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우가격 상승, 등급제 개편 때문일까?
[팩트체크] 한우가격 상승, 등급제 개편 때문일까?
  • 옥미영 기자
  • 승인 2020.04.27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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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제 개편 영향 적은 1등급 가격 상승 가장 '뚜렷'

전 등급 전년대비 7.7%↑... 등급제 아닌 공급량 '부족' 분석
도매시장 한우가격은 4월들어 평균가격이 2만~2만1천원대의 사상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자료사진.
도매시장 한우가격은 4월 들어 평균가격이 2만~2만1천원대의 사상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자료사진.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도매시장 한우가격이 사상 유례없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항공과 여행과 숙박, 외식 등 산업 전반에 걸친 심각한 타격이 현실화된 가운데서도 한우가격은 명절 성수기를 뛰어넘는 '호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우식당 등 외식에서의 주문량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우 육가공업계에선 지나치게 높은 한우가격이 경영과 영업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예상을 뛰어넘는 한우가격과 관련해 육가공업계를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개정된 '쇠고기 등급제 개편'의 영향 때문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1+등급이나, 1등급으로 판정될 도체들이 등급제 완화 영향으로 높은 등급을 판정받으면서 가격 상승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달라진 쇠고기 등급판정 기준에 따르면 1++등급의 경우 이전엔 지방함량이 17% 이상인 경우에만 받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는 15.6% 이상이면 받을 수 있게 됐다. 1+등급의 경우도 이전엔 지방함량이 13∼17%인 경우에 받을 수 있었지만 12월부터는 12.3∼15.6%여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쇠고기 등급제 개편 가운데 근내지방도 개편 설명.
쇠고기 등급제 개편 가운데 근내지방도 개편 설명.

쇠고기 등급제 개편으로 가격까지 상승?

도매시장 한우가격 상승은 정말 쇠고기 등급제 개편 영향 때문일까?

우선 결론을 내려놓고 보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발표한 소 등급판정 및 경락 현황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도축된 총 한우 도체 가운데 1++등급은 4만1453두로 전년대비 50.5%(1만3908두) 증가했으며, 1+등급은 4만6130두로 전년대비 17.8%(9982두) 감소했다. 1등급의 경우 5만863두로 전년대비 13.5%(7983)두 감소했다.

전체 한우 도축물량 가운데 1++등급량은 크게 늘고, 1+등급과 1등급량은 줄어든 것인데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물량의 증감과 관련없이 전체적으로 도매시장 한우 평균가격이 모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축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1월부터 3월까지의 1++등급 한우도매가격은 2만2090원으로 전년 2만886원 대비 5.8% 상승했으며, 1+등급은 전년 같은기간 1만9360원 대비 7.2%가 오른 2만753원에 거래됐다. 1등급 가격 역시 1만9258원으로 전년 1만7538원 대비 9.8% 올랐다.

한우 육가공업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등급제 완화의 가장 큰 수혜는 1++등급과 1+등급에 집중되어야 하지만, 가격 상승은 이같은 주장과 달리 등급제 완화의 효과가 적은 1등급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하락하고, 반대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도 현실과 다르게 나타났다.

당초 한우농가들 사이에선 등급제 개편으로 1++공급량이 늘게되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지만 실제로 1++공급량은 전년대비 무려 50.5%나 늘었음에도 가격은 외려 상승했다.

도매시장 한우가격 상승 영향은... 공급량 부족 때문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사상 최악의 암초속에서도 한우가격이 선방하고 있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가정에서의 소비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는 현실을 가정할 때 가장 근본적 이유는 '공급량 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쇠고기 등급제 개편에 따란 등급별로 증감효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적인 한우 공급물량, 즉 전체 파이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한우도축두수는 18만8174두로 전년 같은기간 19만2314두 대비 2.15% (4140두) 감소했다. 이처럼 전체적인 공급물량 감소 속에서 외식에서 급감한 소비를 가정용 소비에서 충당하거나 혹은 크게 늘면서 한우가격 지지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육점과 SSM을 중심으로 한 한우매출 증가는 중도매인들의 매입 증가로 이어지면서 한우가격을 경쟁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한우가격 상승세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소 이력제 통계 자료를 종합해 보면 올 연말까지 출하 예정인 현재 22~28개월령 사이의 한우사육두수(거세우를 중심으로)를 월별로 따져보았을 때 전년대비 최대 4.6~0.7%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2021년부터다. 2012년 암소감축사업의 효과는 올해 그 역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부터 불어난 한우사육두수의 본격적인 영향권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가 '단군이래 최고의 호황'이라는 올해 미경산우 비육 사업 등 사육두수 조절에 더욱 고삐를 죄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옥미영 기자 okmy@faer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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