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화우에 비해 쌀 이유 없습니다"
"한우, 화우에 비해 쌀 이유 없습니다"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04.2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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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화우식당 운영해온 고창용씨, 한우에 반해 창업
[탐방] 한우 오마카세 식당의 화룡정점 'A5(에이오)'를 찾아서
A5(에이오) 식당의 입구 사진.
A5(에이오) 식당의 입구 사진.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보편적인 소비자 만족을 뛰어넘는 세분화된 마켓팅 전략이 주목받고 있는 요즘, 이러한 전략들을 뛰어넘어 더욱 정교해진 마켓팅 기법을 ‘핀셋전략’ 혹은 ‘특화 생존 전략’ 이라 부른다.

대중적 소비는 아니지만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최대한 자세하게 분석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면서 충성고객을 확보해 나가는 방식은 유통업계의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통한다.

수년전부터 한우 외식업계에 불고있는 ‘오마카세’ 열풍도 이같은 ‘핀셋전략’의 하나로 꼽힌다.

일식의 정통 주방장 코스요리에서 착안된 오마카세 식당은 한우고기의 다양한 맛을 보다 멋지고 세련된 나만의 공간에서 소통하면서 즐기고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한 컨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한우업계의 키워드가 “한우를 더욱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거나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였다면, 최고의 식재료인 한우고기를 보다 더 멋있고, 맛있고, 프라이빗하게 먹을 수 방법을 제시해 한우의 충성고객을 사로잡는 것이 한우업계의 새로운 마켓팅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틈새시장을 뛰어넘는 ‘핀셋’ ‘특화’ ‘초니치(Ultra niches)’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는 요즘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한우 오마카세 시장도 고객들의 요구에 더욱 세밀하게 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소재한 ‘A5(에이오)’는 특화된 한우 오마카세 식당 가운데서도 ‘화룡점정’으로 손꼽힌다. A5를 운영하고 있는 고창용 대표의 철학과 식당 운영 방식 등을 살펴보면 침체됐다는 국내 경기에서도 어떻게 1++등급의 한우의 평균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지, 이 가운데 근내지방 9번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어디에서 소비되는지 등을 가늠할 수 있다.

화우식당 경력 20년…한우로 오마카세 식당 창업

재일교포 3세라는 다소 특이한 이력의 고창용 대표는 화우를 재료로 한 일본의 1세대 오마카세 식당 창업자다. 고 대표는 20년 전 일본에서조차 생소했던 화우의 코스요리를 외식업계에 접목해 도쿄의 중심 롯폰기에 '류카인(龍叶苑)' 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개점,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류카인이 문을 연 뒤 이같은 컨셉의 고급 식당들이 도쿄에서만 줄지어 창업될 정도로 류카인은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류카인은 동경도매시장에서 화우의 최고등급인 A5 등급만을 엄선해 낙찰받아 판매하면서 일본의 유명인들이 찾는 맛집으로 통한다.

고창용대표가 20년째 운영 중인 화우식당 '류카인(龍叶苑)'. 동경의 중심지 롯폰기에 위치해 있다.
고창용대표가 20년째 운영 중인 화우식당 '류카인(龍叶苑)'. 동경의 중심지 롯폰기에 위치해 있다.

화우 식당으로 성공한 고 대표가 한국에서 오마카세 식당을 열게 된 것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고 싶어했던 오랜 바람에서 비롯됐다.

특히 한국을 자주오가며 “한우의 맛에 감탄해 가능성을 느꼈다”는 고 대표는 한우를 가지고도 부위별 구이 제공과 그에 맞는 소스개발, 서비스라면 특화된 시장이 있다고 내다봤다. 20여 년간 소를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상품을 개발했던 그였기에 소를 보는 안목에 관한 누구보다 전문가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평소 한우에 대한 사랑은 그가 서울의 한 중심에서 한우 오마카세 식당을 창업하게 된 중요한 동기로 자리잡았다.

식당은 5개의 룸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식당은 5개의 룸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고 대표가 한우식당 창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롯폰기의 ‘류카인’ 식당을 자주 찾았던 국내 굴지의 기업 대표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일본을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도 최상급 고기의 맛과 서비스를 즐길 수는 없겠냐는 기업인들의 잦은 권유에 본격적인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우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국내 창업 결심

20여년간 고기 분야에서 외식사업을 해왔다 해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한우의 맛과 품질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화우가 아닌 전혀 새로운 재료 ‘한우’를 가지고 완전히 다른 고객들에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부분은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그는 마지막 카드로 ‘류카인’ 식당의 한국인 단골 고객들(여기엔 국내 굴지의 기업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을 초청해 일본에서 제공했던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 구이들을 시현해 내면서 시식 반응을 살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한우고기의 맛이 화우에 비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특히 고 대표가 메뉴 중간 중간에 화우와 한우를 섞어 시식단의 평가를 시도한 결과 놀랍고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어떤 고기가 화우인지, 한우인지를 제대로 구분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우의 맛과 품질이 화우와 동등했다는 것이다.

고창용 대표는 “제가 가지고 있는 한우 품질에 대한 신뢰와 실제 소비자들의 맛과 품질을 평가 받고 싶었다”면서 “저의 예상대로 많은 분들이 한우의 맛에 감탄하면서 한국에서의 한우 식당 창업을 더욱 독려하셨다”고 말했다.

한우의 맛과 품질 화우에 뒤지지 않아…싸야 할 이유 없어

‘A5(에이오)’는 화우의 최고등급으로 우리나라의 1++등급을 말한다. 화우의 수준에 버금가는 한우를 응축해 표현하기 위해 A5라는 상호를 사용하게 됐다고.

하지만 A5 식당은 입구나 간판에서 ‘한우’ 또는 ‘식당’이라는 어떠한 단어도 사용하지 않아 한우식당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챌 수가 없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오픈한 A5식당은 도쿄 류카엔 식당을 찾았던 단골손님들의 애용과 고객들의 입소문으로 하루도 예약이 차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우 오마카세 업계에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A5’의 인기비결과 관련해 고 대표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최고 품질의 한우를 꼽았다.

A5식당은 1++등급 No. 9번은 물론 마블링의 섬세함까지 고려해 한우지육을 매입한다.
A5식당은 1++등급 No. 9번은 물론 마블링의 섬세함까지 고려해 한우지육을 매입한다.

여느 오마카세 식당과 마찬가지로 No9 지육만을 고집하는 가운데 마블링의 섬세한 정도까지 평가해 1++(9)등급을 뛰어넘는 높은 품질의 한우를 더욱 높은 가격에 매입하고 있다.

A5에 한우를 납품하는 마장동 육가공업체 (주)한우고향 김혁기 이사는 “고창용 대표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단순한 하이마블링이 아니라 일정한 육량과 함께 마블링 모양이 거칠지 않고 미세하게 분포된 최고의 지육이여야 한다”면서 “고 대표가 이른 새벽 마장동을 방문해 도체를 직접 확인한 후 상품을 최종 결정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특히 “A5에 납품하는 것이 까다로운 듯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고기 주문이 들어오면 공판장(음성)에서 최고의 상품을 골라 최고가에 낙찰받는다. 품질엔 엄격하지만 가격엔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5에는 35만원(프리미엄 쉐프 오마카세), 25만원(쉐프 오마카세), 15만원(한우 오마카세) 등 3가지 한우코스를 통해 최고급 한우고기를 선보인다.
A5에는 35만원(프리미엄 쉐프 오마카세), 25만원(쉐프 오마카세), 15만원(한우 오마카세) 등 3가지 한우코스를 통해 최고급 한우고기를 선보인다.

고 대표가 직접 언급한 ‘A5’의 인기는 한우의 맛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한 끈임 없는 연구와 노력이었다. 그동안 화우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면 지금은 한국인들이 한우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소스와 곁들이는 메뉴 그리고 재료 공수 여기에 서비스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우리집에서 소금을 제외하고 직접 조리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고 대표는 “20년의 노하우를 결집해 만든 특별한 소스와 전국에서 공수해온 최고의 농수산물 식재료로 한우의 코스요리를 완성한다”고 말했다.

한우는 한국의 자부심, 최고의 맛으로 위상 높일 것

일본과 한국에서 화우와 한우식당을 동시에 경영하는 그에게 화우와 한우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흔히 사람의 체질을 구분할 때 소음인, 소양인, 태양인, 태음인 등으로 나누지요. 저는 한우와 화우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특성이 있고 장단점이 있다는 얘기죠.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라고 평가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한우의 깊은 맛과 풍미는 전 세계 어떤 소도 흉내 낼 수 없다는 겁니다.”

한우의 품질을 높이 평가하는 고 대표는 한우의 가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소 가격에 대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건 아니지만 화우와 비교해 왜 한우는 화우만큼 가격을 받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수한 품종, 비슷한 사육월령과 사양방법 여기에 맛 또한 뒤지지 않는 한우는 왜 화우에 비해 싸야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장기간 사육해야 하는 기간과 비용 그리고 이를 출하해서 도축하고, 가공하는 전 과정에서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고 대표는 “한우가 싸야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반 식당과 달리 한우를 부분육이 아닌 ‘마리’로 구매하고 있는 A5에선 구이요리 뿐만아니라 한우를 활용한 곰탕과 육개장은 물론 카레라이스와 육포, 우설까지 메뉴화해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우의 가치는 단순한 구이요리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란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A5에 한우를 납품하는 (주)한우고향 김광섭 육가공부장은 “A5 고창용 대표는 고기 를 잘 알고, 잘 다룰 줄 알며 무엇보다 한우농가들에 대한 애정과 깊은 신뢰는 물론 가공업자들의 노고까지 생각하는 진정한 한국인이자 한우맨”이라면서 “그와 함께 한우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한우를 가공하는 우리들도 자긍심이 커진다”고 말했다.

화우와 한우를 재료로 최고의 맛을 판매 하는 고창용 대표의 목표는 무엇일까.

고 대표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단 한 순간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 았다”면서 “한국의 자부심인 한우가 전 세 계적으로 우수한 쇠고기라는 것을 입증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검증된 맛과 그에 맞는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감동을 드리고 싶다”면서 “식당과 식당을 찾는 고객들이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저의 가장 큰 기쁨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 기사는 월간 농장에서 식탁까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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