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S 기획①] 농약의 두 얼굴
[PLS 기획①] 농약의 두 얼굴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8.21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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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이용해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보통 농약(작물보호제)이라 하면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각종 농약 음용사고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약은 농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같은 존재다. 농작업에 필요한 일손을 줄여주고 수확량을 대폭 늘려주는 등 농업 혁명을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농약은 농민들에게는 부농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 국가에게는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온게 사실이다. 농약의 오용과 남용은 경계해야 마땅하지만 농약에 씌여진 부정적 프레임으로 인해 수많은 혜택과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효과적으로 사용을 하지못한 측면도 크다.

정부 대책도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농약 허용목록 관리제도(PLS, Positive List System)는 우리의 농업현실을 외면한 일방적인 규제로 농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PLS란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는 일률기준인 0.01ppm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 사용을 막고 식품 안전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수 십 년간 유지되어 오던 관행적인 농산물 재배방식에 정면 배치되는 규제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18세기 농약개발자는 영웅대접

지금 우리는 농약에 대해 없어져야 할 존재로 폄하하지만 15세기만 해도 전세계 과학자들은 농민들이 원하는 작물을 효과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당시에는 납과 수은, 비소 등 독성물질까지 동원하며 병해충을 방제했으며 2세기가 지난 17세기에도 황산니코틴이 함유된 담뱃잎을 사용할 정도로 병해충 방제는 과학자들의 최대 관심거리도 했다.

우리가 농약이라 부를만한 상품은 1882년에 우연히 발견됐다. 프랑스 보르도대학의 미얄디(Millardet) 교수가 길가에 재배된 포도 도난을 막기위해 도포한 황산동과 석회 부분에 노균병이 발생하지 않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미얄디 교수는 바로 실험에 착수했고 3년 후인 1885년 보르도액 제조법을 발표하면서 농약의 시초를 만들게 된다. 당시 미얄디 교수는 영웅으로 불릴 정도로 업계의 칭송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1957년 농약관리법이 제정되는 등 농업의 근대화와 함께 농약개발이 시작됐다. 일반인에게도 유명한 DDT는 미군이 벼룩이나 이를 없애기 위해 들여왔으나 1949년 과수해충 방제용으로 처음 사용됐다. 이후 1961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으나 미성농약에서 유기인계 살충제를 국내 최로로 만들어 응애류 방제에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농약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농자재, 산업화시대 인력공급 역할

농약뿐만 아니라 농업의 근대화 과정에서 농기계, 비료 등 농자재의 발달은 우리나라 농업 지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사실 농자재산업의 발달은 산업화 과정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는 유효인력들이 농촌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되자 더욱 빠르게 발전한 측면이 있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진행되고 젊은 인력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모여들자 농촌에는 일손 부족현상이 심화됐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농자재산업이 농촌에 급속히 침투한 것이다.

농자재산업은 농작업에 필요한 일손을 줄여줌으로써 우리나라가 산업화 과정에서 이루었던 급속한 경제발전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 특히 농촌에 필요했던 인적 수요를 크게 줄여 산업화 역군을 공급하는 인력 사무소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일례로 잡초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40년동안 1/35로 줄면서 농촌에 발생하는 인적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또한 농자재는 대도시에 공급하는 먹거리의 양과 질을 높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농자재산업 기여도가 높은 곡물의 경우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ha당 곡물생산량은 1961년 3197kg에서 1996년 6,487kg으로 약 30년만에 2배 이상 효율이 높아졌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농약을 사용, 완전 방제로 얻는 생산량을 100%로 볼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면 곡류 59%, 채소 44%, 과수 11%에 그친다는 전망도 있다.

※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8월호’에 수록된 ‘PLS 전면시행 무엇이 문제일까’를 각색한 기사임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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