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메뉴에서 메인 디시로~" 취향 저격 육가공품 대전
"서브 메뉴에서 메인 디시로~" 취향 저격 육가공품 대전
  • 박현욱·이은용 기자
  • 승인 2020.04.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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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직장인 김미영(32) 씨는 최근 육가공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코로나로 인해 집 안에서 요리해 먹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육가공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다. 소시지, 햄 등 반찬으로만 생각했던 육가공품의 라인업이 다양화되고 육가공업체들이 트렌디한 제품을 개발하면서 단순히 서브 메뉴로 자리 잡았던 육가공 제품들이 ‘메인 디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김 씨는 "간편하게 고기를 즐기기 위해 육가공 제품 코너에 가보니 종류가 다양해 놀랐다"면서 "프리미엄 제품들도 많아 주메뉴로의 활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편의성만을 강조했던 육가공 업계도 프리미엄 시장을 노크하면서 '제대로 된 한 끼'를 강조하는 제품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식품 기업들이 다양해진 먹거리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틈새 전략을 강구하면서 제품 라인업이 한층 세련되고 세분화돼 소비자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맛과 건강까지 챙겨요고급화된 육가공
 
지금까지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편리함만으로 육가공품을 포지셔닝 했다면 이제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식품 기업이 늘고 있다. 여기에 건강이라는 카테고리를 결합하면서 '육가공품=인스턴트'란 인식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육류'라는 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채소를 결합해 소비자를 공략하는 화려한 라인업 구축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이 3월 25일 출시한 ‘더 건강한 채소 & 고기 가득 비엔나 Style’ 2종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은 100% 국내산 돈육에 양배추, 당근, 부추 등 7가지 채소를 넣고, 재료를 3~4mm로 큼직하게 썰어 씹는 맛에 보는 맛까지 더한 게 특징.

‘26%’라는 높은 채소 함량은 육가공 특유의 짠맛을 희석시켰을 뿐만 아니라 합성 보존료인 소브산과 산화방지제인 에리소르빈산 첨가물을 넣지 않아 건강한 브랜드 콘셉트를 제대로 구현해 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CJ제일제당 최세연 부장은 “‘건강한 제품은 맛이 떨어진다’는 통념을 깨기 위해 ‘맛품질’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채소의 아삭거리는 식감과 소시지의 풍미를 동시에 살리기 위해 CJ제일제당의 독자적인 수분 배출 제어기술을 적용했으며,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기와 채소의 최적 배합을 찾아 맛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감칠맛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제품은 국내 최고 수준의 설비를 갖춘 진천 CJ블로썸캠퍼스 클린룸(무균실)에서 온도와 습도, 미생물 제어까지 최적의 상태에서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이 출시한 ‘더 건강한 채소 & 고기 가득 비엔나 Style’ 2종(좌측)과 동원F&B가 출시한 오븐&통그릴 트러플 델리햄’ 2종.
CJ제일제당이 출시한 ‘더 건강한 채소 & 고기 가득 비엔나 Style’ 2종(좌측)과 동원F&B가 출시한 오븐&통그릴 트러플 델리햄’ 2종.

동원F&B도 트러플(송로버섯)을 활용한 육가공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육가공품의 고급화 대열에 합류했다. 최고급 식재료로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송로버섯이 최근 SNS를 통해 대중화되고 있는데 착안, ‘오븐&통그릴 트러플 델리햄’ 2종을 출시한 것.

이 제품은 신선한 통살 고기에 트러플 풍미를 더한 프리미엄 델리햄으로 300℃ 오븐에서 구워 속까지 완전히 익은 햄에는 풍부한 육즙과 트러플 향이 어우러져 있고 500℃ 직화 그릴에서 한 번 더 구워내 불 맛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원F&B 관계자는 “각종 야채와 트러플의 고급스러운 풍미가 더해진 ‘트러플 델리햄’ 2종은 기존의 사각햄보다 맛과 편의성이 훨씬 뛰어나다”면서 "프라이팬이나 전자레인지에 간단하게 데워 먹을 수 있고 트러플이 들어가 다른 재료를 더 넣지 않아도 풍미가 가득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삭바삭 에어프라이어 대전’ 발발
 
‘맛’, ‘간편’,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2000년대 유행했던 ‘웰빙’은 여전히 유효하다. 제2의 웰빙 트렌드에 불을 지핀 건 다름 아닌 ‘에어프라이어’다. 에어프라이어는 맛은 유지하고 식용유 사용은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데다가 조리 시 기름이 쫙 빠져 건강 이슈에 민감하고 담백함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조리기구로 인기가 높다. 특히 육가공품 조리 시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면서 기존 조리법에서 탈피, 에어프라이어만의 바삭바삭한 식감을 낸다는 이유로 주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몰이 중이다.

축산기업 이지바이오 계열사인 마니커에프앤지가 자사 냉동식품 3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한다는 소비자가 80%가 넘는 응답률을 기록, 전자레인지(5%), 오븐(3%)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보여준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마니커에프앤지는 이를 의식해 ‘바사삭치킨’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치킨 소비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바사삭치킨’은 상단에 에어프라이어 로고를 삽입, 튀김 공정에 최대한 가까운 맛을 낼 수 있음을 강조했으며 옛날 통닭을 구현하면서 소비자에게 뉴트로(새로움(New)와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 감성까지 소환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마니커에프앤지 관계자는 “2만 원이 넘는 치킨 시장이 배달비용과 프리미엄 제품으로 무장해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점과 배달 시간이 최대 1시간임을 고려해 볼 때 집에서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점이 바사삭치킨 라인업이 나온 배경”이라면서 “한 마리 치킨, 먹기 편한 12조각, 두 마리 24조각, 치킨윙 등 다양한 제품 구성으로 소비자 선택폭도 넓혔다”고 밝혔다.
 

마니커에프앤지가 출시한 ‘에어프라이어 바사삭 치킨 시리즈(좌측)와 ㈜하림이 출시한 에어프라이어 그릴드 통날개, 순살치킨.
마니커에프앤지가 출시한 ‘에어프라이어 바사삭 치킨 시리즈(좌측)와 ㈜하림이 출시한 에어프라이어 그릴드 통날개, 순살치킨.

치킨 육가공품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하림도 에어프라이어를 겨냥한 제품 출시로 에어프라이어 대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림의 에어프라이어 순살치킨, 에어프라이어 그릴드 통날개는 하림의 브랜드 명성에 걸맞게 건강과 맛, 편리함 등 3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와 맞벌이 부부 등 소단량을 찾는 고객들과 바쁜 생활 속에서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신선한 제품으로 맛과 영양을 동시 찾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들의 입맛을 겨냥한 제품 개발에 힘써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어프라이어 육가공품 시장은 CJ제일제당의 고메 시리즈, 롯데쇼핑의 깐풍기, 사조대림의 프라이데이, 더블피쉬커뮤니케이션즈의 마켓프로즌 등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며 덩치를 키워 나가고 있다.

 

캔햄’ 절대강자 스팸’ 아성 넘을까
 
스팸으로 대표되는 ‘캔햄’ 시장은 CJ제일제당의 아성을 넘기 위한 업체들의 고군분투가 돋보인다. 송로버섯에 꽂힌 동원F&B는 ‘리챔 트러플’을 내놓으면서 ‘스팸’의 지위를 넘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리챔 트러플’은 돼지고기 함량이 90% 이상으로 햄 본연의 맛이 살아있으며 나트륨도 줄여 건강에도 좋다는 게 동원F&B 측의 설명이다.

동원F&B 관계자는 “트러플의 고급스러운 풍미가 더해진 ‘리챔 트러플’은 밥 반찬은 물론 요리 재료와 안주로 활용하기 좋다”면서 “독특한 트러플 풍미가 볶음밥이나 토스트 등과 잘 어울리고 간단하게 조리해 다른 안주와 곁들여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원F&B의 ‘리챔 트러플’ 농협 목우촌의 ‘뚝심’ CJ제일제당의 ‘스팸 마라’ 제품 사진.
동원F&B의 ‘리챔 트러플’ 농협 목우촌의 ‘뚝심’ CJ제일제당의 ‘스팸 마라’ 제품 사진.

농협목우촌도 ‘캔햄’ 시장에서 조심스럽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농협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100% 국내산으로 무장, 정통성을 어필한 캔햄인 ‘뚝심’과 ‘치즈뚝심’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수입육, 무전분, 무보존료 등 3無로 어필하고 있는 ‘뚝심’은 오랫동안 농협목우촌과 함께 해온 목우촌만의 시그니처 상품으로 어필하면서 양대 명절 국내산 선물세트로도 톡톡히 이름값을 올리는 중이다.

업체들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CJ제일제당은 이미 스팸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캔햄’ 시장의 독주 채비를 견고하게 짜고 있다. 지난해 8월 ‘스팸 리치치즈’와 ‘스팸 핫&스파이시’를 선보이면서 스테디셀러인 ‘스팸’의 지위를 공고하게 다졌으며 지난해 말에는 소비자의 다양해진 욕구를 ‘마라소스’를 활용한 스팸 마라로 충족시키면서 확실한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캔햄은 명절 시즌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고급스러운 선물로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인식이 더해져 캔햄 선물세트는 매년 시장 규모가 커가고 있고, 이에 성장성이 더욱 기대되는 카테고리”라고 전했다.

 

밀키트·HMR’ 전망 밝고 화이트 미트’ 트렌드로 부상
 
2020년 육가공품은 효율성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따라 메인 디시와 스낵형, 안주형 제품들의 성장이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을 위한 한 끼 메뉴로 햄과 소시지를 소비하고 있어 보다 다양화되고 고급화된 제품이 각광받을 전망이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육가공품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발표하면서 고전했던 육가공품 업체들은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소비와 집콕이 대세가 된 지금 ‘위기 속 기회’를 엿보면서 이에 편승해 다양한 HMR 제품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 목우촌 관계자는 “외식이 아닌 ‘내식’, 집밥이 아닌 ‘집콕밥’이 대세가 된 지금, HMR 시장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면서 “최근 RTH(즉석조리식품) 제품군 시장과 장기간 보관·섭취할 수 있는 냉동식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 목우촌은 올해 3월 ‘생생’ 브랜인 궁중인삼갈비탕과 도가니탕 등 간편 보양식 2종을 출시했으며 지난해 말해는 ‘생생포차’ 브랜드로 ‘치즈무뼈닭발’, ‘치즈양념곱창’, ‘치즈근위볶음’을 출시해 육류와 치즈를 컬래버한 제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목우촌은 향후 상온 레토르트 제품 라인을 확대하고 부산물‧닭부분육을 이용한 안주류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화이트미트’로 대표되는 닭고기 가공품 HMR 제품.(사진제공=(주)하림)
‘화이트미트’로 대표되는 닭고기 가공품 HMR 제품.(사진제공=(주)하림)

육가공품의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트렌드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화이트미트’의 부상이다. 이미 국내 육가공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화이트미트’의 성장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화이트 미트 제품 매출은 육가공 시장 내 원물형 카테고리에서 8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건강·웰빙 추세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세계적인 화이트 미트 트렌드가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카테고리도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낵형과 안주형 육가공품 시장에서 기존 카테고리의 차별적 신제품을 내놓겠다는 업체들이 늘고 있고 ‘건강’에 있어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육가공품이 다양한 카테고리와 결합하면서 세심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1인 가구가 보편화되면서 요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성향으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한 ‘밀키트(Meal Kit)’제품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림 관계자는 “하림에서는 맛있는 닭고기 요리를 위한 맞춤형 소스와 양파, 당근 등 채소를 함께 동봉해 믿을 수 있는 재료로 가족의 건강과 맛을 생각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면서 “가정에서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대체식품인 HMR 제품 개발 및 판매 확대에 주력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동원F&B 관계자도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입맛에 따라 맛과 건강, 편의성을 모두 고려한 프리미엄 육가공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TV 프로그램이나 SNS에서 유행하는 식재료를 활용한 트렌디한 제품도 지속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