라스트 마일(last mile·최종 배송 구간) 혁신에 도전하는 SSG의 움직임에 모든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만 달러 시대 소비자의 요구가 분화되고 다양한 트렌드로 분출되는 2020년, SSG가 우리나라 먹거리 지도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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