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판도라] 농촌진흥청 갑질 문제 노사 갈등으로 번져
[농진청 판도라] 농촌진흥청 갑질 문제 노사 갈등으로 번져
  • 이은용,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5.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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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있는데 가해자 없어” 대 “정당한 징계 절차”
감사실 동원 ‘표적감사’ 대 적법한 행정조치 취해
적극행정에 대한 가혹한 공격 대 ‘절차 위반’ 반박

[팜인사이트=이은용, 박현욱 기자] 본지는 지난 7일과 14일, 2회에 걸쳐 농촌진흥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과 성희롱, 감사실의 횡포 등과 관련해 연이어 보도했다. 기사 보도 이후 피해자의 주장과 농진청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농촌진흥청지부까지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어 노사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본지는 피해자 측과 농진청이 주장하는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도한다.
 

피해자들, 부서장 직장 갑질 피해 입어
농진청, 승인 없이 무단 물품 반입·반출

우선 피해자들(노조 입장 포함)은 부서장의 직장 갑질(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피해를 입는 등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서장이 부임해 오면서 불합리한 지시가 반복됐고 중간 간부들까지 괴롭힘에 동참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를 호소하는 연구사를 감싸준 연구관은 함께 괴롭힘의 대상이 됐으며, 감사실의 미등록장비에 대한 조사에서 이들에게만 미등록장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표적감사를 실시해 징계위에 회부된 상황이다.

피해자 주장에 따르면 데모장비를 업체로 반납한 직후에도 농진청은 미등록장비가 존재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표적감사와 형사고발까지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후 수사기관에서는 모두 무혐의 판결을 내렸지만 농진청에서는 피해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피해자들은 농진청의 부당한 조치라고 항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농진청은 이와 관련해 "혐의자 1과 2는 거래업체에게 동결건조기(시가 1,379만 원), 원심분리기(시가 286만 원), 전자저울(시가 341만 원) 등을 대여해 줄 것을 요구해 무상으로 대여 사용(청탁금지법 위반) 등 물품관리관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물품을 반입·반출하는 혐의가 감사에서 발견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되고(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 행정기관의 장은 직무와 관련해 200만 원 이상의 금품 또는 향응을 수수한 경우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공무원의 직무관련범죄고발지침 및 농진청 공무원 행동강령)고 설명했다.

이에 농진청은 관련 규정에 따라 청렴추진기획단의 심의·의결로 형사 고발했으며, 행정기관의 장은 범죄사건에 대한 ‘혐의 없음’ 통보를 받은 경우에도 ‘국가공무원법’ 상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징계를 요구해야 한다(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제4조 제1호)는 규정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것에 불과하다고 본지에 입장을 밝혀왔다.
 

피해자들, 감사실 동원 2차 가해
농진청, 불법 조치 취한 적 없어

피해를 주장하는 공무원 등은 농진청 감사실의 횡포를 더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농진청이 감사권력을 도구로 활용해 피해자를 형사범으로 몰아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상황까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부서장을 도왔던 중간간부는 과거 감사실 근무경력을 살려 표적감사가 추진되도록 해 형사고발까지 진행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 갑질은 보통 인권모독, 폭행, 조직적 왕따 등 자신의 권한 안에서 괴롭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농진청 갑질 사건은 본청 감사실까지 동원해 피해자 인생 전체를 파멸로 몰아간 악독한 괴롭힘의 사례라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가 감사실에서 조사를 받았을 때 고압적이고 편파적인 조사뿐만 아니라 성희롱 발언도 나와 피해자를 2차 가해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농진청 감사실 관계자는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라 감사를 진행했으며, 어떠한 불법적인 조치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서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전해 왔다.
 

적극행정 도모 피해자 오히려 징계
농진청, 공무원 청렴 의무 위반 맞아

이와 함께 피해자들은 적극행정에 대한 가혹한 공격으로 직원에게 소극행정을 하라는 메시지를 준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데모장비 무상대여 시스템을 활용한 것은 장비를 마련해 연구를 촉진해야 할 부서장들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고, 피해자들의 고육지책은 적극행정차원에서 검토돼야 함에도 꼬투리를 잡아 고발과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들이 연구 장비를 못 쓰게 고의로 방해했기 때문에 데모장비 무상대여 시스템을 활용한 것이라는 게 피해자의 주장이다.

문제는 표적감사다. 미등록 장비에 대한 조사에서 이들이 대여해온 장비 외에도 수십 종이 존재했지만 유독 피해자들에게만 감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는 향후 연구자들에게 적극행정을 하다가 해고의 칼을 맞느니 연구 성과가 없더라도 소극행정하며 시간을 보내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암시를 주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농진청은 이와 관련해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기 이전 요구 성능을 갖췄는지 등을 단기간 테스트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 경우라도 해당 부서장의 허락과 장비의 출납 등 관리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정장비를 부서장의 허락이나 관리절차 없이 장기간 임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공무원의 청렴의 의무 위반사항이라고 밝혔다.

농진청은 두 직원의 직무관련자로부터 연구 장비를 무단으로 반입해 사용한 행위는 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을 위반(변호사 4명 자문 결과)한 행위로 금품 등 수수에 해당해 적극행적 면책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편견이나 치우침 없이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한 행정절차를 이행했음을 밝혔다.
 

직장 내 갑질 심각한 사회적 문제
공직사회 만연 '복종문화' 배척해야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거나 오히려 피해자의 책임소재를 가려내는 데 집중하면 가해자는 사라지고 사건의 본질은 파괴된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해 비로소 시행됐지만 직장인들이 법의 문턱에서 좌절해 신고조차 하지 않는 이유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한 농업계 관계자는 "공직사회에 만연한 '군대식 복종문화'가 관행이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면서 "해마다 갑질 사건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농진청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도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일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여전히 우리 사회 내에서 만연되고 있는 ‘당연시 문화’가 공직사회에 남아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전공노 농진청지부는 ▲인권보호 ▲권위적 조직문화 개선 ▲비상식적 적폐 청산 ▲연구몰입환경 조성 및 저해요인 개선 ▲승진제도 개선 ▲연구전문성 강화 ▲권익향상 ▲직원건강권 협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남춘우 농진청지부장은 “직원이 행복하고 긍지를 느낄 때 조직의 성과가 극대화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농진청 문화와 인사제도는 아직 봉건사회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를 포함한 농진청 직원들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이 기다려지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진청은 이와 관련해 “현재의 우리 청 리더십이 권위주의적이라는 인식에는 동의하기 어렵고, 객관적인 평가로 판단될 일”이라며 “권위적인 조직문화라는 인식은 개인차가 크고, 상대적이라 판단된다. 혹시 규정에 어긋나거나 불합리한 면이 발생하면 당연히 바로잡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