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S 기획②] 농축산물에 대한 불신
[PLS 기획②] 농축산물에 대한 불신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8.21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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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시스템의 변화와 '농'과 '식'의 분리

우리나라 농업이 효율 중심으로 재편된 데는 정부의 역할도 컸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먹거리 문제를 '질'보다는 '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마무리 되는 과정속에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국격과 국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지자 시장개방에 대한 압박 수위도 덩달아 높아졌다.

결국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통해 1995년 농산물 빗장을 풀었다.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위협하자 정부는 농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미명아래 더욱 효율을 강요했다. 정부는 농업 규모화 정책을 농산물 개방시대를 대비하는 처방전으로 제시하면서 국내 농업에서 농자재 사용을 필수불가결하게 만들었다.

영세농 위주였던 우리나라 농업지형은 점차 규모화, 집단화 체제로 변모했다. 농업이 규모화되자 잉여 농산물이 발생하고 국내 푸드 시스템도 변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외식산업이 몸집을 불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농(農)과 식(食)간의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과거 가족이 필요한 농산물을 스스로 키워내는 시대가 저물고 생산과 소비가 뚜렷하게 분리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생산은 농민, 소비는 도시민, 안전은 정부가 담당하는 암묵적인 분업이 시작됐다. 삶의 질이 높아진만큼 소비자들은 농업에 '품질'과 '안전'을 요구했고 여러가지 대내외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효율에 초점을 맞춰왔던 농업은 점차 소비자의 요구와 동떨어졌다. 결국 '질'과 '효율' 사이의 간극만큼 소비자들은 농축산물에 대한 불신으로 폭발했다.

 

농축산물에 대한 불신 '팽배'

소비자와 농민간 불신이 폭발한 사건으로 지난해 살충제 계란파동을 꼽을 수 있다. 유럽에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유통되면서 국내에서도 피프로닐의 위험성이 감지됐고 국내에서 생산된 계란에서도 피프로닐과 기준치를 초과한 피펜트린이 검출되자 우리나라 농축산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산란계 농장에서 진드기 퇴치용으로 사용하던 살충제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농가들 사이에서 뿌려왔고 소비자들도 이를 알지 못한채 구매해 왔지만 유럽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문제가 된 것이다. 계란 살충제 사태가 발생한 후 정부의 대처와 대책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후 관리대책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수 년 전부터 농민들은 GP센터 건립을 통해 난립한 산란계 유통 일원화를 주장했으나 정부가 묵살하면서 근본적으로 계란 유통문제를 손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정부는 난각에 정보표시를 하거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 사후대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식품 안전에 대한 요구가 크게 높아지고 언론의 비판 수위가 더해지자 단기적 대책에 매몰된 결과다.

계란 살충제 파동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은 식품 안전에 더욱 민감해졌고 특히 이번 사태가 친환경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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