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인 對 현지인 갈등 정부 ‘탁상공론’으로 못 막아
귀농‧귀촌인 對 현지인 갈등 정부 ‘탁상공론’으로 못 막아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8.08.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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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대책 없으면 제2의 봉화군 엽총난사 사건 재현돼
현장 갈등 적극 ‘중재‧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해야
귀농귀촌 박람회가 열리는 행사장에서 많은 도시인들이 귀농귀촌을 꿈꾸며 상담을 받고 있다.
귀농귀촌 박람회가 열리는 행사장에서 많은 도시인들이 귀농귀촌을 꿈꾸며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경북 의성 지역으로 귀농을 한 김 모 씨는 2016년 귀농 생활을 접고 다시 서울로 상경하게 됐다. 그는 부푼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정착지에서 노년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결국 주민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귀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서울에서 작지만 알찬 중소기업에서 임원까지 마치고 조용하고 한적한 농촌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이 동네에 들어왔기 때문에 경계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컸지만 사소한 시비(토지‧물 문제 등)와 말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심지어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발생해 더 이상 이곳에서 생활하기 어려웠다. 그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아 고립감마저 들었다는 전언. 김 씨는 마을 이장이나 노인 회관, 군청까지 찾아갔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결국 귀농을 포기했다.”

지난해 기준 귀농귀촌 인구가 50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귀농인과 현지인 사이의 갈등이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사회적 이슈가 됐던 경북 봉화군의 엽총 난사 사건 역시 원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으로 인한 사건이었고, 무고한 군청 직원 2명만 목숨을 잃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문제인데 날이 갈수록 갈등의 정도가 더욱 심각해져 봉화군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귀농·귀촌인 정착실태 장기 추적조사를 보면 응답자(복수응답) 637명 가운데 ‘마을 사람과 인간관계 문제(29.7%)’와 ‘마을의 관행(23.3%)’ 때문에 마찰 등을 빚어 생활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이 문제 때문에 시름하고 있다는 것.

조사에서 보듯이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증후가 포착됐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가 23일 내놓은 이와 관련한 설명자료를 보면 정부는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지원을 위해 기존 지역민과 유대관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각 시․군 실정에 맞는 융화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국 77개 지자체 귀농귀촌지원센터를 통해 정착지원과 애로해소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수렴된 의견은 정부․지자체․관련단체․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귀농․귀촌 협의회’를 통해 정책화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 시행할 귀농․귀촌 실태조사(9~11월)에서 귀농인과 지역민간 갈등사례와 우수한 융화 사례 등에 대한 조사도 포함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지역민과 귀농․귀촌인 대상 융화교육, 갈등관리 프로그램 확대 등 지원정책을 지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효과가 발생할 지에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내놓은 안은 그동안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나왔던 안이기 때문에 신뢰가 떨어진다.

정부가 탁상공론을 펼치는 동안 제2의 봉화군 엽총난사 사건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발굴해 갈등을 조정하고 서로 화합하면서 살 수 있도록 중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이 없이는 귀농‧귀촌 인구 50만 명은 허상에 불구하고, 역귀농 사태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