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맛남의광장] 이익만 추구하는 유통 문법을 깨다···시장도매인 신영진청과 장희철 대표 "제 얼굴보면 출하하고 싶지 않나요"
[제2맛남의광장] 이익만 추구하는 유통 문법을 깨다···시장도매인 신영진청과 장희철 대표 "제 얼굴보면 출하하고 싶지 않나요"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4.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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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맛남의광장' 재현한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코로나 위기 '농업 헬퍼'로 나선 박원순 시장

[제2맛남의광장] "코로나로 마이너스 통장 위기 시장도매인이 도와줬어요"

[제2맛남의광장] 이익만 추구하는 유통 문법을 깨다···신영진청과 장희철 대표 "제 얼굴보면 출하하고 싶지 않나요"

 



[팜인사이트=박현욱 기자]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의 시장도매인인 신영진청과 장희철 대표는 30년 이상 농산물을 유통한 베테랑이다. 23살 때부터 영진농산을 운영하는 숙부 밑에서 농산물 유통을 배운 덕에 2004년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이 개장할 당시 신영진청과로 간판을 새로 달고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유통은 신뢰가 기본"이라는 명제를 가슴에 새긴 이후 출하자와 한번 거래를 트면 수십 년 이상 관계를 유지한다는 장 대표는 연간 2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는 번듯한 법인으로 신영진청과를 성장시켰다. 코로나로 판로가 막혀 폐기할 처지에 있던 경북 의성 감자의 유통로를 개척하고 일선에서 조율한 것도 장 대표의 솜씨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존의 유통 문법을 깨고 싶다는 장 대표는 농민과 함께하는 시장도매인을 꿈꾼다.
 

신영진청과는 오이, 호박, 감자 등이 주 종목인 시장도매인이다. 하지만 거래처의 요구에 수많은 종류의 과채도 다룬다. 상추, 시금치와 같은 엽채류도 구색을 위해 유통한다. 신영진청과를 거치는 농산물 종류만 수 백가지. 채소 전문 백화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신영진청과는 오이, 호박, 감자 등이 주 종목인 시장도매인이다. 하지만 거래처의 요구에 수많은 종류의 과채도 다룬다. 상추, 시금치와 같은 엽채류도 구색을 위해 유통한다. 신영진청과를 거치는 농산물 종류만 수 백가지. 채소 전문 백화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유통이 이기적이라는 편견, 이제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껏 유통업계는 이기적이란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상품은 생산하지 않으면서 중계만으로 이익을 취해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유통 공식 때문에 유통인은 항상 막대한 이익만 가져간다는 오해가 주홍 글씨처럼 새겨져 고통받았다. 
  
"이제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잖아요. 전 세계가 핸드폰 하나로 연결된 세상에서 신뢰 없이 유통업 하기 힘들죠. 시장도매인연합회 소속 60여 개 시장도매인이 출하자와 기본적으로 수십 년 거래를 하고 있는 것도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률은 그것을 증명해 주죠."
  
시장도매인의 장점은 수많은 소매 유통과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폐기될 위기에 처한 감자를 그나마 생산비라도 건질 수 있도록 가격을 보장하며 유통할 수 있었던 것도 '팔아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장착돼 있어서다. 감자 출하 농가인 정상봉 씨는 "시장도매인이란 제도를 몰랐는데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줘 큰 힘이 됐다"면서 "경매시장에 출하했으면 운송비도 건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매란 제도가 우리나라 유통업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죠. 하지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니 공급이 넘쳐나면 가격은 한없이 폭락하잖아요. 기후가 들쭉날쭉한 우리 농업에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죠. 게다가 출하하는 농민은 '싸다 비싸다'는 얘기를 꺼낼 수조차 없어요. 에누리조차 없는 거죠. 경매가 하는 건데..."
  
일각에서는 경매를 두고 '공정이란 이름의 탈을 쓴 디테일의 악마'라고 칭하기도 한다. 출하해보지 않고서는 자신의 농산물의 가격이 얼마가 될지 알지 못할뿐더러 형편없는 가격을 받아도 하소연할 때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조금만 물량이 집중되면 형편없이 떨어지는 가격 탓에 형제가 같은 품목의 농사를 지어도 경매 시장에는 형·동생 모르게 출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겉으론 공정해 보이지만 때에 따라 농민만 피해를 본다는 의미다.
  
"시장도매인은 여지가 있어요. 이 '여지'라는 게 중요한데요. 완충효과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시장도매인이 수십 년간 출하자와 신뢰를 쌓은 노하우이기도 하고요. 농민이 힘들 때 생산비라도 건질 수 있도록 유통해 주고 저희가 어려울 때 농민들은 시장도매인을 믿고 계속 출하해 주죠. 자연스럽게 가격 편차는 줄고 신뢰는 높아지죠."
  
시세에 어두운 농민의 귀를 밝게 해주는 것도 시장도매인의 역할이다. 시장도매인에 출하를 선호하는 농민들은 이들의 컨설팅을 수시로 받는다. 올해는 기후가 좋으니 출하를 앞당겨 홍수 출하를 피하라거나 몇 월에 출하해야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이다. 유통 현장은 수치와 도표보다는 유통인의 감이 통하는 시장이어서 시장도매인의 정보는 곧 소득으로 연결된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감자농가를 도운 것도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보름 일찍 거래가 성사됐으면 20kg당 몇 천 원은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시기를 조금 놓친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이번 거래를 시작으로 좋은 네트워크가 생긴 것 같아 기쁩니다. 제가 꾸준히 거래한 농민과 이야기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거든요. '제 얼굴 보면 출하하고 싶지 않나요'라고.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죠. 시장도매인은 농민과 함께하는 착한 유통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