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숲을 준비하는 사람들] 생거진천자연휴양림에 '숲콕'···"숲을 번역해 드려요"
[특별기획-숲을 준비하는 사람들] 생거진천자연휴양림에 '숲콕'···"숲을 번역해 드려요"
  • 박현욱, 이은용 기자
  • 승인 2020.05.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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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는 숲의 생태계를 관찰하고 관계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들은 관계를 잇고 관람객에게 설명해 준다. 때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자연에 투영하기도 하고 자연을 보며 자신의 삶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생거진천자연휴양림에서 숲해설을 하고 있는 (좌측부터) 이현용, 안상숲, 이혜원, 안용주 선생님.
숲 해설가는 숲의 생태계를 관찰하고 관계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들은 관계를 잇고 관람객에게 설명해 준다. 때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자연에 투영하기도 하고 자연을 보며 자신의 삶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생거진천자연휴양림에서 숲해설을 하고 있는 (좌측부터) 이현용, 안상숲, 이혜원, 안용주 선생님.

[팜인사이트=박현욱·이은용 기자] 코로나19로 도시의 시간이 멈췄다. 수개월간 지속됐던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는 콘크리트에 도시민을 가두고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생활 속 방역이 시작됐지만 '집콕'이 대세인 지금 '숲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멈춰있는 도시와 다른 이곳은 온갖 생명이 움트고 시간마저 역동적이어서 코로나 블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이다. 숲의 시간은 느리지만 다이내믹하고 급하진 않지만 반드시 흘러간다. 뻥 뚫린 하늘과 연초록 세상에서 숲을 번역하고 해석해 주는 숲해설가들이 자연이 만드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관계
 
생거진천자연휴양림은 충청북도 백곡면 명암리에 있는 관광명소다. 진천군청이 군민들의 ‘숲생활’을 위해 조성한 이곳은 전국 휴양림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진천군청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이곳은 ‘숲 안식처’로  관광객의 호평이 이어져 진천의 '랜드마크'가 됐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안상숲, 이현용, 안용주, 이혜원 선생님은 숲해설가 들이다. 숲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이들은 '관계'에 집중한다. 나무와 나무의 관계, 곤충과 곤충의 관계,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뜻이다. 관계를 찾아 연결하는 것도 이들의 일이다. 동종 혹은 이종 간 관계를 잇다 보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위로받는다. 약육강식의 세계로만 보이는 자연에도 보이지 않는 공생, 협업, 동맹 등 치열한 관계가 숨어있다.  
  
“우리가 사는 일상은 참 빠르잖아요. 디지털 세계,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빠른 공간 속에 있다 보면 어느 순간 허무해지는데 그게 다 관계에 소홀해서예요. 숲에 오면 관계가 만들어지죠. 빠르게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관계가 만들어져요. 숲에는 조물주가 빚은 오묘한 생태계, 촘촘한 네트워크가 있어요. 자연을 관찰하고 생명 간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면 뛸 듯이 기쁘죠. 우리 숲 해설가들은 그런 것들을 메모지에 적어두고 행복해해요. 숲 해설가를 하는 기쁨이 거기서 나오는 것 아닌가 싶어요.”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 불리는 것도 관계 속에서 정의되기 때문이다. 숲에 오면 편안해지는 이유도 자연이 정의하는 관계에 편입되서다. 자연이 설정하는 관계는 자연스럽고 지나치지 않다. 숲 해설가가 관계에 주목하고 설명하려고 애쓰는 이유다. 그리고 그들은 관계를 잇는다.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자연에 투영하기도 하고 자연을 보며 자신의 삶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나무 한켠에 날도래라는 곤충이 허물을 벗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어느 순간 날도래와 나와의 관계가 설정되죠. 매일 자연과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어느 순간 내 모습으로 투영되기도 하고요. 그때부터 작은 곤충들을 응원하게 되고 숲은 나만의 특별한 공간이 되어 나와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는 거예요. 외로울 틈이 있겠어요. 세상천지가 나와 관계를 맺는 생명에 둘러싸여 있는데...”
 

숲해설가 선생님에게 숲에 사는 곤충 등 동·식물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숲해설가 선생님에게 숲에 사는 곤충 등 동·식물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낯설음

낯섦에 색깔이 있다면 새빨간 붉은빛일 수도 있다. 우리가 경고의 의미로 빨간색을 사용하는 까닭은 눈이 비치는 색감 중 가장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낯설기 때문이다. 낯섦은 긴장을 유발하고 긴장은 잔잔한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숲은 낯선 세상의 연속이다. 비단 초록세상 같지만 형형색색 다양한 색이 숨바꼭질하는 곳이 숲이다. 무당거미의 배를 둘러친 샛노란 색과 무당개구리의 주황빛 줄무늬는 단조로울뻔한 숲에 파문을 일으키는 훌륭한 조연들이다. 숲은 어제와 같지 않은 오늘의 숲을 그린다. 도시에서 느끼는 무료함이 숲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도시와 숲을 비교할 수 있나요. 숲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시시각각 변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숲에서 치유도 하고 휴양도 하는 이유는 과하지 않은 낯섦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숲에서의 생활이 단조롭지만은 않은 이유기도 하고요. 자연스러운 낯섦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무한한 창의성을 제공하는 자양분이 되기도 하죠. 돌멩이와 나뭇가지만으로도요.”
 
#놀이
 
“기자님도 따라 하셔야 돼요. 자. 짝꿍과 양손을 끼고. 애벌레 꿈틀꿈틀 애벌레 잡아봐라 잡아~. 다음은 어르신들 치매 예방에 도움 되는 손동작이에요. 노래 부르면서 같이 해봐요.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방망이로 두드리면 무엇이 될까~”
 
숲해설가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이혜원 해설가의 손동작을 따라 한다. 노래에 곤충 이름을 넣어 부르는가 하면 일정 패턴의 손동작을 알려주고 노래와 동시에 손동작을 하는 식이다. 아이들에게는 숲에 사는 생물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고 놀이를 통해 친구와도 소통한다. 머리 희끗한 어르신에게는 치매를 예방하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이 된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해요. 나이가 들면 나 이외의 생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나 봐요. 풀 하나만 보고도 쉽게 감동하고 꽃이 피는 모습에 감격하기도 하고요. 이래서 자연은 평생 스승이자 동반자인가 봅니다.”

#수서곤충
 
생거진천자연휴양림은 다른 휴양림과 달리 보물이 숨어있다. 바로 물에서 사는 수서곤충이다. 산속 습지, 내륙 습지는 흔하게 목격되지 않지만 이곳 휴양림에 보석처럼 박혀있다. 습지는 수서곤충들의 병참 기지다. 먹이부터 보금자리까지 습지를 중심으로 촘촘한 생태계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것이다. 
  
“생거진천자연휴양림의 자랑이라고 할까요. 습지가 있고 수서 곤충이 있다는 거예요. 습지 생태가 지구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그 귀중한 생태 환경을 직접 볼 수 있으니 휴양림에 방문하는 관광객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오세요.”
  
습지는 아이들에게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른 땅과 푸른 숲만 있는 단조로운 세계가 아닌 까닭이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눈을 감는 연습을 한다. 눈은 감지만 온몸으로 느끼는 새로운 감각이 더듬이를 세운다. 비로소 숲의 진면목이 보이는 셈이다. 누워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손으로 작은 풀, 손 내미는 꽃들을 보기도 한다. 
  
“숲으로 오세요. 상상 그 이상인 낙원이 기다리고 있어요.”
 

숲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무한한 창의성을 제공하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생거진천자연휴양림의 숲해설가 4인방은 숲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숲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무한한 창의성을 제공하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생거진천자연휴양림의 숲해설가 4인방은 숲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