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 퇴비 그대로 쌓아두면 교반도, 부숙도 어렵습니다"
"가축분 퇴비 그대로 쌓아두면 교반도, 부숙도 어렵습니다"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03.1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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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진동 한우협회 군위군 지부장
가축분 효과적으로 부숙시켜 깔짚으로 재활용...외부 반출 최소화
서진동 전국한우협회 군위군지부장
서진동 전국한우협회 군위군지부장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오는 3월 25일부터 시행예정이었던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와 관련해 정부가 1년간의 계도기간 방침을 정하면서 축산농가들은 다소 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퇴비 처리에 대한 농가들의 고민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장에 행정처분의 유예는 받아 놓은 상태지만 갈수록 환경과의 조화가 중시되는 이른바 ‘필(必)환경 시대’에서 적절한 분뇨처리 없이는 안정적인 축산을 생각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에 부딪힌 농가들의 벽은 더욱 막막하기만 하다.

정부가 정한 퇴비 부숙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퇴비사 확충은 물론 교반 작업을 위한 고가의 장비를 갖춰야 하는 등 현실적 문제 해결도 갈 길이 멀다. 여기에 가축분 퇴비의 경우 해마다 감소하는 경지면적을 놓고 화학비료는 물론 각종 유기질비료와 수요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야 해서 "제대로 부숙된 퇴비도 갈 곳이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농가들의 현실적 고민과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농장에서 생산된 가축분을 효과적으로 발효·부숙시켜, 우사 내 바닥 깔짚으로 재활용해 퇴비의 외부 반출을 최소화 하는데 성공한 전국한우협회 군위군지부 서진동 지부장의 사례를 소개한다.

350두 규모 농장에 연간 깔짚 비용만 2500만원

한우농가들에게 가축분뇨의 적정한 처리는 이 땅에서 소를 키우는 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서진동 지부장이 가축분 퇴비의 농장 내 ‘재활용’을 고민한 것도 이 같은 상황에서다.

암소 150마리를 포함해 350여두의 한우를 일관사육하고 있는 투뿔팜 대표 서진동 지부장은 퇴비를 수거하는 상인들의 장삿속에 골머리를 앓다 지난해 1월 군위축협의 자연순환센터와 계약을 맺고 5톤 차량으로 약 100대 분량의 퇴비를 실어 넘겼다. 퇴비사에 차고 넘쳤던 축분을 한 번에 처리하고 나니 마음은 홀가분했지만 양질의 유기질 비료 원료인 퇴비 100대분을 팔아 손에 쥔 돈은 고작 130만원 이었다.

우사바닥의 수분조절을 위해 구입한 왕겨와 톱밥 비용 2천만원과 포크레인 대여, 스키드로더 감가상각에 기름대금까지 지난 1년간 퇴비처리를 위해 투입된 비용 2500만원을 계산하니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시세가 호황인 지금이야 견딜 수 있겠지만 당장에 소 값이 폭락이라도 할라치면 농장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서진동 지부장은 “가축분 발생량을 줄이고 외부 반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에 골몰했다.

수분조절제 공급 중단...우사 바닥 청소에 ‘변화’를 주다

서 지부장은 결국 왕겨와 톱밥 등 수분조절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우사 바닥의 수분 조절을 위해선 이들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반대로 투입된 왕겨와 톱밥만큼 가축분뇨의 양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일부 농장들에서 가축분을 발효·부숙시켜 깔짚으로 다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에 아이디어를 착안한 서지부장은 왕겨와 톱밥을 일체 쓰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과 완전히 다른 우사의 청소 방법으로 축분처리에 변화의 불을 지폈다.

서 지부장이 선택한 방법은 우사 바닥 전체를 모두 청소하지 않고 절반 또는 3분의 2정도의 분뇨만 치우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 것이다. 나머지 우사 바닥에 남아 있는 축분은 바람과 휀 등 통풍과 우사 내 소들의 움직임으로 다시 골고루 펴지며 자연 건조된다.

퇴비장 앞에서 설명중인 서진동 지부장.
퇴비장 앞에서 설명중인 서진동 지부장.

우선은 깔짚재가 투입되지 않아 축분 발생량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바닥 전체의 축분을 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반출량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게 서 지부장의 설명이다. 다만, 12월부터 2월까지 동절기의 상황은 약간 다르다.

특히나 올겨울처럼 날씨가 따뜻할 경우 소들의 음수량이 늘어 바닥도 질고, 자연바람이나 휀도 작동할 수 없어 자연건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우사의 축분을 모두 밖으로 이동시켜야한다. 우사의 바닥관리를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농장 외부로의 퇴비 반출을 최소화하라

가축분의 절대 생산량을 줄이는데 집중한 서 지부장의 다음전략은 농장 내에서 가축분을 최대한 재활용해 최종적으로 ‘가축분 퇴비의 외부 반출을 최소화’ 하는데 집중됐다. 일부 농장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축분뇨의 재활용은 양질의 퇴비로 발효시킨 가축분을 우사의 바닥용 깔짚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사에서 나온 축분을 다시 소들의 바닥 깔짚으로 넣어주기 위해선 발효를 최적화해 수분을 조절하는 등 퇴비를 완벽하게 부숙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앞두고 쏟아진 정보에 따르면 부숙을 위한 가장 기본 방법으로 교반작업을 얘기하지만 수분함량이 70%이상에 달하는 축분을 교반하는 작업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돼지나 닭과 같은 단위동물과 달리 한우, 젖소와 같은 반추가축은 분뇨의 성질과 처리가 달라 교반작업 자체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콤포스트와 같은 고가의 교반기를 활용한다 해도 농장규모에 따라 기계에 엄청난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적정한 호기성 발효를 위해선 최소한 2~3일에 한번은 축분의 교반 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농장에선 하루가 멀다하다 축분을 뒤집는 일에만 매달려야만 하는 등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서 지부장의 말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그가 선택한 축분의 발효방법은 ‘발효된 축분+비발효된 축분’을 혼합하는 방식이다. 이미 부숙된 퇴비에 우사에서 막 걷어낸 부숙되지 않은 축분을 섞어 발효기간과 방법을 최대화한 것으로 현재 서 지부장이 농장의 축분 발효에 적용한 방식이다.

발효된 퇴비... 수분함량 50% 전후에 냄새도 없어

서진동 지부장이 설명한 퇴비 발효 방식은 이렇다. 퇴비사 밑바닥에 부숙된 퇴비를 먼저 1층으로 쌓는다. 그 위에 우사에서 수거한 부숙되지 않은 축분을 쌓고, 그 뒤에 다시 부숙된 퇴비와 부숙되지 않은 축분을 한겹한겹씩 올린다.

서 지부장은 “부숙된 퇴비와 우사에서 걷어낸 축분을 마치 시루떡처럼 한겹한겹씩 최대한 얇게 펴서 혼합한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는 요거트의 제조 원리가 떠올랐다. 1리터들이 우유 한 병에 발효유 한 병을 넣어 하루 동안 따뜻한 곳에서 숙성시키면 발효유의 유산균들과 우유가 작용해 1리터 우유가 모두 요거트가 되는 방식과 흡사하다. 부숙된 퇴비와 부숙되지 않은 퇴비를 혼합시킨 발효효과는 매우 커서 발효가 진행되는 시간 중 퇴비의 내부 온도는 섭씨 70도씨 이상까지 상승한다.

잘 부숙된 퇴비는 수분함량이 50% 수준으로 떨어지고 냄새도 없다.
잘 부숙된 퇴비는 수분함량이 50% 수준으로 떨어지고 냄새도 없다.

시루떡처럼 적재한 퇴비는 20일을 그대로 두어 부숙시킨 뒤 2차 부숙에 돌입한다. 로더 등의 기기를 활용해 적재된 퇴비를 옆 공간으로 이동시키는데 이 때 호기성 발효 효과를 높이도록 최대한 공기접촉이 많이 되도록 퇴비를 떠서 다시 적재한다.

우사 바닥에서 긁어낸 축분의 수분함량은 70~80%에 달해 교반작업 자체가 어렵고, 부숙되지 않은 퇴비만을 쌓아두게 되면 공기와 맞닿은 표면만 부숙되지만 부숙된 퇴비와 부숙되지 않은 퇴비를 섞어 발효시킨 경우 발효효과가 극대화 된다.

특히 수분조절도 효율적으로 이뤄져, 로더를 활용해 옆공간으로 이동시킬 때도 크게 힘을 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서 지부장은 설명했다. 이렇게 이동시킨 퇴비는 20일을 지내고 마지막 과정에 돌입한다. 2차방식과 마찬가지로 적재된 퇴비를 떠서 다시 바닥부터 골고루 펼쳐 주며 옆쪽의 공간으로 이동시킨다.

이렇게 총 60일의 부숙기간을 거친 퇴비는 수분함량이 50% 전후로 낮아져 퇴비의 양도 줄어든다. 1차 부숙만 거쳐도 퇴비의 냄새가 크게 줄고, 60일의 발효를 모두 거친 퇴비에 선 향긋한 냄새가 날 정도다.

가축분 생산량 70%로 줄고 깔짚 비용까지 절감

총 60일간의 부숙을 거쳐 생산된 퇴비는 다시 농장의 깔짚으로 활용하면서 농장 밖으로 반출되던 분뇨의 양을 크게 줄였다. 지난 1월 군위축협 자연순환센터에 판매한 퇴비량은 5톤 차량으로 30대 정도다. 2019년 1월 100대를 내보냈던 것에서 지난 1년간 70% 수준까지 감소한 것이다.

통장에 입고된 금액은 전년과 비슷한 120만원이었다. 지난해 2500만원을 들여 비슷한 금액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농장의 경영비까지 크게 절감한 것이다. 가축분을 재활용하면서 질병이나 혹은 소들의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을까?

농장의 1등급이상 출현율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80%를 넘고 있으며, 완벽하게 발효된 퇴비의 영향인지 질병 발생건도 없었다. 다만, 산과적인 질병이 우려되는 번식우 우사에는 재활용 퇴비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분뇨처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한 서 지부장은 번식우에게 더욱 양질의 조사료를 급여할 계획에 있다. 조사료 섭취량이 많은 번식우에서 수거한 축분은 거세우들의 축분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퇴비의 발효기간도 거세우들의 경우 한 구간에서의 발효기간이 20일 소요되지만 암소는 10일이면 충분했다. 부숙된 암소의 축분은 색깔부터가 달라 농장에서 가장 귀한 바닥깔짚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양질의 조사료를 급여할 경우 소들의 건강과 함께 축분 퇴비의 품질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서 지부장은 기대했다.

서진동 지부장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취약한 농가들과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한우산업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서진동 지부장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취약한 농가들과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한우산업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퇴비사 확충 등 제도 보완마련 ‘시급’

농장내 자체 활용가능한 축분처리 방식을 터득한 서 지부장도 나름이 고민이 있다. 12~2월까지 동절기간 동안의 축분처리다. 자연건조가 어려워 수분함량이 높고, 축분의 발생량도 여느때보다 높아 퇴비사의 공간 확충이 필요하지만 현재 법에서 규정한 퇴비사의 건폐율로는 추가 면적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 지부장은 “퇴비의 적정한 처리와 관리 준수를 요구하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최소한 농가가 법을 준수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적정한 퇴비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선 현재 15~17% 수준의 건폐율을 우사 바닥면적의 30%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품질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넘어 이제 환경과의 조화까지 생각해야 하는 현실에선 농가들의 자세와 다짐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서 지부장은 말했다.

그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가격만을 쫓아 정작 한우 사육두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는 우리에게는 또 다른 규제가 되는 것이 맞지만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한우산업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분명하다. 우리 스스로 최대한 자구책을 찾아 해결하고, 그래도 어려운 부분은 명확하게 요구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영남대에서 축산학을 공부한 서진동 지부장은 지난해 경북대에서 조사료 생산 분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는 등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박사 농가’로도 정평이 나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퇴비의 자가 활용방안을 찾은 서 지부장은 정보와 기술이 취약한 농가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전파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한우인들도 스스로 자구책을 찾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혹시 나로 인해 주위 이웃에 피해를 준 것은 없는지를 뒤돌아보며 한우농가들과 함께 현실을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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